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발달장애인 작가 이상욱 청년 이야기(역촌교회)

"나는 야 희망을 그리는 예술가” 고난과 눈물 딛고 ‘미술작가’로 활동 어머니 눈물과 기도가 맺은 신앙의 열매

2021-07-05     문혜성 기자
발달장애인 미술작가 이상욱 청년(역촌교회)

눈도 잘 못 맞추고, 말도 잘 못해 ‘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작가 이상욱 청년(역촌교회 · 22세· 사진).

얼핏 보면 ‘장애’ 탓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만 같지만 그는 남다른 방법으로 세상과 당당히 소통하고 있다. ‘미술’이 그 소통의 도구다.

요즘 ‘짜욱 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는 그림과 조소 등 다양한 미술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짜욱 작가’
이상욱 작가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스프링샤인’ 소속으로 여러 작품을 선보여 ‘히트’를 쳤다.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동물’인데, 그의 작품 안에서는 이 세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형색색의 이색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동물들의 고유한 특징을 잘 표현한 작품에 이 작가 특유의 색감이 더해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상욱 작가가 그린 '사막여우' 가 옷과 가방 등 다양한 아트굿즈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사막여우’ 작품 히트쳐
완성된 작품마다 매력이 넘친다. 그중 ‘사막여우’ 작품은 소위 ‘대박’이 났다. 지난해 트로트 가수 영탁이 방송에서 이 작가가 그린 사막여우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나와서 히트를 친 것이다.

사막여우 캐릭터는 옷뿐만 아니라 다양한 굿즈로 제작되어 지금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후속작으로 그린 배우 성훈의 반려견 ‘양희’ 캐릭터도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이 작가는 유명세에 힘입어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도 초청받고, 영화제 티셔츠도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촌교회 1층 카페 '푸른초장'에서 7월 25일까지 열리는 이상욱 작가 개인전에 전시된 작품.

이 모든 것은 발달장애라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덕택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과 피아노를 배우며 예술가로서 기초를 닦았고, 하기 싫어도 매일 맡은 것은 꼭 해내도록 엄마와 함께 훈련해 이룬 결과다. 어머니 조미화 집사(역촌교회)의 헌신과 인내, 사랑이 이상욱 씨가 ‘작가’로 성장케 했다.

                 이상욱 작가가 스케치북에 동물 그림을 스케치하는 모습.

 

고난의 여정 딛고 작가로 우뚝
조미화 집사는 “상욱이가 4살 때 자폐성 장애를 진단받는데 어떻게 이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수많은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살았다”고 회상하고, “하지만 모진 고통을 넘어서자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이 열렸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고, 새 삶을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늘 주눅 들고 세상에 죄인처럼 살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역촌교회를 출석하며 조금씩 삶이 변화했고, 지금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상욱 작가가 종이를 오려서 동물을 표현한 작품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순간부터 전화벨 소리가 가장 무서웠다는 조 집사는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감당하지 못해 매일 전화가 왔다. 전화벨이 울리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가슴 졸이며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조 집사는 절대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 못 하는 아이가 알아듣든 말든 옆에 앉혀두고 한글을 가르쳤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렸고 반응이 없어 배우는 게 맞는지도 알 수 없었지만 ‘배우고 있다’고 확신하고 반복적으로 가르쳤다. 또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아들이 뭐든 배울 수 있도록 애썼다. 스스로 살아가려면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열심히 좇아다녔다. 그 결과가 ‘작가 이상욱’으로 나타난 것이다.

                      발달장애인 이상욱 작가와 엄마 조미화 집사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역촌교회 사랑부 만나자 변화
이 모자의 인생이 크게 변화한 것은 이 작가가 중2때 쯤이다. 당시에 처음 약을 처방받아 먹였는데 거짓말처럼 문제행동이 많이 잡혔다. 하지만 살이 급격히 찌는 부작용 때문에 금방 약을 끊어야했다. ‘역촌교회 사랑부’에 가기 시작한 것은 그 즈음이다. 그 전에 여러 교회를 다녔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말도 안 통하고 소리 지르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떼를 쓰니 어느 교회도 오래 감당하지 못해 떠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는데, 지인에게 역촌교회(이준성 목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을 위한 ‘사랑부’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여러 교회를 거친 후라 큰 기대 없이 ‘여기는 또 얼마나 가려나’ 싶은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역촌교회 장애인돌봄 부서인 '사랑부' 에서 이상욱 작각가 활동하는 모습.(사진=역촌교회 제공)

이곳은 달랐다. 모자는 첫 방문 이후 역촌교회에 정착해 10년째 출석하고 있다. “사랑부에서 얼마자 잘 돌봐주시는지, 우리 상욱이가 매주 교회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고, 약을 안 먹고도 폭력 행동이 차츰 줄어들었다. 저도 마음 편히 예배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는 또 있었다. 제대로 문장을 만들지 못해 소통이 어려운 이 작가가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됐다. 그 첫 문장은 “상욱이 내일 교회 갑니다”이다. 단답형의 대답을 듣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이상욱 작가가 지금도 긴 문장으로 말하는 유일한 말이다.

           이상욱 작가가 클레이로 만든 작품.

밤마다 손잡고 기도, 응답 나타나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아들은 ‘엄마’ 한번 불러주지 않았다. 아니 소리지르는 것 말고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해 ‘말을 못하는구나’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초3 때 아이가 “엄마”라고 불렀을 때 “아, 이제 고난은 끝났구나. 말문이 트였구나”하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다른 단어 하나 말하는데 또다시 1년이 걸렸다. 아직도 문장을 잘 말하지 못해 대화는 어렵다.

하지만 말만 못 할 뿐 컴퓨터를 잘 활용해서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은 글로 쓰거나 컴퓨터에서 사진을 출력해 보여줄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역촌교회를 다니면서 모자가 밤마다 손을 맞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실타래 풀리듯 풀어졌다고 한다. 조 집사는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을 생활 속에서 느끼며 살고 있다”고 간증했다.

 발달장애 아들을 미술작가로 양육한 조미화 집사

 

파란만장 인생이지만 ‘감사’ 넘쳐
장애아이를 기르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조 집사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8년 전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어깨는 두 배로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홀로 서서 장애아들을 품고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시련은 그치지 않았다. 2년 전에는 건강을 자부하던 조 집사가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 “하나님 언제까지 시련을 주시렵니까” 원망이 나올 법 하지만 조 집사는 오히려 ‘감사’를 고백한다.

“어느 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일찍 자려고 했는데, 상욱이 누나가 하도 병원에 가자고 고집을 부려서 한밤중에 응급실을 갔는데 뇌졸중 진단이 나왔고, 마침 뇌혈관 교수님이 계셔서 바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병원에서도 천운이라고 했다. 하나님 아니면 그날 당장 죽거나 후유증으로 장애가 남을 수도 있었다. 아무 탈 없이 회복한 건 모두 하나님 은혜다. 감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역촌교회 교육부 담당 유이삭 목사, 사랑부 담당 김하은 전도사, 이상욱 작가, 엄마 조미화 집사, 행동보조 선생님.

 

하지만 조 집사는 본인이 제2의 인생을 사는 것도 감사하지만 아들이 특기를 살려 미술작가로 살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감사요 기쁨이라고 했다. “내 아들 작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단독 전시회도 하게 되다니 기적과 같다. 하나님이 내 아이에게 그림 그리고 흙을 빚어서 좋아하는 동물을 만드는 요술 손을 주셨다. 모든 것이 감사 또 감사입니다.”

이상욱 개인전

역촌교회서 ‘이상욱 개인전’ 열려
역촌교회 1층 카페 ‘푸른초장’에서는 7월 25일까지 한 달 동안 ‘이상욱 개인전’이 열려 이 작가의 그림과 도자기 인형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랑부 김하은 전도사가 이 작가의 작품을 성도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기획한 전시회다. 본인도 기뻐하고 무엇보다 성도들이 따뜻한 관심을 보이며 많은 사랑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역촌교회 성도들이 이상욱 자가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매일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조 집사는 아들과 함께 일하는 미래를 꿈꾼다. 동대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엄마와 미술작가 아들이 함께 사업을 일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 집사는 “두드리면 열리고, 구하면 찾아주시면 하나님만 믿고 상욱이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