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18)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있다
최근 소위 ‘조력자살’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국회 당시인 지난 2022년 6월 국내 처음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올해 7월 초 이번 제22대 국회에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을 단독 법안으로 재발의하면서 그 불씨를 댕겼다.
21대 국회 당시 개정안은 종교계와 의료계의 반대로 상임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입법 논의가 중단됐고,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재발의된 조력존엄사법에서는 ‘조력존엄사’ 희망자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고, 이를 심의·결정할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심사위원회는 25명이며, 의료 전문가를 과반으로 구성한다. 대상자는 대상자 결정일 1개월 후 자신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존엄사 희망 의사표시 후 이행할 수 있다.
또 존엄사를 도운 담당의사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상자가 언제든지 존엄사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철회권, 존엄사 이행으로 사망한 사람과 보험금 수령인 또는 연금수급자에 대한 불이익 금지 등의 민감한 조항도 신설했다.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은 매우 치열하며 아마도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정도와 수위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계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해 적극 공론화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신성한 존재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의 생명은 특별한 가치와 존엄성을 지닌다. 이 신성한 생명을 유한자인 인간의 임의적 판단으로 끝내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매우 심각한 점은, 이와 같이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를 대함에 있어서 정치 및 사회 지도자들이 점점 종교계의 의견을 경청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 중요 결정들을 내릴 때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야 하고, 특히 생명에 대한 문제는 종교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대체로 의학적·경제적 고려만 할 뿐, 종교계의 의견은 형식적으로라도 들으려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안의 명칭도 매우 기만적이다. 조력자살을 합법화하면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고 특히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부담이 되는 존재”라는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또한 경제적 부담이나 가족의 압력으로 인해 자발적이지 않은 조력자살이 이뤄지거나, 의료윤리에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존엄사’라고 칭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오해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모든 차별이 없어질 것처럼 호도하지만, 오히려 과잉 입법에 의한 역차별이 심각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각종 질병에서 고침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들도 생겨나고 있으며, 조력자살 논란 또한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과학과 의학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며, 기독교계는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