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1401)릴케는 “때로는 한 조각의 빵보다
▨… 릴케는 “때로는 한 조각의 빵보다 한 송이의 장미가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라고 했다(마지막 질문. 김종원). 광장에서 자주 마주치던 한 여인이 참 이상해 보였다. 노숙자로 보이는 그 여인은 애써 구걸하지도, 때로 돈을 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표현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릴케는 그 여인의 손에 장미 한 송이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릴케의 손에 입을 맞추고는 장미를 가볍게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그는 말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건 마음이지 돈이 아니기에….
▨… 그리고 그녀는 일주일 후에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왔다. 친구가 걱정된다며 그에게 물었다. 광장에서 구걸하지 않았던 일주일 동안에는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그러자 릴케는 이렇게 답했다. 장미로 살았겠지. 그녀에게 빵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생각을 넘어서 그녀에게도 장미가 삶의 의미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릴케로 하여금 위대한 시인이게 하지 않았을까.
▨…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만 생각하며 살았는데,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더 당연할 수도 있음을 왜 몰랐을까.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일방적인 생각의 시혜(施惠)나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고 독선적인 자기주장과 판단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깨뜨릴 수도 있기에 한 번쯤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사려 깊은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의 만남과 대화에서 내 생각에는. 내가 보기에는, 이런 말보다 당신의 생각은 그 말도 일리가 있네 라고 해 보면 어떨까.
▨… 잃어버린 엄마를 찾으면서 엄마를 다시 알게 된다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에서 자녀들은 그제야 깨닫는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에게도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고, 아직 남아 있는 지난날의 소녀가 있고, 네 외삼촌이 아니라 오빠가 있고, 신혼이 있고 나를 낳았을 때의 고통이 있었다는 것을.
▨… 말을 할 때에 옳은 말보다 듣는 이와 공감하는 말을, 글을 쓸 때도 무릎을 칠만한 논리나 정보가 아닌 가슴이 따듯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글을 썼으면 어떨까. 내 말을 듣고 글을 읽는 이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며 아내이며 남편 아버지 어머니인데. 그 사람의 내면에도 상처받기 쉬운 소녀가 있고 소년이 있는데. 돈과 성공 승자가 되려는 빵 이야기보다 장미 얘기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