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02) 그리스 신화에서
▨… 그리스 신화에서 실레노스는 지혜와 예언으로 평판이 나 있다. 이 디오뉘소스의 선생 실레노스를 환대한 소아시아 프뤼기아의 왕 미다스는 자신의 손이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소원이 이뤄지는 보답을 받았다. 그 미다스 왕에게 들려주었다는 실레노스의 가르침 한마디, “인간은 아예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다”(이수은, 평균의 마음)
▨… 미다스 왕에게 들려준 실레노스의 가르침 한마디는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한마디가 될 수 있을까. 작가 이수은은 한마디로 잘랐다. “인간 삶의 지혜가 정녕 이런 것일 수는 없다. …인간은 설령 아무 원인도 목적도 없는 삶이 참일지라도, 존재에 어떤 이유가 있다는 허구를 믿는 쪽을 택해왔다. 기술의 발전은 대부분 그러한 믿음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때로 사실보다 더 유의미한 허구들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 어쩌면 ‘실레노스의 한마디’에서 가룟 유다를 떠올리는 그리스도인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확인한다. 실레노스의 한마디에는 인간에 대한 냉소가 자리하고 있지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마26:24)”는 말씀에는 인간이라서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의 한계에 끝이 없음을 아파하시는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이 담겨 있음을… 뉘라서 부정할 수 있는가. 나라는 존재도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좋을뻔하였을까라고 자문하는 믿음이야말로 자신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연민을 확인하는 믿음 아니겠는가.
▨… 1520년 M. 루터는 그리스도인의 자유 를 썼다. 그 글에서 루터는 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읽으며 두고두고 부끄러워해야 할 한 문장을 남겼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의 우위에 서는 자유로운 군주로서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이에게 봉사하는 하인으로서 모든 이에게 종속된다.” 종교개혁의 목표가 무엇인가를,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누가 이보다 더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을까.
▨… 종교개혁 이후 500년, 프로테스탄트로서의 신앙생활은 여전히 개혁을 위한 투쟁의 연속이다. 자기가 만든 거짓된 하나님 상(像)에 사로잡힌 신앙인보다 진지한 무신론자가 하나님에게 더 접근해 있다는 마틴 부버의 지적 앞에 우리는 겸손해져야 하는 것 아닌지 어느 교수의 징계를 논의하는 이들께 여쭈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