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홀사모 위한 태안나공동체 설립한 이봉순 사모

“갑작스런 큰돈, 동병상련 홀사모들 위해” 남편 신중호 목사 사고로 소천 홀사모들은 노후 대책 막막해 건물 구입해 생활공동체 마련 목사지만 사모로 섬기며 돌볼 것

2024-07-01     문혜성

지난달 충남 태안군 소원면에 ‘태안나공동체’라는 특별한 공동체가 문을 열었다. 남편 목회자를 먼저 보낸 ‘홀사모’들을 위한 생활 터전이다.  ‘태안나공동체’는 자신도 남편 먼저 보내고 홀사모가 되어야 했던 이봉순 사모(주우리교회 부목사, 70세)가 4억원 넘게 사재를 털어 세운 선교의 장이다.

마음도 몸도 둘 곳 없는 홀사모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물론 태안나공동체를 세우기까지 오랜 세월을 보내야 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과정이었지만 “하나님이 이뤄 주실 것을 믿는다”고 확신의 기도를 드린 지 10년 만에 하나님은 기적같이 그녀의 꿈을 이뤄주셨다.

이봉순 사모가 태안나공동체를 만든 건 홀사모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나님께 가버렸어요. 그때 느낀 상실감과 혼란스러운 마음은 잊히지 않아요. 당시 안나회가 얼마나 힘이 되고 의지가 되던지요. 나중에 나도 홀사모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꿈이 이제 이뤄지는 것 같아요.”

이봉순 사모는 50대였던 12년 전에 사고로 남편 신중호 목사를 먼저 떠나보냈다. 1988년 함께 상가 건물에 평촌교회를 개척해 수십 년을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이제 살만해졌는데 하나님은 남편만 먼저 데려가셨다. 30년 넘게 모신 시어머니도 남편이 가고 나서 한 달도 안 되어 돌아가셨다. 셋이 살던 집에 덩그러니 그녀 혼자 남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홀사모 모임 ‘안나회’가 있다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모들이 마음을 나누자고 하더라고요. 계속 안 나가도 오랫동안 설득해 주었어요. 결국 남편 보내고 1년 만에 안나회에 나갔는데 그곳에서 위로를 받게 되었죠. 어린 자녀 둔 젊은 사모님들은 정말 눈물 나는 사연이 많더라고요.”

안나회를 알고 나서 이봉순 사모는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회장으로 여러 해 섬기며 그녀는 홀사모들을 위한 ‘안나의 집’을 세우겠다는 비전을 품게 됐다.

이봉순 사모는 “은퇴 여교역자들이 노년을 보내는 대전 성락원을 알게 되어 저도 들어가고 싶었어요. 문의했는데, 사모는 입소 자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홀사모를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야겠다는 큰 목표를 세우게 됐죠. 처음엔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았는데 하나님의 예비하심은 참으로 놀랍다는 걸 과정마다 체험했어요. 10년을 매달린 끝에 올해 70살 되니 꿈을 이뤄주시네요”

이 사모가 설립한 ‘태안나공동체’는 3,381.81㎡(약 1,023평) 대지 위에 본관으로 사용할 833.05㎡(25평) 메인 건물과 26~29㎡(8~9평) 단독 건물 8채가 있다. 텃밭도 1332.31㎡(400평)으로 토마토, 감자, 고구마, 파 등 온갖 작물을 다 심어 채소는 자급자족할 수 있다. 

 

태안나공동체 설립은 사실 워낙 열정적인 그녀 아니면 해내기 힘든 프로젝트였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 선정, 대지와 건물 매입, 리모델링과 운영 정관 수립 등 모든 부분을 책임져야 했고, 판단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혼자 하기에 벅찬 일이었지만 다재다능한 그녀였기에 차근차근 접근해 단계별로 일을 처리해 결국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실제로 이봉순 사모는 한 평생을 목회자 부인으로 섬기면서도 다양한 방면에서 꿈과 능력을 펼쳐왔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녀는 평촌교회를 개척하던 그해부터 어린이집을 설립해 15년을 운영하며 자립 못 했던 교회 운영비를 보탰다.

또 서울신대에 상담대학원이 개설된 첫해에 입학해 1기 졸업생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사회복지사가 된 후 처음엔 시어머니를 집에서 돌보며 경험을 쌓았고, 나중엔 샬롬요양센터를 차려서 8년을 운영했다.

그녀는 가정사역자로도 활동했고, 문학작가로도 데뷔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력을 꽃피웠다. 이 사모는 『결혼예비교욱 프로그램 연구』 『결혼 더 잘하고 싶으시죠』 『준비된 결혼이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등의 저서가 있고, 2003년 『문학과 창작』 10월호에 「어머니의 이사」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후 「프리지어 향기」를 비롯하여 십여 편의 단편도 발표했다.

무엇보다 이봉순 사모는 남편의 뒤를 이어 2018년 목회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녀는 중앙신학교와 목회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18년 제111년차 총회에서 목사로 안수받고, 서울중앙지방 소속 주님의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태안나 설립 ‘홀사모 공동체’ 설립에 박차를 가해 이번에 ‘태안나 공동체’를 설립한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상속받았지만, 오랫동안 안 팔리던 건물이 최근에 매매되어 자기 몫을 ‘태안나 공동체’ 설립에 쏟아부은 것이다.

“빚 없이 땅과 건물을 매입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아직 시설도, 인력도 부족한 게 많지만, 몸은 고돼도 마음은 즐거워서 기쁘게 일하고 있어요.”

‘이봉순 목사’보다 ‘사모’로 불리는 게 더 좋다는 그녀는 남은 인생은 홀사모들을 섬기고 싶다고 말했다.

“홀사모들의 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같은 경험을 했기에 제가 그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태안나 공동체가 목회에 지친 사모들에는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과 안식을 주는 장소가 되고, 입소한 분들에게는 어울려 기쁨으로 생활하며 하나님 만나러 갈 때까지 하늘의 소망을 키우는 그런 생활공동체로 운영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