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언문’ 무얼 담나

“동성애는 죄악” 확실한 결론 분단된 한반도 상황도 언급 “교회성장에 방점 뒀지만  세상 아픔 동참노력 덜해”

2024-10-02     김준수

제4차 로잔대회 개최를 앞두고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로잔운동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복음주의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이 거셌다. 이런 가운데 대회 둘째 날인 지난 9월 23일 서울선언문 초안이 공개되는 해프닝이 벌어져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창조세계돌봄, 기후위기 등 세계 기독교가 당면한 과제가 제대로 담기지 못해 과거 문서들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국제로잔 지도부는 9월 26일 서울선언과 관련해 모든 참가자들에게 메일을 발송해 건의 및 이의 사항을 받기로 했다. 로잔대회 부위원장 최형근 교수에 따르면, 서울선언 최종본은 로잔대회 참가자들의 피드백을 정리한 이후 공식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선언은 △복음 △성경 △교회 △인간 △제자도 △열방 △기술 등 총 9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내용으로 성 정체성, 결혼과 독신, 동성 성관계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다루고 있다. 서울선언은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인간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명확하게 식별 가능한 신체적 특징과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계적 특징을 가진 성적 존재로 창조되었음을 다루고 있다”며 “우리는 섹슈얼리티(성적 지향성)에 대한 왜곡을 탄식한다. 우리는 개인이 우리의 창조성과 무관하게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한다. 생물학적 성(sex)과 성별(gender)은 구별될 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성 간의 성관계에 대한 성경의 모든 언급은, 하나님께서 그러한 행위를 성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위반하고 창조주의 선한 설계를 왜곡하는 것으로 간주하므로 그것이 죄악이라는 피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태어날 때 성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동성에게 끌림을 경험한 이들을 교회 공동체 차원에서 “목회적 돌봄과 건강한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를 발전시킴으로써 제자 훈련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애통해하는 내용도 찾을 수 있다. 

최형근 교수는 서울선언에 시급히 다뤄야 할 선교적 과제들이 담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앞으로 최종 발표될 서울선언과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he Great Commission Report)’를 함께 살펴줄 것을 당부했다.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에는 전 세계 선교 전문가 150명이 2050년을 내다보며 교회의 선교에 영향을 미칠 10가지 주요 질문과 대안, 전 세계 12개 지역의 선교 현안이 담겨 있다.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총괄기획본부장 이대행 선교사도 “서울선언은 서문에서 이전의 로잔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을 온전히 확언하고, 그 토대 위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성경이 아닌 이상 모든 걸 담아내기 어렵다. 성경도 주석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서울선언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서울선언 초안이 공개된 직후 대회 현장에서 70여 명의 참가자들이 국제로잔 지도부에 ‘서울선언문이 기후위기, 팬데믹, 신냉전 시대 등 예언적 목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했다. 조샘 선교사(전 인터서브코리아 대표)는 로잔대회와 서울선언의 긍정적 요소를 언급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조 선교사는 “서울선언의 전반적인 흐름이 교회를 지키고 성장시키려는 마음이 강한 데 반해, 세상의 아픔에 동참하려는 마음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