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19)교회, 치유 위해 기꺼이 찾는 곳 돼야
한국의 우울증 환자는 2022년 1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2018년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는 반면, 실제 상담을 받는 경우는 불과 4명 중 1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역시 일반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소장 지용근, 이하 목데연)는 최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정신건강과 교회의 과제에 대해 넘버즈 252호에서 다뤘다.
정신건강 문제 경험자에게 주변에 상의나 상담 또는 병원 방문을 한 일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73%가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2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상담/치료 비용 부담’ 21%, ‘상담/치료 기록으로 인한 불이익’ 14% 순이었다. 한국 정신질환자의 생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로 일본(20%)이나 호주(35%), 스페인(36%), 미국(43%), 캐나다(47%)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현상의 원인은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이 개인의 약점이나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및 집단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정신 건강 문제를 심리적 약점이나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안타깝게도 기독교계 내에서도 정신 건강의 문제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번 조사에서 정신 건강 문제로 가장 많이 도움을 청한 대상자(중복) 중 종교인(성직자)은 8%에 불과했다.
그러나 또한 희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상담 결과) ‘도움 됐다’는 대상자의 비율은 종교인(성직자)이 80%로 압도적으로 컸고, 나머지는 63%~67% 수준으로 비슷했다. 이는 결국 정신 건강 문제에 있어 종교, 특히 기독교의 역할의 중요함을 보여 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특히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담론은 앞서 언급했듯 아직도 기독교계 일부에서 지나치게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 질환도 다른 신체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이 세상의 불완전함으로 인한 고통의 일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무작정 정죄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하며 치료와 지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현 시대 인류가 향유하는 풍요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여전히 극히 적은 식량조차 없어 기아로 죽어가는 이들이 전 세계에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이들이 또한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부를 쌓아 놓고 살고 있다. 그런데도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불행하다고 느끼거나 심지어 자살을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는 아모스의 말씀을 우리는 곱씹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갈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곳은 오직 교회뿐이라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많은 이들이 허무와 좌절, 고독에 빠져 헛된 곳에서 그 갈증을 해소하려 하거나 자신을 해치는 선택을 하고 있다. 이 문제들 앞에 교회는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여호와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참된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목마르고 주린 이들의 영적 우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