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예수님 수난일은 언제인가?
-유월절 전 날, 첫 날
예수께서 잡히시고 수난 당하신 날에 대한 공관복음의 기록과 요한복음의 기록은 일견해서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공관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수난 당하신 날은 유월절(무교절)의 첫 날이다. 마태와 마가는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드셨다고 증언한다(마 26:17~19; 막 14:12~16). 누가도 유월절 양을 잡을 무교절이 이르렀을 때에 큰 다락방에서 유월절 식사을 드셨다(눅 22:7~16)고 하며, 마태, 마가와 맥락을 같이 한다.
즉, 예수께서는 7일 동안 계속되는 유월절 절기의 첫 날이 시작되는 저녁에 마지막 만찬을 나누셨고, 그날 밤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고, 잡히셨고, 밤새 심문받으신 후 아침에 십자가형에 넘겨지셨다. 이 모든 일들은 유월절이 시작되는 저녁부터 밤, 아침, 오후로 이어지는, 유대 시간으로는 유월절 첫날 하루 동안에 일어난 사건이다.
반면에 요한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께서 재판을 받으신 때는 “유월절의 예비일”(요 19:14)이다. ‘예비일’은 일반적으로 유월절의 전날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라서 공관복음의 기록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기록 차이는 성경을 세밀히 읽어 온 많은 성서학도들에게 오랜 난구로 여겨져 왔다. 과연 이 두 기록의 차이는 어떻게 이해되어질 수 있을까?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유월절의 예비일”이라는 요한복음의 문구 자체에 있다. “유월절의 예비일”이라는 표현이 꼭 유월절 전날을 의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표현을 해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유월절 7일의 기간 중에 있는 “예비일”이라는 어떤 특정한 날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이 “예비일”이란, 통상적으로 ‘전 날’이라고 표현하는 문구와 호환되어질 수 있는 의미로서의 예비일(영어로는 소문자)이 아니라, 유월절 절기 안의 또 다른 어떤 특별한 날을 예비하는 날로서의 특정된 ‘예비일’(영어로는 대문자로 시작되는 ‘예비일’)을 의미할 수 있는데, 사실 복음서를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이러한 이해가 정당함을 알게 된다.
당시 유대인들은 유월절 7일 기간 중에 만나게 되는 안식일을 특별한 안식일로 여겨 ‘큰 안식일’로도 별칭 하였고, 그 ‘큰 안식일’을 준비하는 전 날까지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안식일의 예비일’ 또는 단순히 ‘예비일’이라고도 칭하였다. 요한 자신도 이 사실을 복음서 다른 곳에서 명확히 한다.
그는 예수께서 운명하신 날에 대해 “이날은 예비일이라”(19:31)라고 말하며, “유대인들은 그 안식일이 큰 날이므로”(19:31)라고 기록함으로 그 ‘예비일’이‘큰 안식일’과의 관계성에서의 예비일임을 명시하고 있고, 다시 “이날은 유대인의 예비일”(19:42)이라고 ‘예비일’만 단독으로 사용함으로, 특정한 날을 지칭하는 표현으로서 ‘큰 안식일’의 전날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예비일’에 대한 공관복음의 이해도 동일하다. 마태는 “그 이튿날은 예비일 다음날이라”(27:62)고 ‘예비일’이 특정한 날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누가는 “이날은 예비일이요 안식일이 거의 되었더라”(23:54)고 기록하여 ‘예비일’이 안식일을 예비하는 날임을 밝히고 있고, 마가는 더 결정적으로 “이날은 예비일 곧 안식일 전날”(15:42)이라고 표현하여 그 ‘예비일’이 유월절 안의 큰 안식일 전 날을 지칭하는 특정한 표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공관복음이나 요한복음이나 공히, 그 다음 날이 안식일이 되는 유월절의 첫 날에 이루어졌다.
신구약 전체의 신학적 이해에서 보면 예수께서 고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날은 유월절 첫 날이어야 한다. 예수께서 죽으심을 당하신 것은 우연히, 또는 사람들의 결정에 의해서 된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하의 구속사적 시간표에 의해 진행된 일이다. 따라서 ‘때’가 이르기 전에는 아무도 예수께 손을 대지 못하였으며(요 7:30; 8:20), ‘때’가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예수님은 그들의 손에 넘겨지셨다(요 12:23, 27; 13:1; 16:32; 17:1).
그 메시야의 대속적 죽음의 날짜는 구약에 예언되어 있는데, 바로 유월절의 양 잡는 날, 유월절 첫 날이다. 사실 유대인들은 이 날을 어떻게 해서라도 피하기를 원했으나, 그들은 하나님의 시간표를 거슬릴 수가 없었다(마 26:5; 막 14:2). 예수께서는 당신의 시간표에 따라, 유월절 양 잡는 날 즉 유월절 첫 날에 정확히 죽임을 당하심으로 성경의 가장 핵심적인 예언을 성취하시며 당신의 메시아 되심이 증거 되게 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