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의 리더십노트(1263호)
리더의 피보팅(Pivoting)
피봇(pivot)의 사전적 의미는 ‘물건의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라는 뜻인데요. 농구나 핸드볼에서 한쪽 다리는 땅에 붙여 축으로 고정, 다른 쪽 다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피보팅을 성공 공식으로 사용합니다. 비교적 몸집이 가벼운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자사가 보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전환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인데요.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터, 인스타그램, 배달의 민족이 피보팅으로 오늘을 일궜습니다.
코로나19를 14세기 흑사병이나 1930년대 세계경제대공황과 같은 위기에 빗대는데요. 세계적 미래학자 짐 데이토(Jim Dator)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한 가지 미래만을 계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한 도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든지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고안해 내는 것이 당신의 의무다”라고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구상해야 할 때입니다. 수년 전 기독교 케이블 TV에서 탁월한 설교가의 방송 설교로 인해 교인의 수평 이동이 늘었다는 문제를 제기했었죠.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설교 방송을 탓하지 않고 배움을 통해 성장한 ‘케이블 키즈 목회자’ 시대가 열렸습니다. 성도들은 양질의 말씀을 찾아 이동합니다.
빼앗은 쪽 보다는 빼앗긴 쪽의 책임이 큽니다. 창세기는 하나님을 ‘빼앗아서 주시는 분’으로 계시합니다.
목회는 축을 마음대로 옮겨서는 안 되지만 피보팅에서 배워야 합니다. 한쪽 다리는 땅에 붙여 진리는 사수하고 다른 쪽 다리는 여러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목회를 재구성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 홈페이지에서 설교를 듣다가도 유튜브를 찾습니다. 속도, 접근성, 편리성 때문이죠. 코로나19가 유튜브 시대를 더 빠르게 열었습니다.
다양한 목회자의 탁월한 설교를 훨씬 쉽게 접하게 됐어요. ‘유튜브 스타’ 목회자도 나왔어요. 변하지 않으면 죽을지 모릅니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코로나19 이전 출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현실감이 없거나 혹은 위대한 목회자 중 하나일 겁니다.
코로나19는 교회에 큰 도전인데요. 한편으론 목회자와 교회에 시간을 선물했습니다.
기도, 묵상, 지성의 재충전 기회로 삼는다면 “목사님 설교가 달라졌어요.”란 평가를 얻을 겁니다. 적응을 넘어서 변화의 단계로 삼으면 기회입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 수기로 설교를 작성하다가 컴퓨터에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때 성령께서 불편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불편했던 겁니다.
지금은 종이에 설교를 쓴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교정과 재구성에서 참 게을러질 테니까요. 코로나19는 목회가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강제합니다. 모이는 교회에서 흩어지는 교회, 예배당에서 가정,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예배당 예배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길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거리두기 2.5단계에서 성탄 예배를 5부로 드렸습니다. 송구영신예배는 교구별 4부로, 각 교구 담당 목사에게 위임했고 4부만 인도했습니다.
예배당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한 게 아니라 예배당 예배를 드릴 기회를 단 몇 분에게라도 더 드리려는 배려였어요. 성탄 전야에는 ‘가정별 온/오프라인 축제’로 기획했는데요. 본당에 20명 이상 자리하지 않았고 차에서 대기하다가 담당 시간에만 입장했습니다. 가정에서 보내온 영상은 사이에 넣었습니다.
그날 밤 친교에 목마른 성도는 단비를 만났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열어보니 접속자가 주일 예배보다 열 배나 많았습니다. 두고두고 하이 스토리가 될 겁니다. 토요일 예배를 신설한 발 빠른 교회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타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지혜로 읽힙니다. 코로나19에게 넋 놓고 당하는 게 아니라 특별하게 적응하는 지혜라 봅니다.
유튜브 생중계로 송출하는 새벽기도회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할 생각인데요. 새벽잠 많은 세대가 늦은 새벽 유튜브에서 말씀을 듣고 하루를 시작한다면 코로나19가 준 선물입니다.
목장모임, 전도, 바자회, 제자훈련, 독서모임도 온라인으로 계획했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에 개인적 영성 관리를 위한 ‘말씀과 삶 다이어리’도 만들었습니다.
설교는 5분 이상 줄였습니다. 코로나19가 단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무엇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적응하거나 죽거나(Die or adapt)” 쉽게 생각하지도, 쉽게 가지도 않아야 합니다. 빼앗긴 교회에 봄은 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