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듣는다 실천신학대학교 총장 마치는 이정익 목사(신촌교회 원로)

“다시 목회하면 전도 앞장서고 좀더 근본적인 설교” ‘학문의 자유’ 존중해야 하지만 신학교가 처한 현실도 생각을 지금이 창조론 논쟁할 때인가 은퇴 가까울수록 ‘목회 스퍼트’ 쉴 날 얼마나 많은데 미리 쉬나 더불어 지낼 사람도 만들어야

2024-05-08     황승영

이정익 목사는 목회를 은퇴한 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총장으로 활동했다. 목회자로 신학교육 현장을 경험한 이 목사는 신학대학에서 목회에 기반한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창조론으로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라 신학교육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학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신학교가 처한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목회환경이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전도와 설교 등 목회 본질에 더욱 충실해야 ‘하나님의 목회’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5월 24일 총장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이 목사에게 코로나 이후 달라진 목회환경 속에서 신학교육과 목회의 방향성에 대해 들어 보았다.

 

총장직을 마치고 물러나는 소감은 어떤가요?
지난 4년 동안 참 힘들었습니다. 교단 신학교가 아닌 초교파 신학교여서 모집도 쉽지 않은데다, 규모도 크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역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학교를 안정시켜 놓고 나오게 돼 감사하고 보람도 있습니다. 학교가 지원자도 늘어났고, 숫자가 많진 않지만 개교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원을 다 채웠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지나고 나니 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요즘 서울신학대학교에서는 창조신학 논란이 있습니다. 학문의 자유와 교단 정체성 수호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잘 융합할 수 있을까요?
학문에는 자유함이 있어야 하고, 연구 분야도 넓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신학대 교수님들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지금 신학교가 처한 환경과 처지가 ‘학문의 자유’만 외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신학교들 학생 지원이 저조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여러 신학교에서 학문의 자유만 외치면서 무책임한 신학을 전개하다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 심사숙고했으면 좋겠어요. 초점을 흐려지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선 곤란합니다. 동성애 문제 등으로 시급하게 토론할 순 있어요. 그런데 창조론으로 지금 왜 토론과 논쟁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있어요. 신학대 교수님들이라면 상황을 먼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신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신학은 목회를 뒷받침하고, 목회는 신학을 돈독히 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 목회자들이 신학적 기초가 좀 짧아요. 신학교를 나온 뒤 목회하다 보면, 신앙 연구가 별로 깊지 않아요. 그래서 신학이 목회자들을 뒷받침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신학은 목회자들로 하여금 흔들림 없이 목회하는 데 큰 힘과 배경이 되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따로 놀아요.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의 가르침이 학생들을 길러 현장에 내보내는 것에 얼마나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 묻고 싶어요. 신학생들을 모두 신학자로 기르려 해선 안 됩니다. 신학생이 100명이라면, 10명 정도는 계속 신학을 하겠지만 나머지는 나가서 목회를 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될 이들에게는 목회에 기반한 신학을 가르쳐야 하는데, 신학자를 양육하는 수준으로 신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러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왔을 때, 신학자도 목회자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됩니다. 신학을 계속할 10%를 위한 교육이 전체 학생들에게 이뤄진다면 잘못된 거죠. 신학교가 새롭게 정립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시 목회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전도를 강조하고 싶어요. 사실 담임목사가 전도하라고 설교한다 해서, 전도하지 않아요. 목사가 교육시켜서 직접 데리고 나가야 합니다. 목사가 시범을 보이면, 그때 성도들도 따라옵니다. 하지만 전도가 잘 되지 않아요. 100명 중 한 명 정도 반응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걸 왜 하냐는데, 전도의 목적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100명을 전도했는데 1명이라도 회심했다면, 100명을 만나느라 수고한 건 다 잊어버립니다. 한 명을 얻었을 때, 전도자도 영적 성숙이 일어납니다. 영혼 구원의 목적도 있지만, 전도대원들을 영적으로 살리기 위해 전도시키는 거예요. 이 순서를 바꿔선 안 됩니다. 전도대원들을 살리기 위해 전도하는 것입니다. 설교도 달리 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듣기 좋고 재미있는 것보다, 근본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회심에 이룰 수 있는 설교 말입니다. 목회할 적에는 교회 부흥을 시켜야 하니 즐겁고 재미있게 해주느라 거기서 많이 이탈했어요. 성도들의 그런 허전함을 채우느라 자꾸 프로그램이 가미되는 거죠.

 

당회와의 불화를 겪는 목회자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당회 목회만 잘하면, 목회가 쉬워요. 우리 교단 헌법상 당회 목회를 잘하면 일반 목회에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당회 목회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장로님들이 아무리 까다롭고 세도, 교회가 부흥하면 문제가 없어요. 목회자가 아무리 인격적이고 인간관계가 좋고 학위도 있고 유학파여도, 교회가 부흥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던 당회도 시끄러워져요. 이게 제1원칙입니다. 모든 목회자들은 폐일언(蔽一言)하고, 교회를 부흥시켜야 합니다. 설교를 조금 못해도, 인간관계가 좀 서툴러도, 다른 부분이 좀 부족해도 교회가 막 부흥하면 누구도 말을 안 해요(웃음). 이게 원칙이에요. 그러니까 목회자들은 자꾸 ‘탓’ 해선 안 됩니다. 장로님들은 죄 없어요. 무보수로 봉사하고 헌금도 내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근데 목회자들은 자꾸 장로 탓 하면 안 돼요. 첫째는 교회를 부흥시켜야 합니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돼요.

 

목회자가 은퇴 후 보낼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은퇴 전 무엇을 준비하면 좋겠습니까?
은퇴 준비는 당장 되는 것도 아니고, 한 5~6년 전부터, 멀게는 10년 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목회 마무리를 잘 해야 하니, 연구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지요. 저는 먼저 은퇴가 가까울수록 목회의 스퍼트를 올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라톤 경주에서 마지막에 스퍼트를 올리듯, 은퇴 후에 남은 힘이 없을 정도로 달려야 합니다. 은퇴할 때가 목회의 최고 전성기가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은퇴 과정부터 절차와 내용이 아주 부드러워져요. 그런데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그걸 모르고, 2-3년 남으면 놀러 다녀요. 몇 개월부터 1년씩 안식년을 달라고도 하죠. 그건 ‘목회의 ABC’도 모르는 행동이에요. 은퇴하면 쉴 날이 얼마나 많은데 왜 미리 쉬려 하십니까? 또 은퇴 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은퇴 후 20년 가량을 더 보내야 하는데, 건강도 챙기고 소일거리도 챙겨야죠. 이런 준비가 안 되면 자꾸 남들 신세를 지게 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됩니다. 다 은퇴 준비가 안 돼서 그런 거예요. 그리고 은퇴 후라도 혼자 지낼 수는 없잖아요? 함께 더불어 보낼 사람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목회만 하다 보면,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는 강화되지만 수평적 관계가 약해지기 쉽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인간관계도 챙겨야 합니다.

 

목회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 교단 신학이 조금 좁아요. 성결의 교리가 좁아요. 성결에는 소극적 성결과 적극적 성결이 있습니다. 소극적 성결은 교단이 지향하는 신앙 형태예요. 기도하고 금식하고 전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에요.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 성결로 나아가야 합니다. 적극적 성결은 결단이고 참여인데, 우리 교단이 좀 약한 부분입니다. 테두리를 너무 강화해 놓고, 넘지 않아요. 

교계로 넘어가 보면, 우리 교단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이것이 우리 교단의 약점이라고 봐요. 막 나가서 종횡무진으로 지경을 넓혀야 합니다. 울타리를 넘어보고, 다른 이들의 신학도 들어보고, 그들의 목회도 봐야 해요. 총장을 맡았던 실천신대에는 교단 울타리가 없잖아요. 신학이 넓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목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목회’를 지향합니다. 저도 이 ‘하나님의 목회’를 강조하고 싶어요. 47년 목회했는데, 돌아보면 하나님 목회를 했나 싶습니다. 솔직히 내 교회 부흥시키려고 밤잠 설쳤죠. 은퇴하고 깨달았어요. 결국 내 목회를 했지, 하나님 목회를 한 건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아주 부끄럽게 느끼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목회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못 알아들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의 저처럼 똑같이 목회할 것이고, 은퇴하고 나면 깨닫겠죠.

 

총장 퇴직 이후엔 어떻게 지낼 예정이신가요.
아직은 할 일이 많이 있어요. 총장을 하면서도 많은 일들을 해 왔고, 여기저기 찾아뵐 곳도 많고 아직은 좀 분주해요. 몇 년 정도는 아직 할 일이 있습니다. 현역 때 교계 연합활동을 많이 했던 부분이 계속 연결돼서 이어지고 있어요. 외항선교회도 계속 도와야 하고, 어려운 목회자들을 세워주는 일도 계속 해야 하고, 은퇴 후 시작했던 희망재단도 다시 돌봐야죠. 그래서 건강 관리도 열심히 합니다. 몸 관리를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