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네이버스 등 한·필 수교 70주년 기념 행사

6.25한국전쟁 발발 69주년, 한국·필리핀 수교 7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운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젊은 시절 전쟁의 참화 속 낯선 땅 한국에서 목숨을 던져 공산군과 싸웠다. 필리핀은 1953년 휴전이 될 때까지 우리나라에 총 7,420명의 병력을 보냈다. 한국전에 참전한 유엔군 21개국 중 규모로는 다섯 번째다. 이중 122명이 전사하고 299명이 부상을 당했다.

코리아네이버스(KHN, 이사장 이정익 목사, 사무총장 우순태 목사)와 필리핀한인총연합회(회장 변재흥)가 주최하고 여러 교회의 후원으로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필리핀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로하는 보은행사가 서울과 파주 등지에서 열렸다. 90세를 넘은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찾은 필리핀 참전용사들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목도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6월 28일 새벽, 우리나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참전용사 10명과 가족 14명, 엘네스토 카롤리나 필리핀 보훈처장, 신성호 필리핀한인총연합회 부회장 등은 부평제일교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첫 일정으로 고양시 관산동 필리핀군 참전기념비를 찾았다.   

필리핀 참전용사들은 전장 속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옛 전우들을 한명씩 떠올리며 한 송이 국화꽃을 참전비 헌화대에 바쳤다. 이날 참전비 인근 부대 군인들과 고양시 6.25참전유공자회 어르신들도 참석해 필리핀 군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렸다.

양국의 참전용사들은 두 손을 맞잡은 채 말은 안 통해도 눈빛만으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함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를 초월한 우정이 배어났다.

참전비 헌화식을 마친 필리핀 참전용사 일행은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약 7km 떨어진 남북분단의 상징 임진각을 방문했다.

참전용사들은 총알과 포탄을 맞고 멈춰선 녹슨 옛 기관차를 유심히 보기도 하고 전망대에 올라 멀리 북녘 땅을 바라보기도 했다. 자신들이 피 흘려 싸웠건만, 아직도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려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필리핀군은 한국전쟁 당시 임진강 전투, 율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율동 전투는 필리핀 제10대대 전투단이 중공(중국)군의 제5차 공세에 맞서 1951년 4월 22~23일 연천 북방의 율동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저지한 방어 전투를 말한다.

당시 부하를 구출하려고 역습을 감행했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콘라도 디 얍 육군 대위는 올해 4월 우리나라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이달의 6·25전쟁 영웅’으로 뽑혔다. 이번 보은행사에는 콘라도 디 얍 대위의 두 딸이 참여해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낸 한국 땅을 밟는 감격을 누렸다.

콘라도 디 얍 대위의 딸 이사벨리타 아가논 씨는 “아버지가 아름답고 친절한 나라, 한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자신을 초청해 준 주최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29일에는 필리핀 참전용사 일행이 용산 전쟁기념관 안보견학에 나섰다. 이들은 전쟁기념관의 규모에 놀라면서 실내전시실과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유물과 자료들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았다.

30일 주일에는 참전용사 일행은 이번 보은행사를 후원한 중앙교회, 성락교회, 신촌교회, 만리현교회, 부평제일교회, 안중나사렛교회, 풍무장로교회 등으로 흩어져 주일예배를 드리고 한국의 성도들과 교제했다. 주일 오후에는 보은행사 집행위원장 지형은 목사가 시무하는 성락교회에서 평화기원예배가 열렸으며 7월 1일에는 이번 보은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한·필 수교 70주년 기념식이 서울 프레스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공동대회장 박노훈 목사(신촌교회)의 사회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는 대회장 이정익 목사(전 총회장, 신촌교회 원로)가 초대사를, 집행위원장 지형은 목사가 환영사를 통해 필리핀 참전용사들을 격려하고 우리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에 감사를 표했다.

엘네스토 카롤리나 필리핀 보훈처장은 필리핀이 태풍 피해를 입었을 때 한국의 지원과 구호활동을 기억하며 “친구가 어려울 때 도와주었기 때문에 우리도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양국의 특별한 우정을 상기시켰다.   

대회장 이정익 목사는 이날 필리핀 카롤리나 보훈처장과 멕시모 P.영 참전용사회장 등에게 감사장, 결연장, 장학증을 수여하고 양국의 교류·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의 뜻을 전했다.

보은행사를 주최한 코리아네이버스는 한국교회의 후원을 받아 필리핀 참전용사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시행하고 인적·물적·연구·교육자원을 통해 포럼과 문화예술행사, 청소년 훈련, 상호 방문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멕시모 P.영 필리핀참전용사회장과 박희모 한국6.25참전유공자회장은 함께 단상에 올라 서로를 껴안으며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운 양국의 우정이 지속되길 기원했다.

이날 공동대회장 이형로 목사(만리현교회)는 한국 어린이의 감사의 글을 필리핀 참전용사 가족에게 전달했다. 

이후 필리핀 참전용사 일행은 2일 출국 전까지 덕수궁, 경북궁, 인사동, 청와대, 북악스카이웨이, 남산타워, 전통시장 등을 방문해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발전상을 목도했다. 

코리아네이버스 사무총장 우순태 목사는 “한국과 필리핀 참전용사들이 경험했던 전우애를 계승, 발전시켜 세계를 함께 견인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보은행사를 위해 성락교회 중앙교회 신촌교회 만리현교회 서원교회 부평제일교회 장충단교회 청량리교회 사암교회 곤지암교회 춘천나눔교회 조치원교회 풍무장로교회 안중나사렛교회 등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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