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구약단상 (116)
내가 행할 수 없노라
2021년 3월 17일 AP통신과 미 ABC뉴스에서는 ‘위대한 아버지 하늘나라로’라는 기사와 함께 한 노인의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딕 호잇’으로서 그가 세상을 떠날 때 향년 80세였습니다. 그의 삶은 오프라 윈프리쇼를 통해 이미 전 세계인에게 알려져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딕 호잇’ 씨의 아들 릭은 목에 탯줄이 감겨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 중증 장애인이었습니다.
컴퓨터 장치 없이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었던 그가 처음으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한 말은 “달리다, 달리고 싶다”였습니다. 그 말에 릭의 아버지 딕은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아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아들 릭은 자신의 컴퓨터에 “아빠! 달리고 있을 땐 아무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적었고, 그런 아들을 위해 아버지 딕은 아들을 위해 달리기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들은 1982년부터 2005년까지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24회 연속으로 완주했습니다. 그 부자가 함께 한 마라톤 경기가 60회를 넘었으며 철인 3종 경기도 계속 도전했습니다.
마라톤을 완주 후 아들 릭은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어요.”라고 말하였고, 아버지는 그에게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 않았다.”라는 유명한 대화를 남겼습니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영화같은 사랑은 미국인들에게 큰 자부심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릭의 아버지 딕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또 다른 아들 러셀은 아버지에 대하여 “삼형제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고 사랑해 준 훌륭한 아버지였다”며 아버지에 대한 이별의 소감을 밝혔습니다.
우리 하늘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그 분은 능치 못하심이 없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무엇을 못하시겠습니까! 그래서 그 분이 하실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일을 중단하시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속성상 그것만큼은 도저히 하실 수 없으십니다.
창세기 19장은 롯이 천사의 고지(告知)를 받고 자신이 살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피해 그가 살던 장소를 떠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롯은 천사에게 자신의 가족이 도망가야 할 산으로 가지 않고 대신 도망하기에 가깝고 작은 곳 즉 소알로 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간청합니다. 천사는 그의 청을 받아들여 거기로 가는 것을 허락합니다.
이 때 허둥지둥 그곳으로 향하는 롯을 향해 천사는 “네가 거기 이르기까지는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노라”(창 19:22)고 말씀합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말씀이기는 하지만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천사의 말씀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내가 아무 일도 행할 수 없다’는 말은 ‘로 우할’을 번역한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로 아시’(내가 행하지 않을 거야)라는 표현을 썼어도 충분히 의미가 통할 뿐 아니라, 이는 ‘하나님이 하실 수도 있는데 하시지 않는’ 그 분의 긍휼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는 ‘로 우할’이라고 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네가 있는 한 도저히 이 성을 멸망시킬 수 없어”라고 하여 매우 강력한 부정으로 하나님이 하실 수 없음을 표현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창조하신 분입니다. 그 분께서 못하실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의 허물과 죄에 대해서 그 분이 우리를 심판하시는 것에 대해서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심판은 극히 정당하며 또한 그 분은 그렇게 하실 수 있는 전능자이십니다.
그래서 그 분이 하실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일을 멈추시는 일입니다. 그 일만은 절대로 못하십니다(히. ‘로 우할’). 이는 그 분이 우리를 멸망에 이르도록 내버려 두지 못하시고 이 땅에 오신 이유입니다.
우리를 멸망시키지 않으신 것이 단순히 은혜를 베풀어서 죽음에 이르지 않게 하신 정도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렇게 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 분이 우리가 섬기는 하늘 아버지 하나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