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양교회 정미영 목사

 

 

교회를 개척하다
불신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고 가족을 구원 받게 하고 목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과정이 나에게는 하나님의 훈련 과정이었다. 한때는 사모의 꿈을 꾸었다. 대학생 때는 이슬람권 선교사 사모의 꿈을 꾸며 오랜 기간 이슬람 선교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역자로 사용하기 원하셨다.

불신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고 가족을 구원 받게 하고 목사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그 과정이 나에게는 하나님의 훈련 과정이었다. 한때는 사모의 꿈을 꾸었다. 대학생 때는 이슬람권 선교사 사모의 꿈을 꾸며 오랜 기간 이슬람 선교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를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역자로 사용하기 원하셨다.

40대 중반에 개척을 하고 보니 좀 더 일찍 개척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사실 개척을 결심했을 때 많은 분들이 말렸다. “요즘 교회 개척해서 살아남는 교회가 드물다”, “남자도 어려운데 여자 혼자 할 수 있겠느냐?”며 부교역자로 사례비 받으며 사역을 안정적으로 하라는 권유가 많았다. 모두 나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지만, 하나님은 청소년을 위한 사명을 주시며 교회를 개척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강권하셨다.

그 길이 어떤 고난의 길이라 할지라도 주님이 동행하신다는 확신을 주시며 개척으로 인도하셨다. 사실 어린이 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 목회가 사람들의 눈에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내가 너를 사용하겠다”는 말씀을 주시며 어린이 사역을 위한 교회 개척의 꿈을 포기하지 않게 하셨다. 그렇게 2014년 상가 2층에 18평(본당14평, 숙소4평)에 어린양교회가 세워졌다.

작은도서관 교육사역으로 시작하자!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은 지역선교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작은도서관 사업을 준비하게 하셨다. 작은도서관협회에 가입하고 교회 이름 옆에 ‘하늘마음작은도서관’ 간판을 붙였다. 아이들에게 실제적으로 유익을 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무료로 영어와 속독법을 가르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어린이 정철영어성경학교와 속독법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교사 자격증 5가지를 취득했다.

무료교육이기 때문에 주변의 어린이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찾아오는 아이들이 적었다. 원인을 알아보니 지역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이라 아이들 교육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전단지와 밴드를 보고 찾아온 두 분의 학부모가 있었다. 다른 교회 교인인데 자녀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주님의 뜻이 있다고 믿고 두 명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영어와 속독법을 가르쳤다. 다행히 아이들의 영어와 속독법 실력이 쑥쑥 자라면서 작은도서관의 영어·속독법 교육이 소문이 났고 문의가 들어왔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 영어·속독법 교육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차를 운행하면 더 많은 아이들이 올 수 있지만 혼자서 차를 운행할 수 없어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도 무료 영어·속독법 사역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전도의 통로가 되었고, 부모와의 접촉점이 되었다.

한 영혼을 찾자!
주일이면 오전 예배를 드리고 밖에 나가 길거리를 다니며 아이들을 교회로 데려와 복음을 전하고 요구르

트를 주었다. 아파트 놀이터, 슈퍼 앞,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아이들과 대화하고 교회로 데려와 복음을 들려주었다.

 

얼떨결에 따라온 아이 중에는 유치원생도 있었고 그 어머니도 따라왔다. 복음을 전하면 다음 주에 한 두 명은 교회에 나왔다. 이렇게 아이들 전도를 반년 정도 하자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정착을 했다. 그리고 급속히 아이들이 늘어나 14평 교회에 30여명의 아이들이 북적거리게 되었다.

할 수 없이 교회에서는 복음만 전하고 주일날 개방하는 근처 학교 운동장을 놀이터로 사용했다. 주일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5~6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복음을 받아들였다. 물론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교회 정착이 쉽지 않다. 수많은 아이들이 왔다가 떠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중의 몇 명은 남겨서 교회의 일꾼이 되게 하셨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성민이는 2015년에 친구를 따라 교회에 왔다. 그런데 다음 주 토요일에 문자가 왔다. “목사님, 종교적인 문제로 더 이상 교회에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성민이는 어린이 예배 때도 종종 믿지 않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집에 갔던 아이다. “성민아! 연락줘서 고마워. 대신 내일 한 번만 더 와서 내가 보여주는 것 보고 네가 결정했으면 좋겠어. 그 때 네가 안온다고 하면 그래도 좋아. 내일 한 번만 와라.”

과연 올 것인지 마음졸였는데 감사하게 성민이는 다음 날 나왔다. 설교시간에 ‘천국과 지옥’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내가 왜 전 삶을 바쳐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을 하는지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간증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을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보내 피구를 하게 했다. 운동장에 서 있는 성민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성민아! 생각해 보았어?” “네.....아무래도 교회를 계속 다녀야겠어요.” 할렐루야!

다음 해 구정이 막 지난 주일 이른 아침에 성민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성민이 어머니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목사님인가요? 저는 성민이 엄마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도대체 교회에서 어떻게 가르쳤길래 성민이가 이럽니까?”
“무슨 일이죠?”
“이번 구정 때는 친가와 외가 조상들을 모두 절에 모셔놓고 있어서 절에 가족들이 다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집안의 장자인 성민이가 그 추운 날 절 입구에 서서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얼마나 추웠는데요? 제사상에 절을 안 해도 괜찮으니 들어오라고 해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성민이가 끝까지 절 입구에 서 있었어요. 그때 우리 가족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민이가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교회서 아이를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습니까?”
“진정하세요 성민이 어머니...저는 성민이 상황을 몰랐어요. 단지 교회에서 하나님이 주신 10가지 율법인 십계명을 가르쳤는데 성민이가 십계명을 듣고 결단 했나보군요. 어머니 죄송하지만 성민이의 신앙을 존중해 주시면 안 될까요?”
“도대체 대화가 안 되는구만!!...............(뚜뚜뚜뚜뚜)”

나는 그날 무척 감격했다. 성민이는 예배시간에 찬송을 부르지 않는다. 도무지 입을 열지 않고 그냥 앉았다 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복음을 전해도 아이들에게서 변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때는 허탈하기도 하다. 예배시간에 누워있거나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싶을 때도 있었다. 계속해서 전도하고 복음을 전해도 아이들은 늘 기대에서 벗어났다.

나는 아이들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실망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보이지 않아 낙심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복음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성민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그 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은 것 같아 큰 위로를 받았다. 주님의 이름으로 선포된 복음은 헛되이 사라지는 안개가 아니라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다. 종이 종의 일을 감당하면 열매는 하나님께서 맺게 하신다는 생각에 함께 했던 선생님들도 위로를 받았다. 성민이는 지금 주일학교 보조교사로, 예배시간 빔 프로젝트 담당으로 봉사하고 있다.

깨진 독에 물을 부어라!
처음에 개척하고 3~4년은 늘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심정이었다. 어린이 사역이라는 것이 수고만 있지 부어도 부어도 끝이 안 보이는 사역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성민이를 통해 주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깨진 독에 물을 부어라.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너는 그 일을 멈추지 마라. 너는 물을 부으라고 부름 받은 내 종임을 잊지 마라.”

종이 독이 깨졌다고 물을 붓지 않는 것은 불충이다. 주님은 독이 깨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그런데도 그 깨진 독에 물을 부어라고 하신다. 주님은 내가 끝까지 주인의 말씀에 순종해서 계속 물을 붓는 종이 되기를 원하신다. “그래, 물이 채워지는 것은 주님이 하실 일이고 나는 그저 물을 붓기만 하면 돼” 이런 심정으로 오늘도 깨진 독에 물을 붓는다.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이 깨졌다고 물 붓기를 멈추었던가? 그러나 영혼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일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복음은 그 자체가 능력이기에 언젠가 깨진 독도 채워질 것을 믿는다.

오병이어로 학교 앞에서 5천 명을 먹였다!
2014년 7월 교회가 개척되면서부터 교회 주변 학교에 전도를 나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찾아 강냉이를 한 봉지씩 나눠주며 전도했다. 최근에는 교회 인근에 있는 빵집의 후원을 받아 학교 앞 전도나 심방 때 빵을 나눠준다. 처음엔 주머니를 털어 오천원, 만원어치의 빵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뿌려도 뿌려도 계속 채워지는 오병이어의 역사로 겨울이면 주변의 작은 교회나 교파를 넘어 장거리 여러 교회와 기관에도 빵을 보낸다.

학교 앞 전도는 금방 열매를 거두는 사역은 아니다. 10명을 만나면 1명이 관심을 보이고, 1,000명을 만나야 한 명 정착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꾸준히 등·하교길 전도에 나서면서 하나 둘 씩 아이들이 늘고 교회를 나온 아이가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오는 식으로 어린이·청소년 수가 늘어났다. 하나님은 그러는 사이에 장년 성도들도 보내주셨고, 아이들은 쑥쑥 자라서 중고등부가 만들어지고 청년부가 만들어졌다. 아직은 미미하나 교회 미래의 씨앗을 보는 것 같아 든든하다.

육의 양식만 아니라 영의 양식도 열심히 먹이고 있다. 토요일이면 12주 과정의 ‘어린이·청소년 알파’를 통해 불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복음을 전한다. 토요일에는 14평에 불신 청소년이 25명, 주일에는 신자 청소년 10명이 참석한다. 장소가 비좁아 옆 상가 매장의 교육실을 무료로 빌려 소그룹실로 사용했다.

준비된 일꾼은 없다. 그냥 참석 학생 하나를 세워 인도하게 했다. 필요한 소품은 간소하고 저렴하게 교회 사정에 맞추어 구비했다. 12주 동안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예수님은 누구신지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면서 어린이·청소년에게 믿음을 심어준다. 최근 알파 3기를 마쳤다. 토요알파 사역은 99% 불신자 차세대 복음전도 현장이 되었다.

그 외에 청소년 진로세미나, 여름과 겨울 캠프, 축구 사역, 역사 탐방 및 서울과 지방 투어 등 차세대 사역에 힘쓰고 있다. 도서관 사역으로 문화탐방 및 선교지 방문을 위한 서울과 지방을 투어 할 때는 교단 내 H 교회의 도움을 받아 교회 버스를 후원받아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 사역과 학교 앞 전도는 생각지 못했던 보너스도 주었다. 하나는, 인근 중학교 교사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서 도서관과 함께 연계 사역을 이루게 되었다. 학교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신뢰하며 교회의 사역에 감사를 표한다. 사실 학교 앞 전도를 시작한 후 한 번도 제재를 당하지 않았다. 학교나 학부모의 신고나 민원이 들어왔다면 전도가 중단될 수 있었을 텐데 오히려 교사들이 도와주어 감사하다. 아무리 전도가 막힌 현실이라 하지만 새로운 돌파구는 언제나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수 없이 교회에 다녀갔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부재로 열매가 없다고 낙심했었는데, 개척 6년 차가 되니 요즘은 동네 지나가면서 인사를 많이 받는다. 교회를 한 번 다녀갔던 학생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그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처럼 반가와 한다.

얼마전에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2년 만에 명선이와 상훈이가 조금씩 철이 든 모습으로 교회에 왔다. 주일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교문 앞에서 빵을 나눠주었던 추억을 잊지 않고 고마워하며 그토록 사진을 피했던 녀석들이 나와 여러차례 인증샷으로 감사를 표현했다. 교회를 다녀간 수많은 학생들은 교회를 떠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교회와 연결되어 있음에 감사하다. 

새로운 교회로 이전하다
작년 9월 교회가 위치한 상가건물 2층이 경매에 넘어가 주인이 바뀌었다. 결국 교회가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14평 교회로는 너무 비좁아 2년 전부터 교회 이전과 확장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더구나 기존 성도들을 생각하면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이전 문제가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다.

그동안 하나님께서 이전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를 기도하며 상가 교회에서 2년 1개월 동안 잤다. 지나가는 노숙자들의 발걸음 소리와 1층에서 올라온 취객들이 화장실을 찾는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많았다. 이때 건강이 많이 상했다.

마지막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나님께서 교회 이전 문제를 해결해주시기를 소원하며 처음으로 30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금식기도 후에 기적적인 사연을 통해 기존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훨씬 좋은 환경의 교회로 이전하게 해주셨다. 18평이었던 교회가 지금은 74평으로 넓어져서 목양실과 교육실까지 갖추게 되었다. 늘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는 금식기도 후에 상가 교회에서 기숙하며 상한 건강도 회복시켜 주셔서 감사하다.

교회가 천국이 되어주고 싶다
어린이, 청소년부는 들어가기만 하지 나오는 것이 없는 부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장년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어린이, 청소년 사역은 소홀히 한다. 특히 아이들은 친구 따라 왔다가 친구 따라 떠나기 때문에 교회 정착이 어른처럼 쉽지 않다. 나도 이 사역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특히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천로역정”에서 존 번연 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님의 손길(도움)은 바로 내 옆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희망은 언제나 내 옆에 있다. 그 희망은 주님을 바라보는 자에게만 보인다. 망할 것 같았고, 쓰러질 것 같았고, 그 누구도 희망의 말을 건네지 않았지만 희망은 내 옆에 계신 주님이다.

가끔씩 이제 어떻게 버티나 싶다가도 일용할 만나처럼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내가 길에서 복음을 전할 때 주님은 모르는 곳으로부터 도움을 보내주셨다. 힘들어도 이 사역을 끝까지 즐기고 싶다. 희망이신 주님은 내게 천국을 주셨다. 이 천국을 우리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어렸을 때 우리의 소망이신 예수님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천국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복음 전함을 쉬지 않는 자에게는 희망이 있다. 주님으로부터 공급되는 멈추지 않는 희망을 통해 아이들에게 천국을 주는 교회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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