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417) 눈을 감고도 뛸 수 있는 특별한 능력

시각장애 트라우마  딛고 군선교 소명 ‘예수님의 흔적’ 지니고 살면 가능해져

2024-08-14     김기동 목사 (강원서지방 · 횃불교회 군 선교사)

인생을 살면서 누구도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경험한 고통의 문제들이 삶과 마음에 부정적으로 자리 잡게될 때 이것을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표현합니다. 즉, 자연재해와 전쟁과 또 여러 가지 물리적인 사건 사고로 그 시간이 오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고통, 불안, 초조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통의 문제 앞에서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고린도후서 11장 23절부터 27절에 나타난 바울의 삶을 보면 예수님을 믿은 후 그가 겪은 삶의 여정은 세상적인 기준으로 볼 때 기쁨, 행복, 감사의 여정이 아니라 고통, 배척, 아픔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과 어려움의 순간들은 결코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갈라디아서 6장 17절에 따르면 내 안에 ‘예수의 스티그마(흔적)’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이 세상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걸어가신 여정이 스스로를 높이는 여정이 아니요 오히려 치욕과 불명예의 스티그마를 새기는 여정이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스티그마가 자신의 몸과 심령 가운데 자리 잡고 있음을 분명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울의 삶과는 조금 다르지만 저에게도 스티그마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지난 2019년 어느 날 아침 아무런 이유 없이 시력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시각장애로 남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는 저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저의 의학적 시력은 0.02로 5년이라는 기간동안 지속되는 깊은 어두움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시력으로는 운전을 할 수도 없고, 성경을 읽을 수도 없고, 혼자서 길을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사람과 물체를 구별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가 된 것입니다. 건강할 때는 당연하고 쉽게 할 수 있던 일들이 장애 이후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사와 기도 찬양임을 고백합니다. 

눈이 어두워서 사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신명기 31장 3절을 통해 내가 빛이 되어 먼저 앞장서 가며 길을 인도하실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특별한 영역에서 다음세대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먼저 군 선교 사역입니다. 이 사역은 현존하는 미래세대인 청년들을 세워가는 사역입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감당하고 있는 새벽이슬과 같은 청년들이 복음을 듣고 알아 갈 수 있도록 전하고 그로 인하여 이들이 주님과 함께 풍성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별한 다음세대 사역은 ‘다시청(다음세대 시각장애인 청소년, 청년)’을 위한 사역입니다. 언젠가부터 하나님께서는 시각장애인이 된 저에게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웃고 울며 삶을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걸음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과 특별히, ‘다시청’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다양한 섬김과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며 교제하고 있습니다. 

이 사역을 통하여 ‘다시청’들이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발견하고 꿈꾸고 그로 인하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길 소망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삶을 살면서 제가 겪은 어려움, 더 나아가 우리가 겪은 다양한 어려움들이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트라우마’로 남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스티그마’가 있었기에 우리가 구원의 놀라운 은혜를 누릴 수 있음을 기억하며 우리의 삶이 그 임마누엘의 예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스티그마’의 삶으로 고백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