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407)예배 잊어버린 목사님
비록 내게 치매가 온다 할지라도 내 마음 속에 있는 주님만 드러나는 인생을 허락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기도하며 도착한 양로원. 우중충한 날씨. 잿빛 하늘이면 더욱 긴장되는 날. 예배드리는 분들이 잠에 취해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 못하는 그런 날.
카페테리아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눈에 들어온 낯선 얼굴. 예배 준비를 마친 후 조용히 다가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쭈니 차분히 돌아온 이름 석 자. 크리스천이라는 말씀에 연세 있으시니 직분을 조심스레 묻습니다.
‘집사’라는 대답에 앞으로 집사님이라 칭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만남. 그런데 그분께서 치매가 있음을 예배 후에 알게 됐습니다. 부인과 함께 오셨는데 남편은 목사라는 겁니다.
목사 안수 전 집사셨는데 가끔씩 본인을 집사로 소개한다는 겁니다. 치매가 심할 땐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으로 소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치매가 그분의 생각을 과거의 어느 한 시기, 한 순간으로 끌고 간 겁니다.
처음 몇 주 목사님은 예배를 열심히 드리셨습니다. 찬송도 즐겁고 힘차게, 때론 주변이 놀랠 정도로 열정적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예배 후엔 예배가 너무 좋았다고 기뻐하셨고, 이런 예배가 있어 무척 좋다고도 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때까지 매일 예배드리면 좋겠다 하셨고, 찬송 부르다 하나님께 가면 더 바랄 소원이 없겠다 하셨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이라고 되뇌이고 또 되뇌이셨습니다.
그러시던 분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 예배시간에 찬송을 부르지 않으시는 겁니다. 때론 예배드리다 말고 조용히 자리를 뜨시는 겁니다.
처음엔 휠체어를 끌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바쁜 일이 있으신가 보네’ 했습니다. 예배 중간에도 화장실을 가셔야 하는 상황. 약을 드셔야 하는 시간.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경우 등 다양한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가운데 우연히 양로원 복도에서 뵈었습니다. 인사를 드렸는데 ‘누구지?’하는 눈치입니다. 당황했지만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치매가 심해진 겁니다.
그 분을 지난주에도 뵙지 못했습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하셨나? 해서 확인하니 여기에서 사십니다. 혹 침대에서 일어나기 어려우신가? 왔다 갔다 하는 거동이 힘드신가? 예배에 못 올 사정이 있으신가? 하여 양로원 직원 분께 문의하니 그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짐작 가는 것 한 가지…치매. 치매로 예배를 잊으셨을 수 있습니다. 이분께서 목사님이라는 것을 양로원 직원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배 때 모셔왔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목사님께서 예배를 잊으신 겁니다. 어쩌면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으신 겁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이 땅에서 해야 할 가장 아름다운 일이 예배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잊으신 겁니다.
평생 예배드리는 일을 감당하셨던 목사님. 예배를 인도하셨던 목사님. 예배를 생명처럼 여기셨던 목사님. 예배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으셨던 목사님. 그 목사님께서 예배를 잊으신 겁니다. 육십 중반을 넘기면서 여러 생각을 합니다. 나도 나이 들면 치매가 올 텐데. 양로원 예배를 드리는 나도 언젠간 치매 걸릴 텐데. 그 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며칠 전 어린이 찬양 한 곡을 들었습니다. 가사를 통해 배웠습니다.
‘매일’ (최성현 작사, 김선정 작곡)
“매일 주님을 생각하며 하루 시작하게 하심 감사해요.
매일 주님께 감사하며 믿음으로 승리하게 해주세요.
믿음은 보이지 않아도 주님 의지하는 것
주님이 나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는 것”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주님만 생각하는, 주님께 감사하는. 그래서 예수님의 마음과 성품이 내 안 가득한. 비록 치매가 온다 할지라도 내 맘에 있는 주님만 드러나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기는. 세상적인 수단과 방법을 따르는 것이 아닌, 사람의 능력과 힘을 의지하는 것도 아닌 뭘 이뤘네 뭘 해냈네 하는 성공을 자랑하는 것도 아닌, 오직 겸손히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는. 이런 삶 살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인생을 허락해 달라고 하나님께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