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 산책<16>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다!

2012-08-29     허명섭 박사(시흥제일교회)

공산주의를 깊이 신봉하던 한 젊은이가 결핵으로 기독 자혜병원에 입원했다. 처음에는 회복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따뜻한 치료를 받으면서 병세가 상당히 호전되어 갔다. 결핵병동 복도에서는 아침마다 간단한 예배가 드려졌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병실 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얼마 후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예배 중에도 문을 열어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하루는 그가 예배를 인도하던 이 장로를 불렀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 참 훌륭한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더 알고 싶습니다. 저에게 성경을 한 권 구해 주실 수 있습니까?"

신약성경을 읽고 난 후, 그가 이 장로에게 물었다. “병을 고칠 능력이 있고 파도를 잠재울 능력이 있는 예수가 어째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까?" “인간을 사랑하셨고, 자신의 죽음이 아니면 인간들로 하여금 죄인이라는 자각을 줄 수 없다고 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그것 때문에 고통과 모멸과 죽음을 택하신 것입니다." “그 말을 믿겠습니다. 어쩔 도리가 없군요. 예수님을 따르겠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면 됩니까?"라고 그가 되묻자, 이 장로가 대답했다. “예수님께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말하십시오. 그의 사랑과 자비를 무시했던 죄에 대해 용서를 빌고 당신을 그의 아들로 받아달라고 말하십시오."

그가 머뭇거리며 속삭였다. “그렇지만 저는 공산주의자입니다. 저는 하나님과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온갖 나쁜 말을 다 했습니다. 사실 이 병원도 기독교 병원이라고 해서 오기 싫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저를 받아주지 않으니 이곳에 왔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용서해 주시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고 격려하자, 마침내 그가 주께 대한 회개와 믿음의 고백을 드렸다. 그때부터 그는 마냥 행복해 보였다.

3~4개월 후, 그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아버지가 그를 문 앞에서 맞았다. “듣자니 네가 예수쟁이가 됐다는데, 정말이냐?" “네, 아버님. 저는 이제 예수님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래? 내가 듣긴 바로 들었구나. 그렇다면 넌 집에 들어올 수 없다. 내 집에 그런 예수쟁이는 들일 수 없다. 나가거라."

문전에서 거부당한 그는 아내가 머물고 있던 처가로 갔다. 날씨가 좋으면, 그는 지팡이를 짚고 절름거리며 길가에 나가 앉아 있곤 했다. 그리고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안부를 물으면 “나는 행복하네. 병난 것이 바로 축복인 걸 알았네!"라고 밝게 화답했다. “축복? 아니 그런 말이 어디 있나?"라며 그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병원에 가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예수님에 대해서도 배우지 못했을 거야. 내가 비록 회복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마음은 평화스럽다네. 전에는 알 수 없었던 평화라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 이것이 축복 아닌가?”

친구들은 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로군, 병이 난데다가 아버지에게 쫓겨났고 가난과 심한 기침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진정으로 행복하다니, 이 예수쟁이한테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하지만 오래지 않아 여덟 명의 친구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다. 그에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교회와 믿는 자들을 보면 참으로 많은 자랑거리를 가진 것 같다. 재물, 권력, 지위, 명예, 힘 …. 그런데 교회를 떠나는 자들이 들어오는 자들보다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작 붙잡고 자랑해야 할 것은 감춰버리고, 자랑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주셨던 하나님의 말씀(렘 9:23~24)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