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15) “전하, 종사(宗社)를 돌보소서!”
▨… “전하, 종사(宗社)를 돌보소서!” 이는 임금이 나랏일에 힘쓰지 않는 게으름이나 방탕한 생활에 빠져있을 때, 신하들이 간곡히 진언하는 말이다. 조선 건국 후 태조는 정무와 외교의 중심인 경복궁의 왼쪽에 역대 임금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종묘(宗廟)가 있고 오른쪽에는 토지의 신(社)과 곡식의 신(稷)에게 제사하는 사직단(社稷壇)을 설치하여 이곳의 제례를 곧 국정이라 한 것이다. 유교를 바탕으로 한 건국이념이 왜 제사에 집중되었을까.
▨… 외적의 침입이나 엄청난 재앙으로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울 때는 “이대로라면 더 이상 종사를 보존하기 어렵사옵니다”라고 아뢰었다. 종사가 곧 국가였다는 것이다. 정치적 혼란, 또는 세자를 선택하는 등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임금은 종묘를 찾았다. 왕권의 정통성을 찾고 정체성을 힘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이 근본이었던 이 땅에 오랜 가뭄이 들어 백성들의 삶이 위태로우면 왕은 사직단을 찾아 지도자의 비윤리적 죄를 회개하고 하늘의 은혜를 빌었다.
▨… 오늘날 정치인들이 중요한 결단의 순간이나 변화를 시도할 때 여전히 국립묘지 또는 국민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인물의 묘소를 찾는다. 고인이 된 독립유공자나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의 계보에 자신을 연결함으로 정통성을 주장하고 국민에게 정체성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이 선행되지 않고 일관성 없는 행보에 의아해하는 국민이 과연 형식적인 방문행위에 얼마나 공감할까.
▨… 우리 교단의 정통성이 웨슬리, 동양선교회, 김상준과 정빈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소속한 교구와 파송 주체가 없어 무시당하면서도 “세계가 나의 교구”라며 당당하던 존 웨슬리. 교단 배경이나 교육, 의료 등의 간접 수단 없이 선교회로 동경에서 대륙을 품던 카우만, 길보른의 큰 뜻, 교파 선교에 집착하지 않고 전도관의 이름만으로 말씀의 능력과 성령의 역사를 드러낸 김상준의 열정이 지금 우리에게 있는가.
▨… 장·감·성의 순위에서 밀려날 것 같은 위기감에 유아세례, 청소년 세례 인을 합산하고 해외 선교지 교인까지 포함해 보았지만 결과는… 남과 비교하여 열등감이나 우월감에 빠지지 말자. 교리신학이 아닌 사중복음의 전도 표제, 교세 확장이 아닌 복음 전도의 열정, 교회 성장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 법보다 은혜임을 고백하는 성결의 신앙이 우리의 정통성이며 정체성이다. 이것을 찾기 위해 교단의 지도자들에게 간언한다. 전하! 종사를 돌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