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임기 반환점 맞은 지형은 총회장에게 듣는다
“말씀이 삶으로 이어져야 한국교회 위기극복” 프로그램 위주 목회 지양하고 인격적 관계 중심의 목회 요청돼 뉴노멀 시대 열어갈 목회신학 필요, 40~50대가 사역에 승부 걸어야 ‘말씀삶 프로젝트’ 제시 『동네세모줄 성경』발행 예정 성결교회 자긍심 갖도록 교단 홍보영상 제작도
제115년차 회기의 절반이 지나간다. 지금까지 총회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형은 총회장: 코로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교단 지교회들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 사역에 힘쓰고 계신 것을 보면서 깊이 감사하고 있다.
풀어야 하고 추진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생각의 방향이 바뀌고 지평이 넓어져야 미래가 열린다.
나를 비롯한 총회임원들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
11월부터 정부가 방역 정책을 ‘위드 코로나’ 즉,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하는가?
지 총회장: 당연한 일이지만, 모여서 예배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지혜롭고 다양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절실히 느낀 것이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프로그램 위주의 목회가 아니라 인격적 관계 중심의 목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배에서 말씀을 중심으로 깊이 은혜를 체험하며 다양한 형태의 작은 모임들에서 신앙 인격적인 교제를 체험해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교회의 공교회성을 세워가야 한다.
모이는 일과 더불어 방역에 더욱 꼼꼼하게 신경써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고서 초기에 확진자가 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즈음에 교회에서 감염이 늘면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사회적 공공선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
각 교회가 주변의 지역 사회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고 돌아보아야 한다. 어려운 분들을 도와야 한다.
교계의 3개 연합기관, 한교총과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에 관해 말씀해달라.
지 총회장: 통합의 명분이 있다면, 하나 됨을 힘써 지키는 것은 성경의 명령이다. 그러나 흔히 주장하는 대로 교회가 사회적으로 강한 힘을 갖기 위해 한 덩어리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이다. 이것은 힘의 논리이다. 과거의 제국주의적 기독교가 걸었던 길이다.
제도의 거룩함을 주장하며 제도의 힘을 의지하는 가톨릭의 논리이다. 프로테스탄트의 힘은 제도적인 세력에 있지 않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진리에 삶과 존재를 거는 헌신이 기독교의 힘이다.
이 거룩한 힘은 십자가의 길에서 나온다. 자기희생과 헌신, 섬김과 나눔이다. 이 중심이 잡히면 기독교 안의 다양성은 오히려 큰 장점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한국 교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연대하고 있는 한교총의 기본 구조인 ‘현직 교단장 중심의 지도 체제’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한 사람이나 한 교단 또는 특정 집단이 계속해서 실권을 쥐는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현재의 구조를 허약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코 아니다. 연합기관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공적으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면 된다. 실질적인 일들은 각 교단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합기관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동안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부조리한 행태를 생각하면 매년 지도부가 바뀌는 현재의 체제는 ‘환상적인 구조’이다.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대선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 총회장: 얼마 전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도 전에 한국교회연합이 특정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많이들 지적한 대로 적절하지 못한 일이다.
성경에는 보수적 세계관도 있고 진보적 세계관도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는 보수와 진보 또는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있다.
초대교회 때부터 신앙의 선진들이 믿고 가르쳐 온 것처럼 교회는 영적인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모두를 품는다.
공교회가 걸린 이름으로 특정 정치 집단을 편드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고 바른 기독교 신학과 전통에도 어긋난다. 교회는 성경 말씀에 근거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먼저 분명히 하고,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든 이 진리의 기준을 권면해야 한다.
3월까지 대선 상황이 격렬하게 이어지면서 사회 갈등이 심해질 텐데 교회는 마땅히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에 힘써야 한다.
한국교회는 현재 위기상황에 있다. 우리 교단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가?
지 총회장: 현실적으로는 교단들의 관계 안에서 성결의 복음에 근거한 가치관을 갖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성경의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교계가 번영신학이나 교회 성장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 이어져야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넘어설 수 있다.
제115년차 총회에서는 이른바 ‘총회장 중점 사업’이 별로 없다는 얘기들이 많다. 조금은 특이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회기의 총회 사역에서 총회장께서 중요하게 보시는 것이 무엇인가?
지 총회장: 어느 집단이든 소통이 약해지면 갈등이 커진다. 모든 갈등에는 비용이 들고 이 때문에 미래를 열어가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회기에 창의적인 미래를 열어가도록 소통과 연대에 힘쓰고 있다.
총회 대의원과 국내외 지방회 회장단 및 교단의 지도자들과 온라인으로 100회 정도 소그룹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도 계속 모임을 갖고 있다.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으니 참 좋다.
무엇보다 성경 말씀에 근거한 가치관이 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각이 변해야 미래가 열린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라는 이번 총회 표어는 ‘성결의 복음’과 일맥상통한다. 성결은 성령의 역사로 말씀이 살아 움직일 때 가능하다. 이로써 우리 교단의 정체성이 깊어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 총무 직무에 관한 문제와 성결원 건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 르완다에 우리 교단 소유의 부동산을 마련했고 여기에 ‘아프리카의 세브란스’를 세우는 일을 진행하게 되어서 감사하다.
이 병원 이름을 ‘문준경성결병원’으로 하면 좋겠다. 우리 교단의 정체성뿐 아니라 이미 한국교회 전체의 영적 유산이 된 문준경 전도사님의 신앙 정신을 담아 아프리카에 종합병원을 세워가길 희망한다.
제115년차 총회 표어인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와 연관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지 총회장: 지난 총회 때 대의원들에게 나눠드린 인쇄물에『동네세모줄 성경』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름이 조금 특이한데,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새로운 방법과 방향을 담은 구상이다. 이번 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우리 교단과 한국 교계에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 성경을 통해서 내년 봄에 교단 및 한국 교계 전체에 ‘말씀삶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가동할 생각이다.
교단 정체성을 깊게 하는 사역으로서 교단을 소개하는 책자와 영상물을 제안하셨는데, 자세하게 말씀해달라.
지 총회장: 외국에서 장로교나 감리교는 교단 이름만 얘기하면 얼른 이해가 되는데 우리 교단은 아니다. 적어도 15분 정도는 설명을 해야 한다.
우리 교단을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하는 책자가 필요하다. 책자 팀은 이미 발표했다. 책의 내용에 근거하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팀을 구성한다. 책과 영상 팀은 긴밀히 연관된다.
우리 교단의 지교회들이 기존 성도들과 새 가족들에게 교단의 정체성을 훈련하여 성결교회의 건강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길이의 영상을 여러 개 만들 계획이다. 이 일에 교단의 지도자들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기도와 후원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40대와 50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그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지 총회장: 새로운 시대 곧 뉴노멀 시대를 열어갈 목회 신학이 필요하다. 교회성장주의나 번영신학에 물들지 않은 세대가 깊은 헌신으로 새로운 틀을 시도해야 한다.
우리 교단에서 40대와 50대를 격려해서 그들이 사역에 승부를 걸어야 하고, 20대와 30대가 출중한 지도력을 갖도록 훈련돼야 한다. 대담=황승영 · 정리 = 남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