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설교, 10초면 뚝딱” 챗GPT의 아찔한 유혹

‘AI목회 어디까지 가능한가’ 자료 검색용으로 참고 가능 실제 설교작성용 맹신 금물 “DB 제한적이고 출처 불분명 교단 신학과 맞는지 따져야”

2024-07-10     박종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요한복음 3장 16절을 통해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그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의 선물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1.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2. 구원의 계획 (독생자를 주셨으니)

3. 믿음의 필요성 (그를 믿는 자마다)

4. 영원한 생명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의 사랑과 그분의 구원의 계획을 우리에게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중략)

 

챗GPT에 요한복음 3장 16절을 본문으로 10분 분량의 설교를 의뢰하자 위와 같은 설교문이 약 10초 만에 나왔다. 서론과  구체적인 설교문, 결론까지 제공한다. 명령어를 바꿔 30분, 1시간 설교문을 요청하자 마찬가지로 설교 한편이 뚝딱 만들어졌다.

서비스 시작 후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챗GPT가 일상을 넘어 목회현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주석과 사전을 찾아야 했던 예전보다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다. 실제로 많은 목회자들이 챗GPT를 설교 작성이나 자료 검색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목회데이터연구소와 미래목회말씀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목회자의 42%가 ‘목회나 설교를 위해 챗GPT를 사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사용 분야로는 ‘설교 또는 강의 준비를 위한 자료 획득’이 8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금은 더 많은 목회자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신학자들은 챗GPT를 자료 검색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설교 작성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신학적인 검증이 부족한 점, 회중에 맞지 않는 설교문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기본적으로 챗GPT는 LLM(대규모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LLM의 특징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하면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하고 문맥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챗GPT 서비스도 공급자가 입력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문제는 공급자가 입력한 데이터의 질과 소스, 출처이다. 예를 들어 성경 본문을 입력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은 공급자가 어느 데이터를 입력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급자가 정통 교단과 신학교의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에는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정재웅 교수(서울신대 설교학)는 “챗GPT에서 제공하는 성경 서비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제한적이고 출처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자칫 신천지와 안산홍과 같은 이단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해 신학적으로 분별할 수 있어야 하고 청중의 상황에 적합한 설교문인지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 교수는 교단의 신학과 신앙에 적합한지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챗GPT에서 제공하는 내용 자체가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융통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정통 교단의 자료라고 해도 미국 장로교나 감리교에서 나온 신학 해석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챗GPT의 방대한 정보는 장로교나 감리교 같은 대형 교단의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교단의 신학과 신앙에 맞는 설교문이나 자료인지에 대해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교의 창조성과 청중의 요구에 맞는 설교문 작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신학자도 있다. 지난 5월 열린 한국복음주의실천신학회 학술대회에서 박현신 교수(총신대)는 챗GPT와 AI가 목회자와 설교자를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챗GPT가 아무리 뛰어나도 선지자적 설교, 설교자의 깊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 주신 메시지를 전하는 설교, 하나님 나라의 종말론적 미래에 관한 설교를 할 순 없을 것”이라며 “강해 설교의 목적은 설교자에게 성령의 능력주심을 통해 담대함, 깨달음(조명), 사랑, 효과적 언어와 소통 등으로 회중들 영혼 안에 회개, 깨달음, 감동, 결단이 일어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실제 챗GPT에게 요청해 생성한 설교 10편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전체적 차원: 설교문이라기보다 주석적 아웃라인과 귀납적 성경연구나 묵상 요약에 가깝다 △철학과 본질 차원: 현대 강해 설교의 본질적 특성을 일관성 있게 살려낼 해석학적·설교학적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법론과 형식 차원: 현대 강해 설교학에서 비판받아온 천편일률적 3대지 혹은 대지 설교의 약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등으로 비평했다.

그렇다면 챗GPT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정재웅 교수는 “목회와 사역 등으로 시간을 아껴야 하는 현실이라면 성서 연구나 지리, 본문의 배경 등에 대해서는 참고할 수 있다”며 “다만 설교의 경우에는 아직 제한된 데이터베이스와 교단 신학과 신앙 등의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챗GPT의 가장 큰 오류는 이단의 주장을 출처없이 제공하는 이른 바 가짜를 진짜처럼 말하는 현상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며 “프로그램 보다 신학적 배경이 잘 세워져 있어야 하며 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