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6만원, 1평도 안 되는 공간서 생활
어둡고 추운 쪽방촌…삶의 희망 찾기 어려워

서울 동자동 쪽방촌의 모습

서울 동자동 35번지 쪽방촌에 사는 김유태 씨(52세)는 지난 12월 23일 쪽방촌 인근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성탄예배에 참석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찬바람을 맞아야했지만 행사가 진행된 1시간 30분여를 꼼짝 않고 버텼다.

8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김 씨가 자리를 지킨 건 행사 후 받게 될 성탄선물 때문이었다. 드디어 행사를 마치고 차례로 줄을 서 선물 한 보따리를 받았다. 몸이 불편한 김 씨는 자원봉사자에게 부탁해 선물 보따리를 자신의 쪽방까지 운반했다.

자물쇠를 열고 들어간 쪽방은 1평(3.3㎡)이 조금 안 돼 보였다. 그 좁은 방에 TV, 냉장고, 전기밥통 등 살림살이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 남은 공간이 김 씨가 겨우 다리를 펴고 누울 수 있는 자리다.

강원도 속초에서 그릇장사를 하던 김 씨는 가게가 부도를 맞으면서 부인과 이혼하고 그 충격으로 뇌경색을 일으켰다. 그 이후부터 그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술 후 어느 정도 거동은 할 수 있었지만 일을 나갈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나마 남아있던 돈도 바닥나면서 어쩔 수 없이 쪽방까지 오게 됐다.

7년 동안 쪽방을 벗어난 적이 없는 김 씨에게 희망은 잘 보이지 않았다. 1년 365일이 그냥 똑 같은 하루일뿐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 종일 쪽방에 있다가 갑갑하면 인근에서 잠깐 햇볕을 쬐고 돌아오는 게 외출의 전부다. 멀리 가는 건 엄두도 못낸다. 그래도 더운 여름보다 추운 겨울이 조금 낫다는 게 김 씨의 말이다.

“여름에는 쪽방이 찜통이라 아예 바깥에서 잠을 자요. 겨울에는 춥지만 그래도 잠은 잘 수 있으니까...”   

1평이 안 되는 쪽방은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공간이다
김 씨는 현재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또 일을 해서도 안 되는 처지다. 일을 해 소득이 생기면 기초생활수급비를 깍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으로 김 씨가 수령하는 돈은 한 달에 50여만 원. 이중 쪽방 월세로 16만원이 나간다. 남은 돈으로 쌀, 반찬, 라면, 가스 등 생필품을 사고 한 달을 버틴다. 

또 다른 쪽방에서 만난 이동신 씨(46세)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지만 그는 지난 3월 폐암 진단을 받은 암 환자였다. 그도 지난날 자영업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IMF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하루아침에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했다.

자신도 암 투병을 하는 처지지만 요즈음은 만삭의 아내가 더 걱정이다. 더군다나 아내는 난치성희귀질환을 앓고 있어 곧 태어날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하다. 좁은 쪽방에서 아기를 돌보는 문제며 분유값, 기저귀 값은 또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만 쌓인다.  

방 앞에서 김치찌게를 끓이고 있던 신범용 할아버지(72세)는 과거 국방부 공무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쪽방에서 생활한지 벌써 15년째. 가족을 잊고 산지 오래 됐다는 신 할아버지는 어떻게 쪽방까지 오게 됐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쪽방 외에는 갈 곳이 없고 나이가 많아 일거리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신 할아버지는 다 끓인 찌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한 동자동 쪽방주민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일자리다. 자력으로 생활해야 하는 사람이 63%에 이른다. 한 겨울 일자리 찾기도 어렵지만 최근에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도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과거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서울로 과도한 인구 밀집이 이뤄지면서 형성된 도시빈민가의 대표적 사례가 쪽방촌이다.

서울시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현재 9개 지역(돈의동·창신동·남대문로5가·회현동·동자동·갈월동·영등포1동·영등포2동·문래1동) 3500여 개의 쪽방에 32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31%), 65세 이상 독거노인(19.7%), 장애인(12.8%)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큰 쪽방촌을 이룬 동자동에는 888개의 쪽방에 약 9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태 등으로 모금이 잘 안 돼 쪽방촌 주민들의 겨울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사회복지예산 감액으로 정부의 지원이 축소될 경우 많은 쪽방 주민들이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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