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쌤, 기도모임 갖고 싶어요” 삼고초려 끝에 허락 받아낸 중3
대전지역 학원복음화 앞장서는 ‘라이트온 기도불씨운동’ 중고교 20곳 넘게 확산돼 대형집회 땐 1000~1500명 참석
대전 지역의 학생복음화를 위해 2022년부터 학교와 교회, 거리에서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라이트온-학교기도불씨운동’에서 활동하는 기독 청소년과 기독교사, 목회자들이다.
‘라이트온’은 첫 모임부터 뜨거웠다. 2022년 12월.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던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대전태평교회(한상현 목사) 지하 예배실에 기독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교사들과 교파를 초월해 모인 목회자들까지 포함해 50여 명이 모여 눈물로 기도했다.
이들의 기도제목은 단 한 가지였다. 대전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그들의 삶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학교에서도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편지로서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는 것이었다.
2023년 대전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대전시 소재 중학교는 89개,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을 포함해 고등학교는 62개다. 라이트온의 비전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이 머무르는 학교에 정기적인 기도모임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학교기도모임의 필요성은 청소년 시기 학생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북돋기 위한 것도 있지만,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 역시 무척 중요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라이트온 사역의 특징 중 하나는 중·고등 기독학생들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미션스쿨이나 이미 기독동아리가 있는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도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는 기도모임의 필요성을 느끼는 한 두 사람의 헌신이 필수적이다. 말 그대로 기도모임의 불씨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라이트온 모임을 통해서 또래 친구들의 열정에 도전을 받은 학생들을 주축으로 기도모임이 세워진 학교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미 기도모임이 있거나 기독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도 라이트온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스스로 신앙을 담금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때론 기도모임을 세우겠다는 결단만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다. 대개 신규 동아리 설립이나 모임을 위한 시설 대관은 학교장 재량이다. 기독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거나 학생들의 신앙 활동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면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히기 쉽다. 학생들이 학교장이나 선생님들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라이트온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던 한 학생은 중학교 3학년이 되자 교장선생님을 세 번 연거푸 찾아간 끝에 “한 번 해봐”라는 대답을 받아내 기도모임을 허락 받은 경우도 있다.
대전시 유성구 소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중단되었던 기도모임이 라이트온을 통해 다시 시작됐다. 서로 기독교인지도 몰랐던 학생들이 함께 모여 기도모임을 재건하는 감격은 물론, 최근에 부모님을 여의고 방황했던 한 학생이 기도모임을 통해서 위로를 얻으며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로 결단하는 은혜도 있었다.
라이트온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목회자들과 기독교사들의 동역도 빛을 발한다. 현재 라이트온에는 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 교단 송해관 목사(대전태평교회 부목사)를 중심으로 박모세 목사(양들교회, 네임리스 공동대표), 조나단 간사(한우리기독학교 총괄), 이웅용 목사(성서유니온 대전지부 총무), 박윤환 목사(RM 국제학교 교장, 행복교육실천운동 대표), 우리 교단 강규하 전도사(문지교회), 한석우 목사(주우리교회) 등이 자비량으로 사역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홍정수 목사(부산 학교기도불씨운동,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사무국장)와 우리 교단 한상현 목사(대전태평교회)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라이트온은 학교 안에서 기도모임을 세우기 원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간다. 송해관 목사를 비롯해 라이트온 활동을 하는 목회자들과 한동대와 대전 소재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 라이트온 출신 대학생들로 구성된 스태프들이 찬양과 말씀, 모임 인도까지 기도모임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돕고 있다.
또 기독교사들은 동아리 지도교사가 되거나 학생들과 함께 학교장을 설득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며 기도모임이 학교 안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독학생과 기독교사, 여기에 목회자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보듬어 가는 가운데 대전 지역의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라이트온 대표 송해관 목사는 “많은 청소년 사역자가 그러하듯 저 역시 청소년 시기에 좋은 선생님과 기독 공동체를 만나 신앙 안에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대신고에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마다 기독동아리에서 기도모임을 하고, 몇몇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여 뜨겁게 기도한 기억이 있다”며 “지금 돌이켜봐도 이런 활동들이 제 고등학교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던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그래서 저 또한 받은 은혜를 나누고자 라이트온 사역에 더 헌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트온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ZOOM 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모이기에 힘쓰고 있다. 또 유명 찬양팀과 강사를 초청하는 대형집회를 매년 2~3차례 연다. 집회를 개최하면 보통 1,000~1,50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다.
지난 3월 9일 배재대 아펜젤러기념관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이자야씩스티원 찬양팀과 김선교 선교사(다윗의열쇠 대표)를 초청한 가운데 1,400여 명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통성기도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단상 앞으로 나가 각 학교의 상황을 공유하며 중보기도도 뜨겁게 한다.
라이트온 사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모임(200~300명)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 각 학교 핵심 기도 인도자들이 모여서 서로의 상황과 고충을 나누며 교제하고 기도하는 오픈 모임(50~60명)도 활발하다.
올해 7월 기준으로 라이트온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대전 지역 학교는 관저고, 구봉중, 노은고, 대성여고, 대전여상, 대전예술고, 두리중, 버드내중, 삼천중, 서대전여고, 서일고, 세종장영실고, 송촌고, 송촌중, 신탄진고, 우송고, 유성고, 유성여고, 유성중, 충남여고, 호수돈여고, RM국제학교 등이 있다. 적지 않은 수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지만, 대전지역 학생기도불씨운동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라이트온으로서는 여전히 이 사역에 헌신할 동역자와 재정이 부족한 실정이다.
송해관 목사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지역교회의 참여”라며 “라이트온은 단체의 성장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라이트온을 통해 각 학교의 기도모임이 활성화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전지역 교회와 학생부 사역이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교단 차원에서도 청소년 부흥의 불씨를 일으켜줄 이 초교파 사역에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요청한 송 목사는 “라이트온 사역에 필요한 재정의 일부를 지원받고는 있지만, 70~80%는 리더급들의 자비량으로 감당하고 있다”며 “이 시대는 연합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은 시대다. 성결교단이 연합의 물결에 앞장서서 대전지역의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