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절망적이지만 희망을 비추는 빛이 될 것"

세계 최대 구호기구 월드비전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1950년 6.25전쟁 중 시작된 월드비전은 긴 세월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계 최초로 도움 받는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변화다. 조직을 이끄는 회장을 공개 채용으로 청빙한 것도 놀라운 변신이었다. 지금도 월드비전의 변화는 진행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눔 문화의 또 다른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제5대 이사장 박노훈 목사(신촌교회, 49세)다.
그는 역대 가장 젊은 이사장이다. 박 목사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더욱 활기차고 폭넓은 사역을 다짐하면서 코로나19로 어두움 가운데 있는 세상에 한줄기 빛을 선사할 월드비전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통 받는 인간 아프게 보신 ‘하나님 아픔’에 의해 월드비전 탄생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더 어려운 사람 잊지 않고 돌봐야

Q 70년 월드비전 역사에서 역대 최연소 이사장으로 선출되셨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사장까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사가 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선배 목사님도 많이 계셨는데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월드비전 발전에 공헌한 교단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교단에는 월드비전 발전과 구호사업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 많습니다. 고 정진경 목사님이 제2대 이사장을, 고 이윤구 장로님이 제5대 회장을 지내셨습니다. 이 장로님은 월드비전을 해외에서 지원받는 단체에서 지원하는 원조 기구로 바꾸시는데 공헌하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정익 목사님, 한태수 목사님, 이의숙 권사님 등도 월드비전에 많은 후원과 활동에 힘써 주시고 지금도 명예 이사로 계십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아시겠지만 제9대 회장에 금호성결교회 조명환 장로님이 선출되었습니다. 성결교회 목사인 제가 선출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한국월드비전은 초교파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기관으로 교회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경영, 법률, 회계, 사회복지분야까지 다양한 각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특정 교단에 치우침 없이 교단별 안배에 따라 목회자의 일정 비율을 이사로 선임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신에 따라 소통과 화합, 협력을 통해 월드비전을 이끌어가겠습니다.

▲ 월드비전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 월드비전은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월드비전 정기후원자가 되면, 세계의 굶주린 어린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고, 교육받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다.

Q 월드비전은 6.25전쟁 당시 전쟁고아를 위해 설립돼 올해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금의 월드비전의 활동(현황)과 위상은 어떻습니까?

A 월드비전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전쟁고아와 남편잃은 부인들을 돕기 위해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와 한경직 목사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이후 70년 넘는 역사를 통해 전문성을 키워왔습니다. 현재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4만 5000여명의 직원이 1억 5000만명이 넘는 취약한 아동들을 섬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 NGO로 어린이와 이웃의 풍성한 삶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 월드비전은 1991년부터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 등으로 자체적인 모금 활동을 펼치며 지금은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현재 후원자 50만여 명과 함께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월드비전 파트너십 내에서 4번째의 규모로 전 세계 아동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해외 43개 국가에서 306개의 지역개발사업, 긴급구호사업, 옹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국 22개 사업장, 197개 파트너십 기관과 협력하여 국내 위기아동 지원 사업, 결식아동 지원 사업, 꿈 지원사업의 ‘꿈꾸는 아이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70주년 의미와 기념사업, 앞으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설명해주십시오.

A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1억명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국제개발 및 옹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월드비전은 “You Change Me”라는 컨셉으로 후원자가 아이들과 직원들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은 다시 후원자와 직원들을 변화시키는 당신이 나를 변화시킨다는 의미 아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다만, 지난 2월부터 확산된 코로나19의 위기로 인하여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월드비전은 지구촌 모든 아이들의 풍성한 삶을 위해 더욱 취약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Q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기부도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기부를 더 확대해 나갈 수 있을까요?

A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가나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늘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극복해 내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IMF와 같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도 그러했고, 올해 코로나19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견뎌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잊지 않고 돌보는 것은 ‘가장 대한민국 국민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70년 전 한국전쟁이라는 큰 비극을 겪었고, 이 시기를 통해 전 세계가 서로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국의 도움으로 한국이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고 월드비전 역시 도움을 받던 기관에서 이제는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성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70주년이자, 월드비전 70주년인 지금, 전 세계가 다시 코로나라는 큰 위기에 처했지만 지금이야말로 70년 전 그때처럼 다시 한 번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연대한다면 지금의 위기도 극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노훈 월드비전 이사장은 2018년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해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월드비전의 현장사역을 체험했다.

Q 코로나 사태 후 월드비전 구호 사업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월드비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펜데믹 선포 이후에 코로나19 상황을 전 세계 월드비전이 함께 대처해야할 ‘글로벌 대응’으로 선포하고, 현재 미화 3억5000달러(한화 약 4,200억원) 규모의 대응 계획을 가지고 7,200만명의 취약한 사람과 아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가정 및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예방하는 위생교육 및 용품 지원의 예방 활동을 벌이고, 시스템과 인력에 대한 지원, 아동교육과 심리사회적 지원, 생계지원 활동 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폭력과 학대, 조혼 등을 막기 위한 아동보호 옹호와 연대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은 특히 전 세계 파트너십을 통해 약 100개 국가에서 공동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십 강화, 디지털 기술이나 데이터 수집에서의 새로운 방법 시도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북한과 교류가 막힌 상태인데, 북한아동지원 사업 현황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A 한국월드비전은 그동안 북한 내 근본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업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비록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대북지원이 최근 들어 부침을 겪고 있지만, 한국월드비전은 국제월드비전과의 협력 속에서 북한 아동들을 위한 ‘영양개선사업’과 ‘식수위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북지원을 위한 물자 및 인력의 접근이 어려워져 월드비전을 포함한 국제구호 단체들의 대북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북관계와 국제제재 그리고 코로나19 등 많은 제약조건 속에서, 향후 좀 더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방법을 모색하고 또 북한의 변화에 발맞추어, 북한 아동들을 근본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구상해 나갈 것입니다.

▲ 월드비전(www.worldvision.or.kr)은 국내 결식아동과 북한어린이 돕기 사역도 꾸준히,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Q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에 따라 설립됐는데, 어떻게 그 정체성을 실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고통 받는 인간을 보시고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아픔'에 의해 잉태되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하나님의 아픔에 동참하고 고통과 아픔의 치유를 위해 미국 출신의 젊은 복음 전도자 로버트 윌라드 피어스(Robert, Willard Pierce)목사의 “하나님의 심장을 깨어지게 하는 일들에 의하여 저의 심장도 깨어지게 하옵소서!”라는 기도의 응답으로 월드비전이 이 세상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월드비전은 글로벌 NGO로서 지역개발(식수, 위생/보건, 교육, 소득, 주민 자립 역량 강화)과 구호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교회가 진행하는 것처럼 교회 건축이나 선교사 파송 등의 활동은 하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선교활동이 아닌 종교, 인종, 민족, 성별에 관계없이 아동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지, 지역사회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Q 우리 교단도 한 때 구호(사회)사업이 활발했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활성화 될 수 있겠습니까?

A 우리 교단은 직접 전도의 전통도 있지만 한국전쟁 후 구호 사업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특히 월드비전과 동양선교회 간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기에 성결교회를 통해 구호물자가 우리나라에 많이 지원되었습니다.

세계구호위원회(WRC)도 동양선교회가 주도했기에 이 시기에 우리 성결교회가 활발한 구호사업을 벌였습니다. 이런 전통은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가 직접적인 구호사업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고아원, 양로원, 요양원 등 전문 복지사업기관으로 옮겨졌고, 교단에서는 사회사업재단에서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사회사업을 멈춘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계속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사회선교단에서 특수선교 형태로 사회선교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은 이런 전통을 살려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더 큰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한국교회는 간접 선교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는 우리로 선을 행함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르심에 순종하는 교회의 선교정책이 마련될 때 우리 교단의 사회선교 사업도 더욱 활발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Q 월드비전 이사장으로 교단과 성결교회 성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6.25전쟁의 어두운 시기에 시작된 월드비전은 70년이 지난 오늘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구호단체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이르는 데에는 우리 교단의 목회자와 성도님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은 어둡고 절망적이지만 주님은 우리에게 세상을 비취는 빛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어둔 세상 빛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복된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우리 성결의 가족들로 인해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눈을 열어 주셔서 빛 되신 주님을 보게 하시며, 주께서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거하며 행하게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아울러 월드비전을 위한 더 큰 사랑과 기도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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