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째 어려운 모자 돕기 ‘한 길’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헌신의 삶
한부모 모자가정 안정과 자립 지원

▲ 루시모자원 4대 원장 박정애 권사(대전 성산교회)

“참 어려운 엄마들이 많아요. 사별을 했던, 이혼 때문이건, 남편의 폭력 때문에 집을 나왔던지, 혼자 아이들 키우는 게 쉽지 않죠. 저희는 그런 모자가정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루시모자원'(ruthhome.or.k)r은 대전시의 유일한 모자가족복지시설이다. 올해 7월 루시모자원 원장으로 취임한 박정애 권사(대전 성산교회‧사진)는 대전시에서 유일하게, 사정이 딱한 모자가정을 돌보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단순히 잠시 동안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부모 모자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큰일을 감당할 그릇이 안 되는 걸 알아서 매일 기도한다”는 박 원장은 “하나님이 아니면 되지 않았을 일을 수없이 겪으며 기도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기도에 힘쓰고 있다”고 고백했다.

▲ 루시모자원 4대 원장 박정애 권사(대전 성산교회)
박정애 원장은 올해로 39년째 모자가정을 돕는 복지사역 외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까지 남편 임우현 목사가 원장으로 활동하다 정년은퇴한 후 그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실 루시모자원은 3대째 이어오고 있는 가업이다. 1954년 창립당시 시할머니 박영애 전도사가 초대원장을 맡았고, 그 뒤를 이어 시어머니, 남편이 차례로 원장으로 사역하고 올해 7월 그녀가 4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남들은 ‘돈 되는’ 사업체를 가업으로 잇는다는데, 박 원장 네 집안은 남들이 꺼리는 ‘섬기는 일’을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루시모자원은 1954년 6.25전쟁 과부를 돕기 위해 동양선교회 엘머 길보른과 루시 선교사 부부가 주택을 마련해 기증하며 시작됐다. 이때부터 도움청할 사람 하나 없는 과부와 그 자식들을 돌보며 자립기반을 만들어줬다. 박 원장은 이곳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1980년 남편이 시어머니의 사역을 돕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그녀도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지금이야 정부에서 인정받고 지원도 받는 시설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오로지 가족들의 헌신으로 모든 것을 채워야했다. 밤낮없이 일했지만 가족들 생활비는커녕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할 때가 많았다.  1980년 이후 지자체에서  인건비와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지만 지금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정애 원장은 “어렵고 힘든 일이 많지만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그만큼 보람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시모자원에 입소하는 사람들은 모두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한부모 모자가정으로 누구한테도 도움받지 못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현재는 20가정 정원에 12가정이 입소해 있다. 이들에게 3년 동안 독립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생계를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엄마들에게 상담과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특히 수입금의 일부를 저축해 자립기반을 만들고, 후원도 결연해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교육의 기회와 상담치료를 지원한다. 이런 활동으로 루시모자원은 올해 3월 ‘2018년 한부모가족복지시설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전에도 정부인증 우수기관으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루시모자원에서는 최장 5년까지 머무를 수 있어 자립기반을 만들어 퇴소하는 모자가정이 많은 편이다. 특히 대전 성산교회(이동영 목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생활자립은 물론, 신앙까지 얻어 새 삶을 사는 경우도 있다.

박 원장은 “우리교회 권사님 중에서도 모자원에 있던 분들이 여럿 있다”면서 “특히 엄마랑 이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아이들이 성장해 교회 안수집사가 된 경우도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했다. 특히 이곳에서 자립해 나간 후 후원자가 되어 돌아온 경우 등 섬김과 나눔의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박정애 원장은 남다른 소망이 있다. 많은 이들의 ‘친정엄마’가 되는 것이다. 그는 “입소한 어머니들 중에는 마음에 상처입은 분들이 많다”면서 “그들이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기댈 수 있는 친정엄마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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