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거품 걷어내고 진실에서 다시 출발을

2011-06-30     방인근 목사(수유리교회·논설위원)

5. 16 후 군사정권이 들어 선 후 행정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공문서 양식이 변한 것이다. 요즘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공문서 양식을 쓰기 전에는 무슨 소설 같은 그런 공문서였다. 그러니 사실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공문서 양식이 그러하니 내용도 두루뭉실이었다. 하여 그 시절 통계는 거의 공무원이 책상머리에서 쓴 소설이었다. 그런 걸 자료라고 가지고 나랏일을 기획했으니 뭐가 제대로 굴러갔겠는가.

요즘 교회가 그렇다. 교인숫자도 정확하지 않고 연령별 프로테지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자유당 때 면서기가 그랬듯이 대강 써 올린다. 대의원 더 보내자고 세례교인 숫자 늘리고 총회비 덜 내자고 경상비를 특별회계로 돌린다. 한마디로 뻥이 심하다. 그러면서 은혜롭게 하는 거란다. 그러나 아무리 은혜의 세계가 그런 거라 하더라도 총회행정은 그래서는 안된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그 무엇도 제대로 되지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과 문제해결 방식에 익숙한 세대들이 세속사회에서는 물러간 지 오랜데 교회만 아직도 60년대 사고를 가진 이들이 지도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나이 든 세대더러 물러가라 그런 말 하자는 게 아니다. 사유의 틀을 바꾸자는 말이고 바꾸지 못 하겠으면 새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혁이 무엇이던가. 이런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뜻밖에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이 더 구시대적 사유에 젖어있는 경우를 보고 경악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엊그제 군부대 고위층이 대기업을 방문하여 연수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다. 군대행정에서 행정의 기본을 익힌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역으로 군대의 고위층을 연수하기에 이르렀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겸손한 자세로 세상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철저히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을 기준으로 교회의 친절도를 점수 매김을 했더니 40점인가가 나오더라는 말을 들었다. 법에 대한 기초 이론도 읽어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가 법관련부서에서 교회법을 칼질한다거나 경영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이가 예산을 편성한다든가, 교인 수 연령별 분포도 학력 등에 대한 기초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교육계획을 세우는 일이 온당한 일이라 할 수가 있는 일인가.

법제정을 두고 목사 장로가 타협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타협을 하더라도 원론적인 객관성 공정성은 보장되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은 이들끼리 자리를 돌려먹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 전문성을 갖출 기회가 있겠는가?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그런대로 유지를 했다고 하자. 그러나 앞으로는 그리 안 될 것이다. 해군본부 장성들처럼 대기업에 가서 배우고 오라. 그리고 교단내의 기초자료를 축적하는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총 센서스부터 하라. 그렇게 해서 얻은 자료를 전산화하여 연구자들에게 개방하라. 그리하여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라.
말씀을 깊이 읽고 기도하여 웅숭깊은 영성을 추구하는 일 못지않게 이 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