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09) 의학은 신학이다.

2024-06-05     한국성결신문

▨… 의학은 신학이다. 현대문명의 첨단에 속하는 병원이 단순히 의학, 화학, 생물학 등의 자연과학에 기원을 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영성과 직접 연관이 있다. 유대교의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와 그리스 로마의 기부 문화는 기독교에 의하여 ‘가난한 자를 위한 기부’라는 시대 정신을 창조하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병원을 ‘발명’하고 확산시켜 나갔다(남성현. 병원의 탄생과 기원). 병원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화학적 결합으로 기독교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는 참된 영성의 표출이었다. 그러므로 의학은 신학에서 출발해야만 하지 않을까.

▨… “손님 대접(hospitality:환대)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13:1)”라는 기독교 환대 전통을 이어가며 AD 372년 카이사레아의 호스텔 병원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구호, 치료, 나그네를 위한 숙소 기능을 갖춘 복합시설로 세워지고 4세기 후반이 되면서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로마, 예루살렘, 시리아 등 주요 지역에 잇달아 병원이 설립된다. 병원은 수도원이며, 교회이며, 환대의 공간이며 복음의 실천이었다.

▨… 교회는 현대에 이르러 나그네를 위한 숙소(hostel. hotel), 병자의 치료(hospital), 말기 환자의 임종(hospice) 등으로 분화될 때까지 환대 사역(hospitality)의 주체(host)였다. 4~5세기 기독교적 병원이 일궈낸 혁신은 의료적 치료만이 아닌 지중해 세계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인적 조직과 물적 조직을 갖춘 대규모 시설이 처음으로 생겨 나왔다. 병원은 기독교 수도원 영성의 산물이기에 의학은 신학에서 출발해야 한다.

▨… 의과대학에서 의료인문학-醫史學-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까닭은 의료가 환자와 의사 간 인간관계, 나아가서는 이를 둘러싼 사회라는 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엄연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학을 과학으로만 교육받고 의료를 경제와 경영의 측면에서만 보는 의료인들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이 사람인 까닭은 역사(歷史)를 살펴보는(閱覽) 존재이기에 사람(史覽)이다 라고 말한 이가 있다. <세브란스>를 세운 선교사 에비슨과 기부자 세브란스, 메리 스크랜톤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보구녀관(普救女館)>에서 발전한 이화대학 의료원, 선교사 로제타 홀이 설립한 <조선여자의학강습소>에서 비롯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등 설립역사(史)를 보는(覽) 안목을 가져야만 오늘의 의료문제를 제대로 풀어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