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대의원 만남 스케치
자연스런 만남과 대화 ··· 부드러운 분위기 이끌어
과열선거 차단효과 ··· 실제적 대화는 다소 미흡


“1번이니까 박 목사님이 앞에 서십시오.”(원팔연 목사)
“아닙니다. 먼저 오셨으니까. 그냥 계십시오.”(박현모 목사)

살얼음판 같은 선거전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할 두 후보가 때 아닌 양보전(?)을 벌였다. 대의원들이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 다시 만난 목사 부총회장 후보 박현모 목사(대신교회)와 원팔연 목사(전주 바울교회)는 다툼이 아닌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 흔히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인데, 지난 5월 7일 세한교회(주남석 목사)에서 두 후보는 서로 앞자리를 양보하는 흐뭇한 모습을 연출했다. 

화기애애한 선거운동
이번 지역별 대의원과의 만남의 시간은 딱딱하고 치열한 선거판에 훈풍을 불어 넣었다. 지난 4월 30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 목포(5월 1일)를 거쳐 다시 수원과 여주(7일), 서울, 인천(8일)으로 이어지는 대의원과의 만남은 두 후보를 아주 가까운 적(?)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서먹했고 서로 긴장한 빛이 역력했지만 전국을 투어하면서 매일 같은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까 서로에게 편해진 듯 했다.

무엇보다 공개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대의원들을 만나고, 같은 조건에서 선거운동을 하다보니까 경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서로를 경계할 필요도 없었고, 상대 진영을 감시할 이유도 없었다. 자신이 준비한 소견과 정책을 최대한 알리고, 또 질문에 대해 소신을 밝히면 그뿐이었다.

목사부총회장 후보 1번 박현모 목사

대화의 꽃이 피어난 홍보부스

이번 대의원 만남에서는 후보를 알리기 위한 홍보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양 후보들이 마련한 홍보부스는 정책을 담은 배너와 액자, 영상물, 대형 현수막 등이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후보들이 걸어온 길과 후보자의 교회, 목회 철학, 주요한 선거 정책 등을 한눈에 알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이웃집에 집들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
홍보부스는 후보들의 캐리커처, 생화와 조명 등으로 꾸며져 아늑하고 깔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보자들은 손님을 맞이하듯이 인사를 나누고 이것저것 정책과 게시물에 대해 설명했다. 대의원들은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과 정책도 꼼꼼히 살펴보고 차도 마시며 대의원들 끼리 여유롭게 대화를 즐겼다. 홍보 부스는 선택을 강요하는 공간이 아니라 선택을 위한 축제의 장처럼 느껴졌다. 후보자들이 시종일관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은 것도 이런 부드러운 분위기의 영향이 컸다.

목사부총회장 후보2번 원팔연 목사

대의원들의 틈새를 공략하라
박현모, 원팔연 두 후보는 하루에 두 차례씩 연설과 각종 만남과 인사 등으로 지칠 만도 한데 피곤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특히 만남의 장에서의 이들은 부드러웠지만 소견발표 시간만큼은 불꽃을 튀겼다.

박현모 목사는 “변화 없이는 미래가 없다”면서 “교단 화합과 새로운 변화를 통해 하나로, 세계로, 미래로 나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역설했다. 또 물맷돌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친화력과 지도력, 창의력, 분별력, 추진력 등 다섯 가지 강점을 강조했다.

원팔연 목사는 “교단의 부흥에 모든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강조했다. 원 목사는 “3대 교단으로서의 영광을 회복하고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복음을 온 땅에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단이 먼저 부흥해야 한다”면서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 부흥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두 후보의 연설은 홍보부스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박 목사의 부스에는 정책과 이미지 홍보에 무게를 두었다면 원 목사는 호남 최대로 교회로 부흥한 전주 바울교회를 보여주며 ‘큰 교회 큰 일꾼’이란 이미지를 소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원 목사가 많은 자료와 사진으로 화려하고 정성껏 꾸몄다면 박 목사는 간략하면서도 일목묘연하게 정리한 점도 달랐다.

그러나 강조점은 서로 달랐지만 △작은 교회 돕기 △문준경 순교정신 계승 △서울신대100주년 기념사업 △ 미래세대 양성 등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며 교단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지지자들의 연설전도 볼만했다. 박 목사의 선거참모인 이상원 목사는 “학문성과 전문성을 가진 박 목사는 교단의 문제점과 대안을 잘 알고 있다”면서 “미래의 비전과 계획을 가진 박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원 목사의 선거참모인 김재곤 목사는 성결교회를 어머니라고 비유하면서 “약해진 성결교회라는 어머니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효도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달라”며 감성적인 연설로 지지를 호소했다. 

고독한 장로 부총회장, 분주한 스태프
치열한 목사 부총회장 선거전 속에서도 장로 부총회장 후보 김춘식 장로는 묵묵히 일정을 완주했다. 상대 후보는 없었지만 부지런히 만나고, 또 소견도 발표했다.

고독할 정도로 혼자 보낸 시간이 많았지만 김 장로는 “많은 대의원들을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지역별 대의원 만남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은 목사 부총회장 후보들의 선거 스태프였다. 하루 두 군데에서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울교회의 스태프는 최대한 빨리 설치하고 철거하기 위해 연습을 했을 정도로 홍보 부스에 공을 들였다. 대신교회의 스태프도 최대한 알리고,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발적 참여와 관심도 늘어
이번 대의원과의 만남의 시간에는 대의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도도 높았다. 전체 대의원 중 평균 75%가 이번 대의원 만남의 장에 나왔다. 특히 이번 만남의 시간은 강제 동원이 아니라 자율적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대개 정책토론회에서는 후보 진영에서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만남에서는 유권자들 스스로가 참여해 높은 의식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과의 만남에서는 후보와 대의원간의 실제적 대화와 토론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도 짧았고, 당초 기대했던 지역현안을 놓고 벌이는 후보자간의 토론이 사실상 전무했다. 윤완혁 장로(부평제일교회)는 “후보들과 대면하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은 좋았지만 정책에 대해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장 신익수 목사는 “후보자와 대의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자율적으로 부여했지만 후보들이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도 있다”면서 “내년에는 선관위 주도로 질문과 토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지역별 대의원 만남은 후보들과 대의원과의 접촉과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후보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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