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57호) 2023년 부활절에 품는 소망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단순히 놀랍고 신비한 사건을 넘어, 온 인류에게 죄와 절망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의 길을 열어 주신 구원의 사건이었다. 인간들은 배신과 무지, 폭력으로 하나님께서 보내신 독생자를 능욕하고 때리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지만,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께선 악을 선으로, 무지막지한 인간의 패역을 구원의 소식으로 바꿔 놓으셨다.
따라서 부활절은 성탄절과 함께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다. 때문에 우리는 이를 단순히 매년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절기로서 관성적으로 맞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2023년 부활절을 우리는 어떤 자세와 태도로 맞이해야 하는가.
먼저는 부활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것과, 그를 믿는 자들이 부활에 참예하는 것을 믿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기본이요 핵심이다. 그러나 소위 기독교인이라 하는 이들 중에서도 부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19년 독일의 슈피겔지 설문조사 결과 개신교인 중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이들이 무려 42%에 달했고, 2017년 영국 BBC의 설문조사에서는 예수의 부활을 성경에 기록된대로 믿는 이들이 ‘자칭 기독교인’ 중에서도 1/3 미만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 같은 조사가 없지만, 점점 다원화·상대화돼 가는 여러 지표들로 볼 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확신이 줄어드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독교 지도자들은 부활 신앙에 대해 바로 알고 바로 전해야 한다. 세상의 시류에 편승하거나 그저 적당히 믿을 만한 것만 가르치려 한다면, 그것은 교회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부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부활의 소망을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전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한 사건이었다. 또한 예수께서는 죄인들, 병자들, 약자들의 벗으로서 이 땅에 오셨고, 그분의 사역의 우선순위는 바로 그러한 이들에게 있었다.
부활절을 맞이한 이때, 한국교회는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 기쁜 소식을 알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고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이들을 위해,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서 섬겨야 할 것이다. 그늘진 자리에서 빛을 비추고, 썩어 있는 곳에서 소금이 되어 자신을 녹여 헌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일에 더욱 열심을 내야 할 것이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대지진으로 인한 이재민들, 극단주의 이슬람 혹은 공산 정권에 의해 압제당하는 백성들, 각종 전쟁과 테러의 희생자들, 기근과 전염병에 시달리는 이들 등, 이 땅 곳곳에는 인간으로서 기본적 존엄과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이들에게 다가가, ‘빵과 복음’으로 소망을 전해야 한다.
셋째는 기독교인들의 화목과 연합을 회복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우리의 화평으로서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십자가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셨다.(엡 2:14, 16) 특히 부활 신앙을 공유하는 한국교회 모든 지도자들과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부활절 연합예배를 하나님께 화목의 제사로 온전히 드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되게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