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타자 위한 존재돼야"

본회퍼 선집 출판기념 세미나서 유석성 총장 강조

2011-06-11     황승영 기자

본회퍼 선집을 소개하고 있는 유석성 총장
행동하는 신앙인  본회퍼는 오늘날 위기의 한국교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에게 교회다움을 잃고 세상과 똑같이 명예, 권력, 물질을 추구하는 것은 죽은 교회다. 권력과 야합하고, 신앙의 본질을 외면했던 당시 독일 개신교를 향해 십자가 중심의 참된 기독교를 회복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놨던 본회퍼. 그가 오늘날 양극화와 기복주의가 더욱 심화하고 오만하다기까지 비판받는 진흙탕 속 한국교회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때 민중신학에 영향을 미치며 진보신학에서 주목을 받았던 본회퍼의 신학과 삶이 최근 다시 한국교회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10일 기독교회관에서는 부와 명예, 권력을 가까이했던 독일교회와 나치 정권에 항거했던 본회퍼의 신학사상을 담은 ‘본회퍼 선집’(대한기독교서회) 출판 기념회 및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본회퍼 학회(회장 서울신대 유석성 총장) 선집을 통해 한국교회에 본회퍼의 메지지를 대신 전했다.

유석성 한국본회퍼학회 회장(서울신학대 총장)은 이날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되게, 교회를 교회 되게 하길 원했던 본회퍼는 흙탕물에 빠진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정화제가 될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신학자”라고 했다.

유 총장은 “본회퍼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공동체가 돼야 하고, 예수를 ‘타자를 위한 존재(being for others)라고 한 것처럼 타자를 위한 교회일 때 진정한 교회가 된다고 했다”며 “그의 신학의 근본은 추상적인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구체적으로 역사 속에 들어오셨다는 성육신 사상”이라고 밝혔다.

유 총장은 또한 “기독교인들에게는 신앙과 행위가 일치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의 그의 순교자의 모습이 감명을 주었다”며 “그리스도 중심적인 사고와 신학, 제자직의 고귀함, 기독교신앙에서 세상성의 강조를 통하여 기독교인의 책임적인 삶을 한국교회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본회퍼 학회(회장 유석성 총장)는 본회퍼 선집을 출간하고 지난 10일 출판기념회 및 세미나를 가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기총 돈 선거나 일부 교회의 권력다툼, 폭력과 세습 등 명예와 권력, 물질 욕심에 휩싸여 추악해진 한국교회들 앞에 ‘그리스도 중심적 십자가’를 강조했던 본회퍼 사상은 갈 길을 알리는 나침반이자 치유와 정화의 샘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회퍼의 저서는 1965년 ‘나를 따르라’ 첫 출간을 시작으로 ‘저항과 복종(옥중서간)’ ‘윤리학’ ‘신도의 공동생활’ 등이 한국에 소개에 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본회퍼의 신학을 재조명하고 삶을 정리한 평전 등이 10종이 넘게 출간됐다.

지난 2006년 본회퍼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본회퍼 도서와 다양한 관련 행사들이 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선집은 본회퍼의 삶과 신학을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어 교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본회퍼학회가 출간한 ‘본회퍼선집’(대한기독교서회)은 독일 카이저 출판사의 본회퍼 전집(총 16권) 가운데 학문적인 저서 8권이 번역, 출간된 것이다. ‘성도의 교제’(1927)부터 히틀러 암살모의로 투옥돼 1945년 4월 9일 처형되기 직전까지 쓴 옥중서신집 '저항과 복종‘,  ‘행위와 존재’,‘창조와 타락’‘그리스도론’,‘나를 따르라’‘신도들의 공동생활’, ‘윤리학’ 등이다.,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이신건 오성현 교수(이상 서울신대), 강성영 한신대 신학대학원장, 정지련 감리교인천성서신학원 교수 등 본회퍼 전문가들이 번역에 참여했다. 유석성, 이신건, 오성현 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등 국내 신학자들이 직접 옮겼다.

한국본회퍼학회장을 역임한 손규태 명예교수는 선집 발간에 대해 “불완전한 기존의 본회퍼 번역본들을 읽던 한국 독자들에게 비교적 완전한 번역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최근 들어 본회퍼 사상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측면이 있는데 이번 발간을 계기로 다시 많은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그리스도의 참 정신을 상실해가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타자를 위한 그리스도’와 ‘섬기는 교회상’이 본회퍼를 통해 회복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출판 기념회에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한 전 감사원장은 “예수도 안 믿는 사람인 제가 1970년대 종로5가에서 NCCK 인권위원이 되고 목사님들 기독청년들과 함께하다 본회퍼 책을 두세 권 읽게 됐고, ‘살인하는 운전사를 끌어내리는 것이 올바른 믿음’이라는 내용을 접하고 열광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종로5가를 중심으로 했던 올바른 신앙의 실천이 한국 기독교의 명맥을 살리고 이만큼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 사이 기독교인이 됐다”고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