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베일러대학교 투루엣 신학대학원은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설교자’ 12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선정된 설교자들 모두 당대의 설교 강단을 빛내고 있는 별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 중에서도, 미네아폴리스에 소재한 베들레햄 침례교회에서 오랫동안 담임목사로 사역한 존 파이퍼(John Stephen Piper) 목사가 눈에 띈다.  

존 파이퍼 목사는 휫튼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졸업했으며, 이후 풀러신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독일로 건너가서 뮌헨 대학교에서 신약신학으로 신학박사(Dr. theol.) 학위를 취득했다(1971~1974). 
침례교는 여러 갈래의 분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수 침례교회(particular baptist)와 일반 침례교회(general baptist)로 대별된다. 특수 침례교회는 칼빈의 신학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반면, 일반침례교회는 알미니우스적인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존 파이퍼 목사는 칼빈의 신학적 유산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고 있다. 칼빈의 이중예정을 확신하며, 조나단 에드워드의 신학을 충실히 소화하고 나서,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최고로 만족할 때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가장 영광을 받으신다”라는 기독교 헤도니즘(the pursuit of joy in God)의 전위에 섰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칼빈주의에 입각한 침례교 목사인 존 파이퍼는 칼빈주의를 뛰어 넘는 신앙관을 표출한다. 즉, 은사중단론이라는 칼빈의 주장에 맞서서, 은사 지속론을 표방하는 것이다. 즉, 비록 고전적인 의미에서 오순절 성령주의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파이퍼 목사는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예언, 기적, 치유, 그리고 방언 등의 초자연적 은사들이 중단되지 않았으며 교회는 당연히 이러한 초자연적 은사를 사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종말론에 관해서도, 파이퍼 목사는 자신을 ‘낙관적인 전천년설주의자’라고 소개하며, 천년왕국을 믿는 세대주의입장이라고 천명했다. 칼빈주의적 침례교 목사가 방언과 신유의 은사를 교회가 사모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미국 침례교 컨텍스트에서 쉬운일이 아니다. 동시에, 성도들의 환란통과 전천년설 입장을 견지하고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것도 독일의 유수의 대학에서 당대의 위대한 신약신학자 아래서 저명한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한 신학박사(Dr. theol.)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코로나19에 관한 존 파이퍼 목사의 신앙적 의견에 대한 비판적인 토론이 온라인을 통해서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파이퍼 목사의 견해를 동의하거나 비판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불어 닥쳐온 인간적인 불행을 대하는 파이퍼 목사의 견해를 인용해 보겠다.

이미, 1974년도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신학박사학위를 취득하던 해, 이스라엘에서 버스사고로 자신의 사랑하는 모친을 하늘나라로 서둘러 보내드렸던 아픈 가족사적 비극을 겪은 바 있는 파이퍼 목사는 2006년 1월 11일 자신에게 전립선암이 발병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물론, 이 소식(암 발병 소식)은 저에게 좋은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 자신을 의지하는 죄와 세상적으로 혼탁해지는 것입니다. 암 발병 소식은 이 두 가지의 가장 위험한 것들을 놀라울 만큼 파괴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점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암 발병의 시기에 그리스도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평소와는 달리 매우 달콤했습니다”

사중복음의 입장에서, 존 파이퍼 목사는 신유의 은사를 분명하게 믿고, 전천년 재림을 고대하는 범(汎)사중복음 신앙의 목회자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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