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목회자 47% “팬데믹 끝났지만 번아웃”

‘한국교회의 회복 방안’ 포럼 헌금은 이전 수준 회복했지만 전도 등 다른 사역은 70% 그쳐 목회는 감정노동, 피로감 높아 기도 아닌 ‘상담’ 필요한 시점

2023-10-11     홍지혜

미래목회포럼(이사장 이상대 목사, 대표 이동규 목사)이 지난 10월 5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다음세대와 한국교회의 회복 방안-팬데믹 이후 목회자 탈진’이라는 주제로 제19-5차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팬데믹 상황을 지나며 위기를 맞은 한국 교회 현실과 탈진한 목회자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발제자들은 저마다 위기 대응 방안을 제시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사장 이상대 목사(서광교회)는 인사말에서 “모두가 처음 겪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갈피를 잃은 모습이지만, 늘 그랬듯 한국교회에 정답을 제시하는 미래목회포럼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

첫 발제를 맡은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는 지난해『한국교회트렌드 2023』에 이어 이번에『한국교회트렌드 2024』를 펴낸 저자다. 목회자 현황에 대한 통계와 수치를 중심으로 설명한 그의 발표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의 탈진, 소진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지용근 대표는 데이터를 근거로 성도들의 이탈과 교회 사역 및 신앙의 하향 평준화 현상을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후 증가하던 현장예배 회복도가 올해 들어 증가세를 멈췄다. 온라인 예배 비율은 10%대 이상을 유지하며 그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헌금을 제외한 ‘교회 사역 활동의 회복도’가 코로나 이전 대비 70% 안팎에 그쳐 성도들도 자신의 신앙이 질적으로 약해졌다고 느낀다.

지 대표는 “교회출석자 10명 중 4명은 명목상 그리스도인일 뿐이며, 2021년 예장통합 교세통계를 보면 교인수 30명 이하 교회수가 2010년보다 82.2% 증가해 교세가 하향 평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적인 교세 하향 추세 속 목회자들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목회자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받고(평균은 239만원) △일반 국민보다 목회자의 주관적 건강도가 훨씬 낮으며(‘건강하다’ 비율이 목회자 약 69%, 일반인 약 89%) △500명 이상 중대형교회 목회자 2명 중 1명은 자신이 ‘번아웃 상태’라고 말했다(47%). △노후준비율 또한 현저하게 낮다(목회자 42.6%, 일반 국민 73.8%).

지용근 대표는 산업 내 종사자가 무기력하고 우수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이러한 현상은 ‘사양산업’의 특징과 같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수축사회’라고 설명했다. 

“패러다임이 변해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 해도 이전과 동일하게 목회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곤충의 눈’으로 여러 입장을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새의 눈’으로 가까이 봐야 하며, ‘물고기의 눈’으로 물결을 읽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심리학자인 한성렬 교수(고려대학교 명예)가 나섰다. 한 교수는 목회자들이 자신의 솔직한 마음, 진짜 어려움을 터놓을 수 있는 환경이나 분위기 자체가 아닌 점을 꼬집었다. “목회는 ‘감정노동’이다. 그래서 다른 영역보다 ‘소진률’이 높다”라며 “목회자도 똑같은 인간이므로 ‘소진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성렬 교수는 목회자들에게 기도가 아닌 상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상담의 원조는 예수님이다. 이사야 선지자가 ‘기묘자며 모사’라고 표현했듯이 예수님은 카운슬러, 즉 상담자로 이 세상에 오셨는데 정작 예수님을 주인이라고 하는 교회에서 예수님이 상담자임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공감을 전한 한성렬 교수는 “앞으로는 목회자들 자신이 상담자임을 깨닫고, 방법을 공부해야 한다. 또 목회자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한다”라며 발제를 마쳤다.

 

 

마지막 발제자 강은주 교수(총신대학교, 마음경영학회장, 탈북가정지원특성화 담당교수)는 목회자의 탈진을 해결하는 회복의 열쇠로 ‘영아부의 성장’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신명기 6장에 근거한 ‘쉐마교육’을 해야한다”라며 “하나님으로부터 양육을 대리로 맡은 ‘양육청지기’로서 가정과 교회가 친밀한 대화를 통해 다음세대에게 하나님을 각인시켜야 한다”라고 성경적 자녀 교육의 본질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