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자신의 삶에 되새기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 사순절 기간에는 많은 교회들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연주하며 귀를 기울인다. 아마도 마태복음서의 수난사화에서 드러나는 그리스도 예수의 고뇌를 음색과 힘의 조합이 쉼 없이 바뀌는 거대한 앙상블의 바흐 음악이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는 우리의 타성에 젖은 신앙을 더더욱 확실하게 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 마태수난곡 녹음음반 중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1958년에 제작된 칼 리히터(Karl Richter) 지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합창단 연주의 음반이다. 리히터는, 바흐 음악은 합창을 빼놓고 연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1951년 뮌헨 바흐 합창단 창단을 선도했고 1955년에는 바흐 음악의 완성된 연주를 위해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 창단에 앞장섰다. 그 결과로 1958년의 마태수난곡 음반 제작이 리히터의 신들린 듯한 지휘 속에 이뤄질 수 있었다.

▨…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탓일까. 리히터는 자신이 지휘하는 합창단원, 관현악단원들에게 하나님께 헌신하듯 바흐 음악을 위하여 연주 이외의 것을 포기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는 “바흐 음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수하고도 수정처럼 청순한 뜻을 이룩하려면 안이한 태도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곤 했다”(세계명지휘자 사전)는 것이다.

▨… 오늘의 시대에는 리히터적인 방법론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리히터의 바흐 음악에 대한 신념만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합창단과 관현악단을 창단하면서 그는 서약서를 받았다. 그 서약서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과 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바흐 음악을 위하여 바친다.”는 것이었다. 어느 신학대학의 입학서약서가 이처럼 지독할 수 있을까.

▨… 3월 8일 주일은 교단이 정한 서울신학대학교 주일이었다. 우리 성결교회는 서울신학대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과 이웃과 사회에 감동을 주는, 성결한 기독인재를 양성하는 서울신학대학교”가 되도록 교단은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서울신대에 몸담은 이들과 신학도들이 바흐 음악을 향한 리히터의 신념을 뛰어넘는 믿음의 각오와 헌신을 다져야 할 것이다. 이 일이 우선되면, 서울신학대학교가 요청하는 관심과 후원은 봇물이 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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