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다시 세울 묘약 부모를 ‘신앙 가정교사’로

예장고신 ‘2024 교회교육 엑스포’ 가정사역 권위 크리스 셜리 교수 “가정 강건하려면 교회 건강해야” 세대통합 사역 눈에띄는 충신교회 교회중심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부모-조부모 신앙 세우기 힘써 부흥

2024-09-11     김준수

가정의 유산과 전통의 중요성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심각한 것은 교회 안에서도 가정의 해체가 심화되고 있고, 점차 젊은 세대가 교회와 신앙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붙잡아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예장고신 총회교육원은 지난 9월 2~3일 부산 포도원교회(김문훈 목사)와 7일 서울 남서울교회(최성은 목사)에서 ‘한국교회 교회학교 다시 세우기’를 주제로 ‘2024 한국교회 교회교육 엑스포’를 개최했다. 예장고신 교회교육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엑스포에서는 연인원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회 내 가정사역의 중요성과 함께 각 세대별 사역 노하우와 사례를 공유했다.

가정사역의 권위자인 크리스 셜리 교수(미국 사우스웨스턴 신학교 교육학장)는 주제강의에서 합계 출생률의 하락, 초고령화 사회, 혼인율 감소 등의 위기를 열거하며 “교회는 이런 상황 속에서 가정을 튼튼하게 하고 가정 구성원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헌신을 힘써 감당하기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경적 가정 개념 재정립 필요
무엇보다 성경적인 기초 위에 가정의 개념을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가정과 결혼의 가치는 사회학적 개념이 아닌, 성경적이고 영적인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며 “창세기에서 죄가 모든 관계를 파괴했지만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까진 파괴하지 못했다. 가정은 여전히 하나님의 이상이며 하나님이 축복하신 방식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과 교회의 관계에 대한 명쾌한 해답도 내놓았다. 크리스 셜리 교수는 “교회는 하나님의 축복과 계획을 세상에 전달하는 새로운 가족”이라며 “초대교회 당시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기존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했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의 지원과 돌봄, 지지와 격려가 필요했다. 이 일을 교회가 새로운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정은 교회에서 선교 사역의 중추를 담당한다. 이웃에게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고, 상처받은 세상의 필요를 돌보며 제자를 삼는 사명을 감당한다”며 “이 가정에도 교회가 필요하다. 가정의 강건함과 평안함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교회를 필수다. 가정과 교회의 관계는 사랑을 기반으로 하며 이 사랑은 헌신과 희생에 기초한다”고 덧붙였다.

부모, 가정의 신앙 교사
세대 통합 사역으로 부흥을 경험하고 있는 교회의 사례도 발표됐다. 예장통합 충신교회(이전호 목사)는 부모와 조부모의 신앙 세우기에 집중한 ‘굿페어런팅’과 ‘좋은 조부모 학교’ 사역을 펼치고 있다. 충신교회에서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이도복 목사는 “다음세대를 신앙 안에서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회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터전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신앙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부모’가 있다”며 “한국교회는 다음세대를 신앙 안에서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 부모를 ‘가정의 신앙교사’로 세우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6년부터 시작된 아기학교 사역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굿페어런팅Ⅰ(부모학교)은 ‘부모, 가정의 신앙교사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부모가 자녀 신앙 교육의 주체적인 책임자로서 그 역할을 감당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2024년 현재 13기를 맞이해 약 40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또 이 과정을 수료해야만 ‘가들리 가든(리더십 프로그램)’과 굿페어런팅Ⅱ(가정예배학교)에 지원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 목사는 “가정의 예배가 살아야 공동체 예배도 활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교회는 가정예배와 공동체 예배가 서로 연결되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충신교회는 매년 새해와 추석 모든 성도들이 참여하는 ‘가정예배 축제’를 열고, 가정예배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가정들을 ‘Grace-full Homeground’로 선정해 격려한다. 또 ‘가정예배 달력’을 통해 매일의 예배를 기록하고 기념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들이 직접 가정예배를 계획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가정예배 카드’를 제공한다.

가정예배의 형식도 다양하다.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의 연령, 은사에 따라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다채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말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예술형 가정예배’, 깊이 있는 나눔을 하는 ‘QT형 가정예배’,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신앙을 나누는 ‘대화형 가정예배’, 자연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가정예배 캠핑’도 빼놓을 수 없다.

부모교육, 교회의 본질적 사명
강력한 신앙의 삼겹줄을 만드는 요소로는 좋은 조부모 학교를 뺴놓을 수 없다. ‘크리스천 조부모 리더십’, ‘나이 듦의 영성’, ‘조부모의 성경적 신앙전수’ 등을 주제로 4주간 교육이 진행된다. 

이 목사는 “부모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아닌,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며 한국교회를 새롭게 세우는 하나님의 비전”이라며 “담임목사의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든 세대가 하나 되어 헌신할 때, 다음세대와 한국교회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포에 참가한 김의현 집사(남일교회)는 “교회에서 초등부 부장으로 섬기고 있는데 우리 교회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거나 한 분만 나오시는 경우가 많다. 교회학교의 부흥을 위해서라도 3040 부모님들을 위한 사역이 필요하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됐다”고 소감을 전하며 교회학교와 가정 사역의 연계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