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인가, 제자인가

(요한복음 6장 9~10절)

2024-08-14     신윤진 목사 (인천남지방·신성교회)

『팬인가, 제자인가』는 카일 아이들먼 목사의 책입니다. 아이들먼 목사는 팬에 대한 정의를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내립니다. 저자는 이런 팬이 예수님에게도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 주변에도 팬이 많다. 팬은 일이 잘 풀릴 때는 예수님을 응원하지만 반대 상황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을 돌려 다른 선수에게 들러붙는다. 팬은 안전한 관람석에 앉아 응원만 할 줄 알지 경기장에서 필요한 희생과 고통은 조금도 모른다." 

디베랴 바다 건너편 산비탈 빈들에는 예수님의 수많은 팬들이 운집해 있습니다. 어림잡아 약 2만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저녁이라는 시간, 빈들이라는 공간, 그리고 수많은 무리라는 인간입니다. 예수님은 제자 빌립에게 물으십니다. “이 사람들이 먹을 빵을 어디서 살 수 있겠느냐?”(5절 쉬운성경). 그렇지 않아도 모두가 지금 시장한 시간이고 더군다나 빈 들판에서 이 어마어마한 군중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긴장하던 차였습니다. 빌립이 대답합니다. “한 사람당 조금씩만 먹는다고 해도 200데나리온 어치의 빵으로도 모자랄 것입니다.”(7절 우리말성경). 

다음 선수는 안드레지요. 안드레는 “여기 한 소년이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소용이 있겠습니까?”(9절 우리말성경). 역시 비관적인 대답입니다. 

얼마 전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38년 된 병자를 고치신 예수님을 목격한 제자들입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빌립의 말끝에 “2,000만원 어치의 빵을 사도 다 먹일 수 없지만, 예수님에게는 능치 못함이 없으심을 믿습니다.” 그랬다면 빌립이 주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지 않았을까요. 안드레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데 눈이 밝은 안드레도 빌립처럼 믿음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기 자신의 도시락을 가지고 나온 소년이 있습니다. 제자도 아닌 어린 소년이 보리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자신이 가진 것 전부를 드립니다. 그때 1인분의 식사량이 단숨에 5천인 분, 2만 인분의 식사량으로 늘었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아이는 이 순간 팬의 자리에서 제자가 된 것입니다. 카일 아이들먼 목사는 책에서 결론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이 전부를 요구하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가장 포기하지 못하는 그 한 가지가 그분의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빼고 나머지를 전부 그분께 드린다 해도 그 한 가지가 우상이 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팬과 제자는 한 끗 차이입니다. ‘계산 하는 자인가, 드리는 자인가’. 팬들은 예수님의 주변을 따르지만 희생하지 않습니다. 기적은 드리는 자를 통해 경험됩니다. 

하나님은 드릴 때 경험되어 주시는 분입니다. 경험하는 자만이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소년은 평생 이 사건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험한 이 순간, 드리지 않았으면 경험 못할 하나님, 팬에 머물던 제자들, 도시락을 내놓지 않던 어른들 그 누구도 경험 못한 하나님을 어린이는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을 경험해야 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