“일그러진 딥페이크, 교회가 성차별 근절해야”

 올해 검거 피의자 79%가 10대  처벌 안받는 촉법소년이 20%  “주님이 창조한 인간 존엄 위협  모든 억압 반대운동 동참해야”

2024-10-15     김준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인한 상처가 미처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최근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성범죄 사태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상당수가 10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11일 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피의자 10명 중 8명이 10대로 나타났다. 검거된 피의자 318명 중 10대는 251명(78.9%)으로, 이 중 63명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이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의자 중 20대는 57명(17.9%), 30대 9명(2.8%), 40대는 1명(0.3%)이다.

피해자 대부분도 10대다. 지난 8월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경찰에 신고된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를 통해 편집된 불법합성물) 사건의 피해자 총 527명 중 59.8%(315명)는 10대로 나타났다. 이는 20대(32.1%), 30대(5.3%), 40대(1.1%) 등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큰 비중이다.

또 교육부가 지난 9월 9일 발표한 ‘학교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현황 2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 현장에서 총 43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피해자는 총 617명으로 이 중 학생이 588명(95.5%)으로 조사됐다.

정치권도 부랴부랴 관련법 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만해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가 건강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고 딥페이크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 관련 한국교회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순양 박사(이화여대)는 한국교회가 청소년들에게 인간이 안전하고 동등한 관계성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로 누군가가 고통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는 감수성을 갖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최 박사는 “타인이 실패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경쟁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갈등 또한 깊어지고 있다”며 “나보다 약한 존재가 나를 제치고 앞서 나가는 것이 보기 싫어 그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게 당연한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연결망 속의 나를 발견하는 눈을 심어 주어야 한다”며 “나보다 약한 존재라도 너그러이 존중감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지혜를 종교 공동체를 통해서라도 경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행 성폭력처벌법의 한계를 지적한 전수연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매일 같이 디지털 성폭력 피해 소식들이 보도될 정도로 범죄는 만연하고 피해자들은 속출하는 상황에서 관련 법제는 디지털 범죄 양태의 다양성과 참신성을 미처 포섭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자는 존재하나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서 불법촬영 및 편집물 생성 등의 요건이 되는 ‘성적 수치심’ 용어 수정 △촬영, 복제, 편집, 합성, 가공 등의 행위를 열거하는 방식 대신 ‘생성’ 등의 포괄적 개념으로의 수정 및 “대상자의 동의 없이 성적인 이미지를 생성”하는 행위 처벌 적용 △불법으로 촬영, 편집, 유포시 ‘의사에 반하여’ 요건을 ‘동의 없이’로 수정 등을 제안했다.

딥페이크 사태를 마주한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논의했다. 최수산나 국장(한국YWCA연합회)은 “딥페이크는 여성 혐오의 산물로서 성착취에 기반한 포르노 제작 기술로 이를 통해 여성은 누구나 성착취의 대상이 된다”며 “N번방 이후에도 여전히 지인능욕방 등으로 성착취의 현장이 되고 이익 창출의 창구가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텔레그램)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가르침과 시대에 맞는 기독교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최 국장은 “한국교회가 혐오와 경멸 대신 사랑의 종교로, 배제와 독선 대신 포용과 공감의 언어 그리고 성평등한 기독교의 회복을 위한 가르침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은재 팀장(기독교반성폭력센터)은 △성폭력 예방을 넘어 성평등 교육 의무화 △개교회 미디어·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활성화 △‘성평등’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교회법 개정운동 △교회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성철 간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 존엄과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억압과 차별에 반대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에 함께 동참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며 “이러한 사명의 구체적인 실현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서도 드러나야 하며 이 시대 교회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