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06)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들떴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키고 나니 지난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줄이자 평소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걸고 나서 평일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 평소 병통이 많았던 줄을 알았다. 정을 쏟은 후에야 평상시 마음 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다.” 명나라 진계유의 안득장자언(安得長者言)의 한 대목을 정민이 한글로 옮긴 것( 일침 )에 우리 성결인 지도자들의 행동을 비추어 보면 어떨까, 소태 씹는 맛일까.
▨… 새달이면 한국성결신문은 창간 34주년을 맞는다. 아직도 “본지는 광고헌금과 구독헌금으로 운영됩니다”라고 경영현실을 밝히고 있다. 한국성결신문은 ‘교단지’이기에 신문이 추구할 수밖에 없는 영리성을 지닌 상업적 또는 경제적 활동에서는 스스로 손발을 묶는 모순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성결신문은 영리법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광고헌금과 구독헌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선언이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성결신문은 사장 책임경영으로 운영되지만 개인이 아니라 운영위원회라는 조직체가 운영주체라는 점에서 경영의 독특성을 찾을 수 있다. 신문사의 운영은 운영위원회가 책임지며 그 운영위원회 구성의 기반은 평신도 후원회가 뒷받침한다. 신문 편집의 내용과 방향은 편집위원회가 주관하고 편집위원회 구성은 운영위원회가 결정한다. 그러나 편집위원회의 자율적 결정이 최대한 보장되고 있으며 신문의 발행인은 교단장이 맡도록 신문사 정관이 못박고 있다.
▨… 이 신문의 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제118년차 총회에서 추진될 모양새다.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강행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성결인들이 의아해 한다. 일부 독재국가에서는 신문이 독재를 합리화시켜 주는 선전 전단의 역할에 만족하지만, 사회적 공기로서의 한국성결신문은 교단지이면서도 교단과 지도자를 향해서 ‘예’와 ‘아니요’를 제대로 밝히려고 노력해 왔었다. 소속기관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재갈을 물리고 독립운영을 못하게 한다면 차라리 헌법개정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 연극배우 오현경은 흉내낼 수 없는 곧 분수를 알고 체면을 지키려는 삶을 살았음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는 얼굴을 상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밀려드는 광고를 한 편도 찍지 않았다. “누구나 한 가지쯤 지키고 싶은 게 있지 않느냐”던 그의 목소리가 성결인 목사들의 것이 될 수는 없는 지 신문의 독립경영이 흔들리는 마당이라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