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사회 인프라…복구작업도 지지부진
콜레라 등 전염병 창궐…3000명 이상 사망

2010년 벽두를 강타한 아이티 지진 참사가 지난 1월 12일 1주기를 맞았다. 지진 이후 세계 각국의 원조와 복구작업이 이루어졌지만 그날의 상처는 여전하다. 아직도 완전복구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 구호단체들의 계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티 구호 노력
지난해 1월 12일 오후 4시 53분. 200년 만에 리히터 규모 7.0의 최대강진이 카리브해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를 휩쓸었다. 당시 정부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진으로 최소 23만 명이 사망했으며 30만 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각국의 구호단체와 기부단체들은 조정기관인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과 협의하며 전략적인 구호활동을 펼쳤다.

한국교회도 역대 최고수준으로 발 빠른 아이티 구호에 나섰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와 기독교 관련 NGO가 모금한 금액은 190억 원에 달한다.

본 교단도 아이티 지진사태 직후 교단 모금에 돌입해 7억2천여만 원을 모금했으며 지난해 10월 오엠에스측에 5억여 원을 지원, 아이티 주민을 위한 50여 채의 집을 짓기로 했다.

예장통합은 가장 많은 금액인 36억 원을 모금하고 중장기 구호계획을 수립, 월드비전, 기아대책 등 기독NGO와의 협력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장합동은 30억 원 이상을 모금하고 총회세계선교회(GMS), NGO해피나우 등과 총회긴급재난구호대책위원회를 구성, 아이티 구호에 교단 역량을 모았다.

월드비전, 기아대책, 컴패션, 해비타트 등 기독NGO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오랜 구호경험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구호가 이루어졌으며 중장기 프로젝트를 세우고 현재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성서공회는 아이티 크레올어 성경 8천부를 기증, 말씀으로 상처입은 아이티 주민들을 위로했다.        

노숙인 구호단체인 소중한사람들(대표 김수철 목사)은 아이티에서 무료급식 사역과 고아들을 돌보고 있으며 향후 레오간에 무료급식소·학교·병원·고아원·교회·선교센터 등이 모인 예수마을을 건립할 계획이다.

교계연합기구 및 개 교단·단체의 아이티 구호 및 모금에 한국교회의 힘을 응집하기 위한 ‘한국교회 아이티연합’도 결성됐다. 비록 한시적인 활동에 그쳤지만 체계적인 구호를 위한 조정자 역할을 감당했다는 평가다.   

아이티의 고통은 계속
아이티는 지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물, 식량 등 기본적인 물품의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아이티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국제사회가 아이티를 잊어가고 있고 구호단체들의 활동도 아이티의 열악한 도로 및 위생시설, 정치적 혼란 등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진 발생 당시 아이티에 막대한 구호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약속된 금액의 10분의 1만을 내놓았다는 조사도 나왔다.

행정처리 지연과 잇단 재난으로 아이티에서의 재건작업은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작업보다 더 열악하다는 게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아이티에 파견돼 재건복구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월드비전 강도욱 간사는 “보통 재난발생지역에서는 3개월간 긴급구호를 하고 이후 재건복구사업에 들어가는데 이곳에는 아직 긴급구호작업조차 되지 않은 곳이 많다”며 “지진 이후 허리케인, 콜레라 같은 재난이 잇따라 발생해 경험이 풍부한 전 세계 구호단체 요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기승을 부리던 콜레라는 예방을 위한 의료인력과 인프라조차 부족해 15만 명이 감염되고 3000명이 사망하는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는 아이티 지진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구호사업을 돌아보고 장기적 구호를 위한 교단·단체 간 논의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 교단·단체별 아이티 복구사업뿐 아니라 유엔 등 세계 각국의 재건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독NGO들도 최근 아이티 지진 1주기를 맞아 구호열기가 식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장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식량과 식수공급, 위생 관리, 난민촌 운영 및 주택 재건, 의료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아이티 돕기 모금액 일부를 현지 취약계층 장애아동을 위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컴패션도 긴급구호 단계를 넘어 장기적 차원에서 어린이양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며 전염병 예방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장기재건사업 2년 계획을 수립, 무너진 건물과 집들을 내진설계의 건축물로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티 지진 후 1년. 지진참사는 아이티 주민들의 생과 사를 갈라놓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아직까지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이어진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식어진 구호열기를 다시 되살리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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