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한기채 총회장에게 듣는다
“단순화·전문화·온라인 전환이 살 길” 사역 단순화·전문화 등 코로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총회장 한기채 목사에게 코로나19와 대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처 방안과 교단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 속에서 2021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은 우리 성결인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을 부탁드린다.
우리 모두 2020년을 시작하면서 많은 계획과 소망이 있었을 텐데 예기치 않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힘들고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2021년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받은 말씀은 이사야 40장 1~2절에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것이다.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풀려나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코로나 사태의 연단과 시험을 마친 후 더 성결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가길 기대한다.
또 성결인들이 어려운 때를 믿음으로 견디고 각자의 일터와 가정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배로 누리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총회장으로서 지난 한 해를 보낸 소회와 앞으로 교단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총회장의 직임을 맡게 된 것도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때에 맞는 위기관리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동안 방만하게 행사 위주로 돌아가던 교단 일을 구조 조정하여 내실을 기하도록 했다.
그동안 교단이 ‘친목과다 신드롬’으로 우리끼리 모이는 행사에 자원을 너무 낭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필요한 사역에 집중했다. 앞으로도 교단과 교회가 사역을 단순화, 전문화하고 코로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언텍트 시대에 걸맞게 교단의 회의나 행사 방식을 바꾸는 대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목회 방향은 개 교회 중심으로 사역이 진행되지만 총회가 각 교회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총회본부 유튜브 채널과 교육국 채널을 개설해 개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정예배,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연합집회나 행사는 앞으로 개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방신학교 교육도 서울신대 교수 등 탁월한 교수진이 공동의 과목을 온라인 강좌로 만들어 공유하도록 했는데 이런 부분이 축적되면 사이버신학교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교단 행사는 자제하는 방향으로 갈 방침이다. 교단에 꼭 필요한 행사 위주로 시행하고 덜 중요한 행사들은 자동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다.
모이는 행사 대신에 교회재활성화 사업과 성결인 인재양성 프로젝트인 홀리클럽, 총회 역사박물관 건립, 신앙고백서 발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그동안 교단이 잘한 일들을 계승하고 114년 차에 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업들을 실행했는데 현 코로나 상황과 잘 맞은 것 같다. 외형적인 일보다는 기본과 내실에 집중하면서 교단의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교회 재활성화 사업은 교단이 성장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아 지원하여 강소교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행사를 하지 않는 대신 총회장 중점사업비에서 2억원을 투입했고 국내선교위원회와 협력하여 11개 교회에 총 5억원을 지원했다. 이제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1월에 서울신대 명헌기념관에 성결교회 역사박물관이 문을 여는데 이를 통해 교단 114년의 역사를 잘 정립하고 역사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역사박물관을 준비하면서 보물 같은 역사 유물들이 기증되고 있는데 앞으로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에 좋은 역사자료들이 집대성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1월에 홀리클럽 사역도 진행된다. 총회장 중점사업은 사람을 세우는 것에 역점을 두었는데 교단의 미래는 서울신대 인재 양성에 있다.
홀리클럽 사역에 참여한 목회자 30여 명이 사역 방향을 논의하던 중 신학대학원 M.Div. 과정에 전액 장학금을 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또 멘토링 시스템을 가동해 선배 목회자들이 멘토가 되고 학생들이 멘티가 되는 산학 협동 프로그램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서울신대 교수들과 현장 목회자들이 함께 신앙고백서도 제작 중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공청회도 열 계획이다.
이 밖에 한성연 대표회장으로서 추진하고 있는 목회자 윤리규정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순교지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순교역사를 알리고 교계 및 사회 언론이 관심을 두도록 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과 재난 속에 예배를 지킬 방안과 정부의 예배 제한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것 아닌가
계속되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교단이 한목소리 내고 일정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한편으론 대사회적으로 타 교단들과 연합하여 우리교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회는 우선적으로 예배가 중요하지만 방역 당국의 요구도 있기 때문에 안전한 예배환경 만들기 매뉴얼을 만들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교회가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함께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양측 모두 만족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교단과 한국교회가 최선을 다해 정부와 협력하고 교인들을 지키면서 대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중견교단인 우리교단이 이를 주도하면서 안전한 예배환경 만들기 매뉴얼대로 예배를 드리되, 상황마다 정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교회의 대처방안을 공지할 계획이다.
2월 정기지방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효율적인 회의와 안전을 위한 지방회 지침에 대해 말씀해 달라.
사무총회와 정기지방회 개최에 대한 지침을 총회임원회를 거쳐 전국에 공지했는데 거리두기 2.0단계에서는 문제가 없으나 2.5단계 이상이 문제다.
2.5단계에서는 20명 이내로 모여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사무총회를 진행할 수 없는 교회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20명 이내 사무총회 개최가 어렵다면 불가불 2.0단계가 될 때까지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정기지방회의 경우 대의원이 많다면 여러 교회에 인원을 분산하여 개최하고 투표도 정회를 한 후 시간을 정해 여러 곳에서 투표를 하여 결과를 취합하는 방법이 있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115년차 교단총회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곧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고 2~3월에 백신을 보급한다고 하는데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5월에 열리는 총회는 그렇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우리교단 총회 이후 9~10월에 타 교단들이 총회를 개최했는데 분산 개최를 하고 화상으로 회무를 진행했다. 필요하다면 타 교단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지역별 분산 개최 방식으로 5월에 총회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해에도 낙태 허용, 포괄적 차별금지법, 기후환경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차별금지법은 이슈 초기부터 교단이 발 빠르게 대응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교계 차원의 공동 대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낙태 합법화 법안에 대해서도 교단의 반대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발표했고 한교총 교단장 기도회 때는 낙태 반대에 대한 취지문을 제가 발표하기도 했다.
또 이와 관련해 대림절 첫째 주를 생명 존중 주일로 지켰고 2가지 유형의 설교문을 타 교단과 공유해 교계적인 생명 운동을 일으켰다.
코로나와 더불어 차별금지법, 낙태 허용, 환경문제 등이 모두 ‘생명’과 관계된 것들이기 때문에 새해에도 계속 생명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내년 사순절에는 탄소금식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잠재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한다면 현 코로나 사태를 뛰어넘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대사회적인 환경운동 차원에서 녹색은총의 신학화 작업도 필요하다.
창세 때부터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녹색은총을 신학적으로 잘 정립하고 심플라이프, 음식물 안 남기기, 플라스틱 사용 자제 등 생명 운동을 주도할 계획이다.
어떤 총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오래전부터 사람을 세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살아왔다. 하나님의 은혜로 총회장까지 맡게 되었는데 교단의 인재들을 발굴해 신실한 일꾼으로 세워가는 발판을 마련한 총회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동안 교단에 모델이 될 만한 사역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남은 5개월의 임기도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총회장 퇴임 후에는 교단의 모교회인 중앙교회의 목회자로서 사역을 충성스럽게 감당하고 은퇴 후에도 교단과 한국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성결인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총회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114년차 교단 표어를 ‘나부터 성결, 우리부터 평화’로 정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가 없는 것은 그 속에 필수적인 정의가 없어서 그렇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의’와 ‘성결성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 안에 성결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평화가 없다. 성결교회는 21세기에 꼭 필요한 교단이고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를 가진 교단이다.
교회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안으면서 코로나도 극복하고 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성결인들이 앞장섰으면 한다.
대담=황승영·정리=남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