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 시행 5년 과제와 전망
직분만 목사 대우는 전도사 수준 … 다양한 사역의 장 열어야

교단의 여성목사 안수시행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여성목사 안수시행 초기에는 여성목사들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여성목사들이 설교자로 강단에 서거나 지역교회 초청강사로 나서는 등 당당한 모습으로 사역을 일궈가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여성목사로서 목회지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여성안수 5년을 맞은 성결교회 내에 여성목사들은 어떤 사역을 펼치고 있을까.

안수 5년, 여성목사 현황
올해까지 안수를 받은 교단의 여성목사는 총 92명. 미주총회 여성목사(4명)와 올해 안수를 받는 유럽직할(1명)을 합치면 어느새 100명에 육박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안수 시행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결교회 여성목사 100명 시대를 눈앞에 둔 본 교단 여성목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초기 안수받은 여성목사들의 목회연한은 평균 21년으로 오랜 세월 여성안수를 기다려온 전도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으나 2기부터는 짧게는 4년, 길게는 약 12년의 목회경력을 가진 젊은 여성목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남성안수자의 경우 부교역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여성목회자들은 매년 담임목회자가 전체 여성 안수자의 1/3을 넘어서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안수받은 여성목사 중 단독목회를 하는 여목사가 25명이 넘으며, 해외선교사도 8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기관목회나 특수목회 사역자의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목사의 경우는 1기 정정숙 목사에 이어 이번에 5기 양춘근 목사(수정교회)와 이혜란 목사(금곡교회)가 음악목사로 안수받으며, 박향숙 목사(은평교회)는 이번에 첫 여성 교육목사로 안수받았다.

여성목사 사역 변화는 미흡
100명 가까운 여성목사가 배출됐지만 여성목사들의 사역 현장의 변화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성 담임목사의 경우에는 보다 자유로운 목회활동이 가능해져 만족감이 크지만 부목사의 경우는 다르다. 목사안수를 받으며 청빙 받았던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상황이니 상당수 여목사들은 사역의 변화도 미미하고 만족도도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그 이유는 ‘심방 전도사’에서 ‘심방 목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역과 대우는 달라진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심방전담 여목사는 “목사가 되도 달라진 건 없다. 교회사정 뻔한데 다른일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사례비도 그렇고 성도들도 그렇고 목사님도 ‘전도사’일 때랑 대하는 것조차 달라진 게 없으니 조금 맥빠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목사님과 당회원들에게 월급도 올려주고 더 중요한 일도 좀 맡겨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불만이 있어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솔직히 목사안수 받으면서 청빙받는게 쉽지 않았는데 나도 이제 목사됐으니 좀 더 잘해달라 입도 뻥긋할 수 없죠. 그러다 나가라고 하면 사역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쥐 죽은 듯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에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교역자로 사역하다 건강 등 개인상의 이유로 목회를 잠시 중단하거나 ‘전도사’ 수준의 대우에 만족하며 사역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이다. 더욱이 여성목사를 청빙하는 것을 꺼리는 교회도 있으며 이로 인해 목사안수 받기를 포기하는 전도사도 적지않다.

사실 여성목사들은 남성목사와 비교해 전혀 모자람 없는 목회를 펼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실력을 갖추고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목사’는 여성의 일이 아니라는 의식을 가진 선배 목사, 담임 목사들의 선입견 때문에 여성목사들의 사역은 두배 아니 세배 이상 힘들다.

동료 목사들 뿐만 아니라 성도들조차 아직 ‘여성목사’를 ‘전도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역할이 전도사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까닭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성도들도 남성목사와 비교해 차별대우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 특유의 사역과 특수한 영역에서조차 이런 선입견 때문에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동역하고 있는 서울의 한 여성목사는 “나 처럼 좋은 환경에서 목회할 수 있는 여목사들은 정말 적은 것 같다. 이름만 ‘목사’지 ‘전도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게 문제”라면서 “이제 여성안수를 이뤘으니 목회현장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질 차례”라고 강조했다.

여성목사 이후의 과제
여성안수 후 오랫동안 목회해온 감리교회 한 여성목회자는 “여성목사들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목사도 목회를 잘하는 구나’하는 평가를 받는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성목회자들의 헌신이 남성들의 인식변화를 이끌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목회자의 헌신 사역과 동시에 교회 현장에서도 담임목사를 비롯한 모든 동료 목회자들이 여성 목사들을 제대로 대우하는 자세와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여성목회자들이 ‘여성목사’로 당당히 일어서는 것은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교단의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으로 일궈야할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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