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후반기 사역 위한 연단”

불법 무기와 폭발물을 소지했다는 억울한 누명으로 필리핀 감옥에 126일 간 구금되었다가 풀려난 백영모 선교사. 백 선교사가 보석으로 석방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외로운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달 24일 필리핀 마닐라 시내에서 백 선교사와 부인 배순영 선교사를 만났다.

열악한 수감생활에서 벗어난 백영모 선교사는 표정도 밝고 건강도 안정돼 보였다. 백 선교사는 먼저 “저의 석방을 위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 주시고, 기도해 주셨던 수많은 한국교회 성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면서 “여러분의 눈물 어린 기도가 없었더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건강도 많이 회복돼 수감 중 얻었던 폐결핵과 피부병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오랫동안 투약했던 결핵약 부작용으로 기침과 소화불량, 만성피로 증세가 조금 남아 있다고 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상으로 돌아온 백 선교사는 선교현장에 복귀해 19년 동안 이어온 현지 교회 지원사역 등의 선교사역을 벌이고 있다. 이날도 인터뷰가 끝나마자 현지 교회를 돌아보기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딸락 지역으로 바쁘게 이동했다. 9월에 있을 현지 목회자 세미나 준비도 하고, 필리핀 성도들을 위해서도 시련 중에 깨달은 놀라운 은혜를 간증하고 있다고 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주로 성경통독과 기도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마음의 평안과는 별개로 너무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서인지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멀리 경찰제복 입은 사람만 보여도,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심장 박동이 올라가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무죄 판결을 받으면 한국에 들어와서 전문의에게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백 선교사 부부는 석방 후 신변 안전 문제로 자동차도 바꾸고, 최근에서야 살던 집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백 선교사는 아직 완전한 자유의 몸이 아니다. 재판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석 된 후 정식 재판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재판 일정이 잡혀도 검사 측 증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법원에 폭발물이 설치되었다고 해서 재판이 몇 차례 연기되었다. 지난 6월 18일 예정돼 있던 재판도 8월로 미뤄졌다.

백 선교사는 “필리핀 법원에서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이 밀려있어서 재판이 한번 연기되면, 보통 석 달 이상 걸려야 다음재판이 열리다 보니까 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안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와서 재판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전혀 조급하지 않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필리핀에서 수류탄 같은 폭발물 관련 사건은 사실 보석이 불허되는 사안인데도 수감기간 중 어떤 경우는 한 달 만에, 또 어떤 경우는 두주 만에 재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돼 석방된 것은 모두 하나님 은혜이다”며 “하나님의 때에 그분의 은혜로 무죄 판결로 인도하실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런 믿음 덕분에 현지인도 죽어 나가는 참혹한 감옥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향후 재판 결과에 대해서 그는 “제가 판사도 아니고 재판에 변수가 워낙 많아서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없다”면서도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처분한 보석 재판의 연장선에서 보면 된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보석재판의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는 의미다. 

백 선교사는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지난해의 고난이 ‘하나님의 연단’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옥에 수감된 초기에 하나님을 붙들지 못하고 ‘돈과 권력’을 의지했더라면 저는 선교사로서의 삶을 정리했어야 할 것”이라며 “이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제 인생 후반기의 삶과 사역을 준비시키기 위한 연단이었다”고 말했다.

선교할 때 물질이나 사람, 권력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이번 사건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라도 덧붙였다. 따라서 백 선교사는 “인생의 주인은 돈도 권력도 아닌 하나님’임을 전하고 현지인들의 믿음이 그리스도의 분량에까지 자라도록 도와주는 선교에 충실할 것”이고 밝혔다.

백 선교사는 또한 수감 중 매일 쓴 일기를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옥중에서 쓴 일기가 A4용지로 229장 분량이 된다”며 “이를 책으로 출간해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선교사들이 ‘오직 복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필리핀에 신실한 크리스천 법률가와 지도자들이 많이 세워지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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