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45년간 후원 받은 사랑의 빚진 자”
에이즈 진단시약 최초 개발…가난한 감염자 치료 도와
“월드비전을 이끌게 되어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리며 오직 기도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한국월드비전 제9대 회장으로 선임된 성결인 조명환 교수(금호교회 장로,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과·사진)는 에이즈 연구 및 퇴치운동의 권위자로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월드비전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노훈 목사(신촌교회)와 더불어 성결의 리더십을 기대하게 됐다.
조 교수는 1989년 에이즈 진단시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다. 그는 2005~2009년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아시아 각국 대통령과 장관,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에이즈 정책 강화 및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빌게이츠 재단, 빌클린턴 재단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공로로 2009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미국인명연구소 ABI(Ameri can Biographical Institute)가 ‘아시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2011년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 조직위원장으로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일궈내기도 했다. 조 교수는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에이즈 감염 예방과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조 교수가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된 것도 스스로 자원한 것이 아니다. 전문 인재 추천기관의 추천을 받아 월드비전 인사위원회의 투명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임됐다.
“은퇴한 후 남을 돕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지요. 저도 어린 시절부터 45년간 후원을 받은 사랑의 빚진 자로서, 남을 돕고 사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를 체험했습니다. 에이즈 치료약이 48개가 나왔지만 그 약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후원모델 개발과 모금운동에 힘써왔는데 이런 저의 사역과 월드비전의 지향점이 같다는 점에서 새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 에이즈 연구와 퇴치운동, 모금운동 등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빈민과 부자, 정치인, 대통령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난 특별한 이력은 그가 월드비전의 새 수장으로 낙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조 교수의 월드비전 회장 임기는 2021년 1월부터 시작된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내실화에 주력하고 싶다는 묵직한 각오도 내비쳤다.
그는 “월드비전은 지역개발사업, 아동보호, 취약계층지원, 보건의료, 결식아동·장애인·독거어르신 도시락사업, 국제구호 등 사업 영역이 매우 다양하고 스펙트럼이 넓다”면서 “어린이들을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역에도 큰 비중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기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모금에 치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구호를 개인이 할 수 없기 때문에 구호기관을 돕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커피 판매금, 비행기 티켓 비용의 일부 소액을 기부 받는 등의 모금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가 또 바라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다. 조 교수는 “누구나 일하고 싶은 행복한 월드비전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한편 이사장 박노훈 목사와 같이 성결인으로 월드비전을 이끌게 된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있지만 이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는 소견도 밝혔다.
그는 “성결인들이 이사장과 회장을 동시에 맡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과 섭리가 아닌가 싶다”면서도 “월드비전은 기독NGO지만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지 않고 사역에 집중하면서 초교파 연합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성결교회가 두드러지지 않게 교파적 협력과 활동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