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422)작은교회의 ‘토스트 아웃’

선교비로는 월세도 감당 못하는 현실 많은 목회자들 ‘번 아웃’ 상태 이르러 소명 완주 위한 교단차원 시스템 절실

2024-09-25     오주영 목사 (인천동지방 · 엘림교회)

번아웃(Burnout)’은 말 그대로 다 타버려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말은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 베르거가 약물 중독자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스트레스와 과로에 탈진하는 모습에서 착안한 용어입니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번 아웃 증후군’을 국제질병분류(ICD) 체계에 기재했습니다. WHO는 일에 몰두하다가 과로와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에 빠지는 이 현상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에, ‘토스트 아웃(toast-out)’은 다 타버리기 직전 토스트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주어진 일도 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의욕이 없는 상태입니다. 번아웃은 완전히 한계를 뛰어넘은 상태인 만큼 늦어버린 것이지만, 토스트 아웃은 탈진하기 직전 상태이므로 아직 소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0년대 한국에서 번아웃은 빠르게 회자되었습니다. 장시간 근로, 과도한 업무, 완벽한 삶을 추구하며, 성공하고 싶으면 인생을 갈아 넣으라고 권하다가 과로사회, 피로사회를 만들었고, 번아웃은 필수경험이었습니다. 번아웃은 오랜 직장생활 끝에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청년 구직자에게 한국은 일을 하게 해 줬다는 구실로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열정페이’를 요구했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고 이제는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데 방점이 찍혔습니다.  

2024년 한국의 개척교회와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열정페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헌신페이’를 스스로 강요하거나 강요받습니다. 한 세대 전에는 작은교회를 지원하는 큰교회의 선교비로 교회 월세가 가능했습니다. 생활은 사모님 수입으로 감당하면서 목회자는 목회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월세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 목회자 평균임금(약 216만원)은 한국 노동자 평균 임금(상용근로자 약 421만원)의 절반가량입니다. 일용직 노동자와 비슷합니다. 목회자 생활에 관해서 개척교회와 작은교회는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제 작은교회 선교비로는 월세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목회자가 학원차량 운전기사, 스페어 택시기사, 카페 알바 등 몰래바이트(?)를 합니다. 이 불법을 저지르는 목회자에게 더 기도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단정 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정페이’ 요구하는 악덕업주가 생각납니다.    

더 이상 불균형하고, 불안한 큰 교회 지인 목회자의 선한 의지에 기대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라고 사료됩니다. 이제는 지방회 차원에서, 교단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해서 돌봐야 합니다. 

매년 2~3개 교회가 개척하고, 1~2개 교회가 폐쇄됩니다. 목회자가 ‘번아웃’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떠나는 것입니다. 토스트가 노릇노릇해지면 꺼내야 하듯이 목회자가 다 타기 전에 꺼내주어야 합니다. 

작은교회 목회자에게 우울감은 일상이 되어 삶의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사역의 기쁨보다 소명의 무게가 더 커져서 견디기 힘들어할 때가 많습니다. 목회자들이 값싼 은혜로 결단한 것이 아니기에, 작은교회 목회자도 소명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다 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