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 건학이념 구현 위해 사학법 개정·고교학점제 대비 시급해”
사학미션, ‘2024 사학미션 포럼’ 개최…박상진 교수 기조강연 등 2025년부터 ‘종교과목’ 선택과목 전환 “건학이념 과목, 필수 공통과목으로 개설 요구해야”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기독교학교의 건학 이념 구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교학점제으로 인해 기독교 수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학법 개정과 고교학점제 대응을 위해 기독교학교들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99개 학교법인과 200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는 지난 6월 27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 ‘급변하는 시대, 기독교학교가 가야할 길’을 주제로 ‘2024 사학미션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사립학교 교원임용과 고교학점제 정상화를 위한 기독교사학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박상진 교수(한동대 석좌교수)는 “고교평준화 5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교육 현실은 기독교 사립학교의 건학이념 구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입법과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며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학법과 파행이 예상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사학법은 교원 임용 시 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 실시하도록 하고 있어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교원으로 임용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박 교수는 “종교계 사립학교는 종교적 건학이념으로 설립된 사립학교로서 그 설립목적을 구현하는 것이 학교의 존립 이유인 학교다. 이러한 목적 구현을 위해서는 종교적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교사를 임용해 종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원임용 관련 사학법 개정은 종교계 사학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사학미션은 2022년 3월 21일 개정 사학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현재까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기독교 사립학교들은 정교사 교원 임용 대신 기간제 교사를 임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기간제 임용 비율이 높아져 정교사 임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에 사학미션은 개정 사학법 헌법소원과 함께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필기시험 교육감 위탁 예외 조항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다수의 학교법인과 함께 구성한 협의체를 통해 공개전형을 실시하는 경우 △학교 정관에 종교적 건학이념을 명시한 학교법인의 교원 선발의 경우 등의 항목을 신설해 기독교 사립학교의 교원 선발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은 고교학점제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해”
2025년도에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제도’다. 기독교 사립학교들이 학생의 다양한 관심과 선택을 존중하고 진로나 적성 중심의 교육과정인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인해 종교교육의 파행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현재 고교학점제에 의하면 지금까지 고등학교 교양과목의 하나로 전체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종교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학년에 개설되는 공통과목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일괄적인 개설이 어려울 뿐 아니라, 2·3학년은 선택과목 위주이기 때문에 필수과목으로 개설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교목실의 기능을 약화시켜 종교과목 교사 정원의 축소나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종교과목 개설 시수가 교사 정원에 영향을 주어 종교과목 담당 교사를 충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24년은 종교계 사립학교가 고교학점제를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더라도 종교계 사립학교는 건학이념 과목을 필수 공통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한편, 고교학점제 제도 안에서 종교적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는 “고교학점제 시행 자체는 정책적으로 되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교학점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다양한 종교 관련 과목을 개발하는 것이 학교 내부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면서도 종교(신앙)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고, 교목실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의 교사들과 협력해 종교적 가치관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학미션은 고시 외 과목으로 ‘종교와 미래’(경기도교육청, 2025년도 1학기)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AI와 윤리’, ‘스윗스팟(진로)’, ‘통일과 미래’, ‘생태와 창조’, ‘서번트 리더십’, ‘문화교육’ 등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한 교과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