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단 마음이 따뜻한 ‘믿음의 이발사’

14살에 처음 가위질을 시작했던 소년은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었던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채 남의 이용원에서 물 긷는 것부터 시작해 60년간 오로지 이발사의 외길만 걸어왔다.

세월이 흘러 손님이 줄어들 법도 하지만 여전히 충남 당진에서 단골이 제일 많은 이발사로 손꼽히고 있다. 푸른건강랜드 이용원 이발사, 김진호 장로(당진교회 명예, 73세·사진)의 이야기다.

이발사가 천직이라는 자부심은 그가 60여 년 세월 동안 가위를 한시도 놓지 않게 한 원동력이다. 이발사로 한평생을 살아온 그는 충청남도 이용업계 회장도 맡았고,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말하지 않아도 손님과 눈빛만 주고받은 채 머리 손질에 들어갈 정도다. 실력뿐만 아니라 세월과 정이 깃들어 있다 보니 매달 서울, 강원도 횡성에서까지 그에게 머리를 맡기러 오는 단골손님이 많다.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지역 정계·예술계경제계 인물 다수가 그를 거쳐 갔다. 이용원 임대료도 내지 않고, 주일에는 쉬는데도 불구하고 목욕탕에서 그를 붙잡아 두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이발사로 있는 까닭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날 믿고 찾아주니 나도 항상 마음을 쏟아부어서 머리를 깎지요. 손님들도 그 마음을 다 느끼는 것 같아요. 그만두려 해도 계속 찾아주는 사람들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어요.”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그의 최대 무기다. 손님들에게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엔 고아원에 이발 봉사를 다녀 제1회 군민의 날에 군민상을 받았다. 또 홀몸 노인과 환자들에게도 지금까지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

가끔은 이들을 찾아가서 이발 봉사도 한다. 언제나 가난한 이웃을 생각하는 김 장로는 이발비 중 꼭 1,000원을 떼어둔다. 이렇게 모은 돈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그는 ‘믿음의 이발사’로 통한다. 손님들은 그의 이름 대신에 ‘장로님’으로 부른다. 남들이 알아줄 만큼 신앙이 독실하고 삶과 신앙이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발관 벽 한쪽에는 항상 성경책이 놓여 있고, 벽면에는 커다랗게 기도 제목이 붙어 있다. 손님이 없을 때 성경을 읽고 기도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성경을 필사하고 있는데 구약을 다 쓰고 이제 신약 필사에 들어갔다.

또 그는 전도도 열심히 한다. 가위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다듬질하는 동안 마음은 그 영혼을 향해 있다. 1,000권 가량 책을 두루 섭렵한 그는 누구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데, 대화가 무르익어갈 쯤 복음을 제시한다. 그리곤 교회 이야기로 대화를 마무리하는데, 이렇게 해서 전도된 사람이 많다. 그 중에 중직자가 된 사람도 꽤 된다.

김 장로가 이처럼 전도에 나서는 것은 하나님께 받은 특별한 은혜 때문이다. 그는 공부하고 싶어서 어릴 적 교회를 나갔지만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30대 중반, 이단에 빠져 기독교를 비난하고 교회를 거부했다.

이때 남의 돈을 빌려 쓰다가 모은 재산을 다 잃고, 폐에 병을 얻었다. 당시엔 병명도 몰랐다. 무당을 불러 다섯 번이나 굿판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병원비가 없어 임상 실험에 참여해 수술도 세 차례나 했지만 낫지 않았다.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 때, 가족 중 유일하게 신앙생활을 했던 여동생이 “딱 한 번만 목사님께 기도 받고 2시간 안 아프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자”고 애원했다. 놀랍게 기도를 받은 후 몸이 아프지 않았다. 폐를 절개하려고 했는데 깨끗해진 것이다. 그때 그는 하나님을 영접했다.

진정한 신앙인으로 거듭난 그는 2002년 장로가 되었고, 교회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았다. 아내도 남편이 장로가 된 후 직장을 그만두고 교회 봉사에만 전념해 총여전도회장을 8번이나 할 정도로 남편 못지않게 헌신했다.

두 부부는 은퇴 후에도 우경식 담임목사로부터 가장 충성스러운 일꾼으로 인정받고 있다. 교회당 건축과 이후 어려움이 있을 때도 흔들림 없이 교회를 지켰다. 지금도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일천번제 새벽 제단을 쌓고 있다.

벌써 2,700번째를 넘어 3,000번째를 향하고 있다. 김 장로는 이용원 일을 그만두면 교회의 사찰을 하고 싶다고 했다. 교회에 오래 오래 머물면서 봉사를 맘껏 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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