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14)낙태가 흥밋거리가 돼 버린 세상

2024-07-17     한국성결신문

최근 ‘임신 9개월(36주차) 낙태 브이로그’가 유튜브에 게시돼 전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해당 유튜버는 ‘총 수술 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2분 35초짜리 영상에서, 자신이 임신 9개월차인 만삭의 상태에서 낙태 시술을 받았다며 그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유튜버는 문제의 영상이 논란이 되자 삭제한 뒤, 채널 이름을 바꾸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브이로그 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낙태 브이로그 영상의 진위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지만, 그 영상이 참이든 거짓이든 그야말로 극에 달한 이 시대의 생명 경시 풍조를 보여 주는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적으로 봤을 때 낙태는 절대 있어선 안 될 범죄다. 예레미야 1장 5절은 “내가 너를 태중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라고, 시편 139편 13절은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라고 말씀한다. 

더욱이 의학적으로도 임신 36주차 낙태는 살인이다. 보통 태아는 8주차부터 사람의 형태를 띠기 시작하며, 36주차에는 거의 완전한 인간으로 발달해 있다. 또한 임신 말기의 낙태는 산모의 건강과 생명에도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고, 낙태 과정은 묘사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하다. 

그런데도 임신 36주차 낙태를 브이로그 형식으로 찍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버젓이 게시하는 것은, 이 사회에 낙태 문제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 영상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 해도, 이런 무시무시한 주제를 흥미용으로 다룬다는 발상 자체가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고 썩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이 벌어질 수 있게 된 또 하나의 한심하고 참담한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낙태에 대한 입법 공백 사태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낙태 규제 관련 실효 규정은 전무한 상태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낙태가 자행되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다.

이 문제는 여·야를 떠나 기독 국회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1대(2020년 5월 30일부터 4년간) 국회에서 기독 의원들의 비율은 41%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역시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다른 종교를 가진 국회의원들과 연대했다면 넉넉히 과반이 됐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렵지 않게 낙태 문제에 대한 법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 낙태죄 입법 공백 사태가 계속된다는 것은 기독 국회의원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웠다는 증거이고, 이는 정말 심각한 기만과 태만과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 같은 실태는 교회 지도자들과 기독 유권자들의 탓도 크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더욱 공론화해 기독 정치인들을 압박했다면, 또한 기독 유권자들이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이 같은 이슈들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했다면, 기독 정치인들도 당연히 이 문제를 의식하고 조속히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기독교인들이 똘똘 뭉쳐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줬다면, 애초에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독교계는 반성하며 여성의 인권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확실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올바른 성윤리 확립을 위해 힘써서, 낙태라는 불행한 일이 이 땅에서 근절되도록 근본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