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박사의 넥스트처치(1267호)

 안티프래질 교회(Antifragile Church)

2021-03-24     이상훈 박사(미성대 총장)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마치 누군가에게 강제로 빼앗긴 것 같았던 시간을 통해 교회 공동체는 많은 것이 흔들렸고 또 많은 것을 잃었다.

뉴노멀의 시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회복력과 탄력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무엇보다 파괴적인 혁신과 변화가 전방위적으로 몰아닥치고 있는 시점에서 교회는 시대에 대한 적응을 넘어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러한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감사한 점은 교회는 본질상 강력한 적응력과 회복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의 용어를 빌리면 교회는 원래 ‘안티프래질’(antifragile)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의미를 좀 더 살펴보자. 안티프래질은 충격이 오면 깨지기 쉬운 상태를 말하는 ‘프래질’(fragile)의 반대어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충격이 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흡수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충격을 받으면 그전보다 더 좋아지는 상태를 뜻한다. 교회 역사를 보자. 교회는 원래 핍박 속에서 탄생했고 고난 속에서 확장되었다. 놀랍게도 핍박을 가하면 가할 수록 교회는 더욱 건강해 졌고 빠르게 성장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차원을 넘어 위협과 고난 속에서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낸 교회야 말로 ‘안티프래질’의 대명사였다.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교회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중에는 코로나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멸하는 교회,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빠르게 구조를 바꾸고 사역을 변화 시켜 충격을 흡수하고 적응하는 교회, 마지막으로는 이전보다 더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교회가 있다.

언뜻 보기엔 작고 연약한 교회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실제로 미국의 한인 교회의 상황을 보면 작은교회 가운데 팬데믹으로 인해 렌트비를 낼 수 없어 문을 닫는 곳도 많다.

그러나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단지 작기 때문에 어려워진 게 아니다. 이전부터 늙고 쇠퇴해 가고 있었기에 충격이 오자 쓰러지고 만 것이다.

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 필자는 미국 남가주 지역에 위치한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교회들이 이 기간을 잘 버티고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하기에는 여전히 큰 변수와 도전이 남아있지만 성도들과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돌보는 사역을 통해 적응력과 회복력을 보인 교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앤티프래질의 특성을 가진 교회들은 어떠한 모습일까? 여기에도 몇 가지 종류의 교회가 있다.

먼저는 디지털과 온라인 시대를 예측하고 일찍부터 창조적 파괴를 감행해 온 교회들이다.

누구도 온라인 사역을 꿈꾸지 않고 있을 때 온라인 교회와 예배를 준비하고 사역 기반을 구축해 놓았던 교회들은 팬데믹 시대에 오히려 복음의 영향력이 확장되었다.

또 다른 종류는 교회의 개념을 건물에만 묶어 두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예배와 공동체를 추구했던 교회들이다. 이들은 성도가 교회의 주체임을 인정하며 소그룹 중심의 분산화를 통해 그들이 있는 곳에서 교회가 되게 했다.

주중에도 연결되어 함께 기도하고 예배하며 선교 사명을 이뤄가는 공동체가 있는 교회는 이 기간에도 전혀 위축이 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앞선 모델과는 반대로 구성된 교회다.

앞선 모델이 하나의 지역 교회가 건강한 소그룹으로 나뉘어진 모습이었다면, 이 모델은 소그룹 중심의 교회가 먼저 세워진 후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는 형태이다.  

최근 북미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프레쉬 익스프레션(Fresh Expres sions)이나 마이크로 처치(Micro Church) 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태생 자체가 평신도 기반의 일상과 일터 중심이다.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모임의 성격과 예배의 형태가 다라진다.

또한 이들 공동체는 일상 속에서 선교적 삶의 실천을 목적으로 삼고 있기에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자신만의 사역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연합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 사역을 더욱 활기차게 만든다. 불확실성과 충격의 시대에 교회는 강해질 수 있는가?

그렇다. 역사 속의 교회는 한 가지 형태로 존재한 적이 없다. 교회는 언제나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되어 왔고 사명으로 인해 강해졌다. 오늘 우리가 점검해야 할 내용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사명 중심인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역의 초점을 조정하고 있는가? 성도들이 일상의 삶에서 예배하며 사역하는 구조를 제공하고 있는가?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어떻게 건강한 성도와 사명 중심의 소그룹 공동체를 세워 교회를 네트워크화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본 위기가 체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