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골목길 누비며 전도하는 신일웅 원로목사(대구제일교회)
은퇴 후 아들 병원서 환자 돌보고 전도도
영어·중국어로 성경필사, 병원 직원 성경공부 인도

2004년 6월, 40년간의 현역 목회를 끝냈다. 정년보다 3년 이른 은퇴였다. 교회 밖 세상에도 할 일은 많았다. 자비량 집회 인도와 신학교 강의, 골목길 전도, 병원 자원봉사, 장학회를 통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일까지 은퇴한 이후에도 그는 쉴 새 없이 일했다. 대구제일교회 신일웅 원로목사(83세·사진) 이야기다.

신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생 시절에 경기도 고양에 일산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시작했다. 졸업 후에는 경주교회와 포항교회, 김천 남산교회 대구제일교회 등 주로 영남지역에서 교회를 맡아 부흥시켰다. 대구제일교회에서는 1980년 부임해 성도가 수십 명에 불과했던 교회를 세례교인 600명인 중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67세의 나이에 후임 목회자를 세우고 미련 없이 교회를 떠났다. 여력이 있을 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퇴직금으로 받은 돈은 몽땅 털어 ‘백계선교장학회’를 만들었다. 신 목사는 “노년에 놀지 말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가면서 뜻있는 일을 하자고 시작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하는 날, ‘다시는 설교하고 싶은 마음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은퇴한 교회를 기웃거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대구 앞산을 등산하는 일이었다. 등산길 입구에는 언제나 10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전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쉽지가 않았다. 교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리 사이에 앉아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목사와 장로 욕을 엄청 하더라고요. 전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신 목사는 다음날부터 골목길 사람들에게 과자와 빵, 커피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그렇게 간식을 퍼 날랐다. 사람들도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했다. 그가 은퇴목사라고 신분을 밝히자 더 이상 교회를 욕하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신 목사는 강단이 아닌 골목길에서 설교도 하고 전도도 했다. 그 중에서는 담배를 끊은 사람도 나왔고, 교회를 다니겠다고 하는 이도 더러 생겼다.

‘골목길 목사’로 변신한 그는 큰 아들 신건민 장로와 막내 신건 장로(이상 대구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신건민신경내과의원, 신건정형외과의원’에서 15년째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병원을 찾는 신 목사는 화장실 청소와 정원을 가꾸는 일, 환자 심방 등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직원들을 전도해서 ‘집사’도 만들었고, 매주 금요일 직원 성경공부도 인도한다.  

의좋은 형제가 운영하는 병원은 의술도 인정받고 인정도 많은 병원으로 통한다. 가난한 주민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목회자와 선교사는 교파를 초월해 무료다. 아들 장로는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해외진료 봉사도 꾸준하게 다니고 있고, 기부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병원경영도 친가족적이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봉급도 다른 병원보다 더 준다. 그래서 이 병원은 이직률이 매우 낮다. 의술에 앞서 인술을 강조한 것은 아버지 신 목사다. 신건민 원장은 “평소 아버지가 가훈으로 ‘이웃에게 유익을 주고 돈보다 사람을, 사람보다 하나님을 우선시 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삼형제 중 둘은 의사로 키웠고, 한 명은 목사를 만들었다. 신건일 목사(북아현교회)가 둘째 아들이다. 하나님 믿는 데 가장 좋은 직업이 정신을 치료하는 목사와 육체를 치료하는 의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손자들도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장손은 현재 서울신학대학교 신대원에 재학 중이다. 다른 손자 중에서도 의사가 둘이고 목회자 사모가 된 이도 있고, 약대를 지망한 손녀도 있다.

여든이 넘은 신 목사는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목회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는 매일 영어성경과 중국어성경을 읽고, 필사까지 한다. 우리말 성경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벌써 사무엘상을 영어와 중국어로 쓰고 있는 중이다. 우리성경이 영어에서 한자로 번역되어서 틈틈이 영어를 익혔고, 사서삼경 중용 대학 서역까지 완파한 상태다. 난해한 구절을 주석하기 위해 익힌 영어와 한자가 은퇴 후 성경연구에까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신 목사는 하루 일과를 기도로 시작해서 전도하고 성경을 읽고, 쓰고, 묵상하고 그 말씀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강단을 떠나서도 노(老)목사의 아름다운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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