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장기 사역 위한 첫 걸음 ‘연금’

노후 문제 해결해야  선교사 사역 안정성 확보 분당중앙교회 선교사 500명에 매달 연금 지원 20년간 120억원 대납...교단 차원 준비도 필요

2022-04-14     문혜성 기자
일러스트=서재형

 

교단 선교사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수차례 시험을 보고 통과한 후에도 훈련을 수료하고 안수받기까지 과정이 어렵다. 선교사를 뽑는 교단의 입장도 어려기는 마찬가지다.  

선교사로 헌신할 인재를 발굴하고, 선교사 선발시험을 거쳐, 7개월간 집중훈련을 시킨 후에 자격을 갖추기까지 시간과 인력,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선교사로 안수받아 선교지에 파송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라도 초임 선교사는 현지에서 2년간 언어와 문화 적응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한다. 선교사 한 명, 한 가정을 파송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파송받은 선교사들이 5년 한텀을 넘기기는 쉬워도 20년 이상 사역을 이어가는 비율은 크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후 보장’이 되지 않는 점도 큰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초교파 선교사 500명을 선정해 20년간 연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는 “선교사에게 노후 보장에 대한 안정감을 주어야 부담 없이 보다 장기적이고 자신 있는 선교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선교사 노후 준비는 사역의 지속성, 건강한 선교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인데, 선교사 연금은 노후 준비의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8일 한국교단선교실무자대표회의(이하 한교선)가 총회본부에서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를 초청해 선교사 연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최종천 목사가 분당중앙교회에서 선교사 연금을 지원하는 이유와 연금 운용 방식, 향후 비전 등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는 우리 교단 송재흥 선교국장을 비롯해 예장 통합, 합동, 감리교, 침례교, 예장 합신총회 선교부 대표들이 참석했다.

최 목사는 연금을 지원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후 선교사의 상당수가 노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과 노후 준비없이 선교사들이 노후화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수치상으로 보던 것과 선교 실태가 다르다. 선교사 연금 신청 자격을 45세 이하로 했는데, 836명 밖에 신청을 안했다”면서 “은퇴까지 20년 이상 선교할 수 있는 선교사의 수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최 목사는 “연금 찾는 기한은 30년 후로 정했는데, 20년 납입하고 10년 거치 후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한 것은 복리효과 때문”이라며 “연금지원 사역은 교회에서 연금을 대신 내고, 선교사들이 30년 후 노후에 넉넉한 생활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선교사 유고 시에는 배우자, 자녀에게 연금이 상속될 수 있어 오랜기간 유지만 잘하면 은퇴 이후 생활 보장이 된다는 것.

한교선 측은 “목회자연금,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준비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서 각 교단별로 상황에 맞춰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각 교단에서 선교사들에게 강제로 연금에 들도록 했는데 실제로 선교지에서 20년 넘게 살다보면 연금를 중도 해지하는 분들이 많다.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선교사 노후준비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은퇴하면 사역을 현지인에게 이양하거나 후배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그럴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선교지 재산문제”라며 “깨끗하게 이양하기 위해서는 노후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목사는 “우리 교회의 목표는 선교사 1,000명의 연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20년간 240억원을 들여서 선교사 연금문제가 해결되는데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선교사 연금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으며, 각 교단별로 선교사 노후를 위한 실제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