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균 교수의 십자가 밑에서(1262호)
균형 잡힌 복음의 프레임
왜 복음의 균형이 중요한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급속히 바뀌고 새로운 흐름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갈 때, 교회는 급변하는 시대에 부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게 됩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의 사람들의 삶에 접촉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기 위한 작업은 무척 필요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성육신하셔서 이 세상에 오신 것,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삶을 먼저 사시며 세상의 희노애락을 경험하셨던 것들도 세상과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기 위하여 모든 것이 새로워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는 변화해도 복음의 내용은 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회들이 지금까지 복음을 강조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들을 해 왔는데, 왜 교회는 시대에 뒤쳐지는 느낌이 들고 갱신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성향대로 복음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실천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지요. 복음에는 능력이 있어서 그 내용 중, 어떠한 것이라도 받아들이고 강조하며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당장 그 능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복음의 내용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복음의 내용을 학습하고 받아들여 하나님께서 이 복음을 통하여 세상에 본질적으로 하시고자 하시는 일들을 올바르게 깨닫지 못하고, 복음의 일부분만을 전체 복음의 내용인양 지속적으로 강조하게 된다면, 균형을 잃게 되고 그 결과가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나게 됩니다.
그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복음의 내용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내용에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복음의 균형이란?
복음의 내용을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하는가? 라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복음의 내용을 완전히 다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이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내용을 어떠한 프레임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꼭 하나의 방법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복음의 내용을 어떻게 구분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우리가 강조하지 못하였던 부분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복음이 어떠한 내용이었는지를 정리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것이 정리된다면, 우리가 강조한 복음의 내용이 드러나게 되며, 상대적으로 강조하지 못하여 그 의미가 중요하게 부각되지 못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균형 잡힌 복음의 프레임의 예
한국에도 알려진 미국의 저명한 복음주의자 중 매트 챈들러와 제라드 윌슨은 [완전한 복음]이라는 책에서 복음을 다음의 두 가지 프레임을 가지고 설명하였습니다.
그것은 ‘땅에서 바라본 복음’과 ‘하늘에서 바라본 복음’이라는 틀입니다. 먼저 ‘땅에서 바라본 복음’이라는 틀에서 ‘하나님’, ‘인간’, ‘그리스도’, ‘인간의 반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복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틀에서는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인간을 변화시키는 은혜의 능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복음의 내용은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곧바로 ‘하늘에서 바라본 복음’이라는 틀로 연결되지요. 이 틀에서는 로마서 8장 22-23절에서 사도 바울이 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인간의 구원을 우주적인 회복과 어떻게 연관시켜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틀에서는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구속에 대한 성경의 거대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창조’, ‘타락’, ‘화목’, ‘완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복음의 내용을 설명합니다.
땅에서 바라본 복음이 미시적 차원의 복음이라면, 하늘에서 바라본 복음은 거시적 차원의 복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균형 잡힌 복음의 프레임으로서의 하나의 복음! 두 가지 관점! 이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적어도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예수께서 완성하신 복음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회복과 세상의 회복이라는 두 가지 차원의 관점이 다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뉴노멀의 시대는 교회에게 건강한 도전을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가 상대적으로 강조하지 못한 세상 모든 피조물의 회복! 그것을 바라보고 강조하고 실천하여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위한 교회의 노력이 교회의 변화의 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어떠한 시민 단체만 하는 일이 아닌, 복음을 사랑하고 강조하는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물론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인간을 위한 회복의 복음도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또 다른 균형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샬롬은 이 두 가지가 충족될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