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4호> 젊은 사제가 기도를 드리면서

2012-03-14     한국성결신문

▨… 젊은 사제가 기도를 드리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 주교에게 물었다. “당연히 안 되지!” 주교가 단호하게 말했다. 얼마 뒤 젊은 사제는 담배를 피우며 기도에 몰두해 있는 나이 많은 신부를 만나게 되었다. 젊은 사제는 분노했다. “기도 중에 담배를 피우시면 안 됩니다! 제가 직접 주교님께 여쭤봤는데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나이 많은 신부가 말했다. “이상한 일이군, 나도 물어봤었는데 분명히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드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네.”(마테오 모테를리니·심리상식사전)

▨… 로고진이 미쉬킨에게 물었다. “당신은 하나님을 믿습니까?” 예나 아니오로 대답하는 대신에 미쉬킨은 네 가지의 사례를 들었다. 그 예 중의 하나. 시계가 탐이 나서 동료를 살해했던 농부가 있었다. 살인자는 칼을 빼들고 상대방의 목을 찌르려 하면서 말했다. “하나님, 주님의 뜻으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도스토예프스키·백치)

▨…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는 자들을 용서해주도록 간구하는 주님의 기도가 살인자의 기도로 바뀌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사제의 담배와 나이 많은 신부의 담배라는 인간의 삶의 정황이었을까. 아니면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는 진리이던 것이 저쪽에서는 진리 아닐 수도 있는 인간의 모순성일까. 아니면 진리를 이용하는 인간의 비열함일까.

▨… “총회임원 선거후보자 등록공고”라는 것이 발표되었다. 등록서류의 종류가 많기도 하지만 등록비도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선거관리 중점사항으로 세밀하게 안내된 내용을 보면 이것이 정말 “성결”을 부르짖는 성직자 사회의 수장을 뽑는 선거의 안내문인가싶을 정도이다.

▨… 세상이 변해서 교회가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말은 그 말의 정신만 기억하자는 의미로만 쓰여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결을 부르짖는 교단의 선거는 ‘세상 선거’와는 무엇인가 조금은 달라야 한다. 총회장 선거가 아무리 인격이 훌륭한 목회자를 뽑는 선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계’가 탐나서 진리를 이용하는 노름판으로 전락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총회장 자리가 젊은 사제나 나이 많은 신부의 담배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