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광그룹 회장 이규태 장로(본교회)
‘인생 2막’ 위해 새 출발, 나눔과 사회적 책임에 최임 “진실 외면한 언론, 내가 범죄자이길 바래” 방산비리 ‘무죄’에도 여전한 낙인, ‘유죄’ 사건 증거 확보해 재심 신청
지난 10월 25일 정년퇴임한 이규태 원로장로(본교회·사진)의 삶은 빛과 그림자가 뚜렷하다. 때론 빛보단 어두운 그림자로 기억되는 경우가 더 많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방산비리가 무죄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는 오해와 편견 탓이다.
사실, 그에게서 그림자는 모두 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흔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누구보다 교회에 충성했던 이 장로의 헌신이 사회적 시각에서는 그림자가 되고 말았다.
시무 장로를 은퇴하면서 이 장로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이상 자신의 일로 교회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세상이 거짓과 모략으로 나를 파렴치한 죄인으로 만든 것은 차라리 참을 만했지만 저 때문에 교회가 비난을 받고, 하나님을 욕되게 한다는 것이 더 참을 수 없었다”면서 그동안의 심경을 토로했다.
경찰 간부 출신인 그는 1985년 300만원을 가지고 방위산업에 뛰어들어 ‘일광공영’이라는 굴지의 방위 사업체를 일구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사회복지사업과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사업도 벌이고 대중문화를 이끌기 위한 문화(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종착점은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웃과의 나눔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방산비리자가 돼 있었다. “국익과 공영을 우선한다는 창업 이념의 토대 위에 나 때문에 누군가가 손해를 보고 피눈물 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모토로 살아왔는데 방위사업청을 속여 1,100억여 원을 빼돌린 사기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는 ‘잘못한 것이 없었기에 걸릴 게 없고, 금세 석방돼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론은 연일 그의 비리 의혹을 사실인 양 보도했고, 어느새 방산비리와 횡령, 탈세, 재산 해외 도피 등 열 가지 혐의가 덧씌워졌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만 가득했지만, 한 순간 몰아치는 폭풍에 벼랑 끝으로 몰려 수감까지 되자 차라리 초연해졌다고 한다. 이 역시 하나님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의 능력이라 생각한 적 없었다는 그는 알 수 없는 시련에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외로움 법정 싸움을 벌였다.
공판은 1년 7개월 동안 80회나 열렸다. 법원은 대부분 이 장로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핵심 혐의인 방산비리를 무죄로 선고했다.
그가 외국 회사로부터 받은 중개 수수료를 차명계좌 등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재산국외도피와 조세·조세범처벌법 위반)도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방산비리의 혐의를 잡지 못한 검찰이 별건 수사로 먼지 털듯이 그를 탈탈 털었다. 이 장로는 “검찰이 방산비리로 500만원이라도 인정하면 선처하겠다고 했지만 협조하지 않아 회사 돈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으로 끝내 일부 유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횡령과 배임 혐의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본교회 건축 당시에 자신의 회사 돈을 교회에 기부하고 무이자로 대환한 것이 법률적으로 횡령과 배임죄가 되었고, 이를 다시 돌려놓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로 같은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 장로 본인이 사리사욕을 목적으로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 아니고, 피해 회사가 그의 1인 회사이며, 일부는 계열사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교비 관련 횡령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학교 증·개축비로 사용했다고 법원에서도 인정했다. 사실상 개인 비리는 드러난 게 없고, 회사의 피해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이 장로는 “검찰이 회사의 모든 자료를 압수하고도 수차례 환부 신청에도 자료를 돌려주지 않아서 입증이 부족했다”면서 “돌려받은 자료로 재심을 신청하고 현재 기다리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법정에서는 이겼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부정한 기업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이 장로는 “진실과 관계없이 언론은 내가 범죄자이기를 바라고, 그러한 뉴스만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장로의 방산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하던 언론들이 추후 해당 사건의 무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광학원 관련해 사실 확인도 없이 의혹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줬다.
이렇게 오해와 억측이 이어지고, 교회 안의 세대교체도 이뤄지다보니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의 오해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도 이 장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하나님은 아시는 일이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긴 사람이 하나님께서 내 진실을 알고 계시는데 억울할 게 무엇이겠냐”는 입장이다.
사람의 덕을 높이는 일곱 가지 순종의 도를 깨닫는다는 칠순이 된 그는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건강과 경제력, 여건이 되었다는 자체가 은혜이자 영광스러운 일이었다”며 “현역 장로로는 은퇴하지만 사회적 직책은 유지되는 만큼 신앙인으로서의 섬김의 사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생 2막을 위해 퇴임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